주간동아 1015

2015.12.02

중국의 항공굴기 vs 일본의 항공부활

‘제조업 마지막 블루오션’ 여객기 개발 놓고 본격 공중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5-12-02 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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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일본이 민간용 여객기 개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두 나라는 민간용 여객기를 국력의 상징이라 보고 개발과 시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국의 개발 상황을 볼 때 현재로선 일단 중국이 앞선다.
    중국상용항공기유한책임공사(COMAC·코맥)는 11월 2일 중국 상하이에서 첫 중형 여객기인 C919의 출고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했다. C919는 코맥이 2008년부터 자체적으로 개발에 착수해 제작한 항공기이다. 168석과 158석이 기본형이며, 항속거리는 4075km이다. 운항노선에 따라 5555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개량형도 제작할 방침이다. C919는 아직은 100% 중국산이 아니다. 특히 항공기 핵심인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에서 만든 터보제트 엔진을 달았다. 그럼에도 C919는 벌써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선(先)예약 판매 대수가 517대에 이른다. 코맥은 향후 20년간 2000여 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총 1조 위안(약 180조 원) 규모다. 코맥은 내년 상반기까지 시험비행을 끝내고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운항 안전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ABC 항공기 시대’ 열겠다는 야심

    중국 정부는 자국 고속철이 독자적인 기술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처럼 자국 여객기도 세계 하늘을 누빌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언론들도 C919 제작은 중국 항공산업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중국 제조업이 첨단 단계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지도부는 C919가 첫선을 보인 것에 대해 축하 메시지까지 보냈다.
    진주앙롱 코맥 회장은 “C919 여객기는 중국 최초 자체 개발 항공기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천펑잉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은 과거 에어버스 비행기 한 대를 사기 위해 와이셔츠 8억 벌을 수출해야 했다”면서 “앞으로 항공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 중국의 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여객기의 영문 기체 이름을 ‘C’로 정한 것은 세계 3대 항공기 제작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에어버스(Airbus), 보잉(Boeing)에 이어 ‘ABC 항공기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 여객기는 앞으로 중형 여객기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공산이 크다. 여객기는 좌석 수에 따라 100석 미만 소형 여객기와 100〜300석의 중형 여객기, 300석 이상 대형 여객기 등으로 나뉜다. C919는 앞으로 중거리 노선의 주력 기종인 에어버스 A320, 보잉 B737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300명 이상 승객을 운송할 수 있는 대형 여객기 C929도 개발 중이다. 중국은 C929 개발을 위해 이르면 연말께 러시아와 130억 달러(약 15조2300억 원)를 공동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C929 좌석은 210〜350석이며 항속거리도 C919보다 훨씬 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항공업계는 향후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3만7900여 대, 자국에서 6020여 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여객기 개발에 나선 것도 내수시장이 충분하기 때문. 실제로 중산층이 늘면서 여객기를 이용하는 승객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모든 지방을 항공망으로 연결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공항 100개를 건설해 2030년까지 2000여 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여객기 개발과 공항 확대를 양 날개로 ‘항공굴기(航空起)’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11월 11일 미쓰비시항공기의 소형 제트여객기 ‘미쓰비시 리저널 제트(MRJ)’가 처음으로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일본이 자체 제작한 여객기의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은 1962년 프로펠러 여객기 ‘YS-11’ 이후 53년 만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간 2만5000대 군용기 등을 생산할 정도로 항공산업이 발달했지만, 패전 후 연합군 총사령부가 항공산업을 7년간 전면 금지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이후 YS-11 개발로 한때 부활을 예고했으나 가격 경쟁 등에서 밀리면서 73년부터 여객기 제작이 중단됐다.

    제2차 세계대전 주력기 개발 회사의 귀환

    일본은 그동안 미국과 공동으로 군용기를 개발하고 부품산업을 발전시키며 항공산업을 다시 일으킬 기회를 노려왔다. MRJ 제작사인 미쓰비시항공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주력 전투기 ‘제로센’을 생산하던 미쓰비시중공업의 자회사다. MRJ 시험비행은 일본의 ‘항공부활(航空復活)’을 의미하는 셈이다. 미쓰비시항공기 측은 MRJ가 일본 기술력을 결집한 최첨단 항공기라면서 앞으로 ‘세계의 날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내각관방 장관 역시 “일본 항공산업의 새 시대 개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언론들도 MRJ가 시험비행에 성공하자 ‘꿈을 실은 부활의 날개’ ‘꿈의 날개 창공을 날다’ 등의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2008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MRJ는 근거리 운항에 적합한 소형기로, 기준좌석은 78석과 92석, 항속거리는 3380km이다. 해외 동급 모델에 비해 연비를 20% 정도 개선했다. 미쓰비시항공기는 앞으로 20년간 5000대 규모로 예상되는 소형기시장에서 절반 정도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일본 항공사 전일본공수(ANA)와 미국 스카이웨스트항공 등 6개 항공사로부터 400여 대를 수주했다.
    MRJ는 2500시간 시험비행을 마치면 미국과 유럽 등의 안전인증을 거쳐 2017년 봄부터 납품을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항공산업을 자동차산업의 뒤를 이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MRJ 제작을 적극 지원해왔다. 정부 출자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은 9월 MRJ 사업화를 위해 1000억 엔(약 9400억 원)을 제공했다.
    항공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100만~200만 개에 달한다. 2만~3만 개가 들어가는 자동차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항공기 제작에 성공하면 제조업 전체의 기술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항공산업은 제조업의 마지막 블루오션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중국과 일본이 민간 여객기 개발을 놓고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공중전’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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