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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틀남, 철든 사람, 슬로농부로 살아가기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베틀남, 철든 사람, 슬로농부로 살아가기

베틀남, 철든 사람, 슬로농부로 살아가기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장인 :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이란 책에서 “사물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눈이 아닌 손이 필요하다”고 했다. ‘catch’라는 영어 단어에는 ‘이해하다’는 의미가 있으며, 이해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한자어 ‘파악(把握)’의 본뜻이 ‘손으로 잡아 쥐는 것’임이 우연은 아닌 듯하다. 손으로 만지고 보듬고 일해야 진짜 현실을 알게 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적정기술, 생활기술 연구자, (사)한국흙건축연구회 기술이사로 불리는 김성원 씨 이야기다.
‘근질거리는 나의 손’은 그가 2007년 전남 장흥으로 귀촌한 뒤 전통기술을 살리고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해온 기록이다. 귀농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집을 짓는 것이었다. 그가 눈독을 들인 것은 미국항공우주국이 달에 기지를 짓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찾아낸 ‘흙부대집’. 자갈과 흙을 넣은 부대를 여러 단 쌓고 다져서 벽을 세우는 방식이다. 이어 철망이나 망사에 시멘트를 압착하는 페로시멘트 기법으로 생태화장실을 지었고, 마당 한가운데 인디언 티피를 세웠다. 다음으로 그가 눈을 돌린 것은 직조. 1960년대 충남 부여에서 상경해 방직회사 기계공이 됐고, 가내수공업으로 직접 바닥깔개를 만들어 팔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김씨는 2014년 직조상호교육 행사인 ‘베틀베틀’을 시작했고, 목화씨 빼기와 실 잣는 법을 배우는 ‘목화 연애중’이라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헌 옷을 찢어 만든 실로 재직조하는 ‘사키오리’법을 배워와 자기 집에 베틀실을 차렸다. 대장간 워크숍 ‘철든 사람들’을 열어 전국 곳곳 대안학교 선생님들과 남도 지역민, 귀농인까지 50여 명이 모여 ‘불’과 ‘쇠붙이’를 갖고 놀더니, 관심이 ‘화덕’으로 옮겨갔고 이는 곧 ‘에너지를 만드는 마을’로 확장됐다.
‘근질거리는 나의 손’은 일본의 ‘산촌자본주의’를 소개한 책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주간동아’ 999호 참조)와 일맥상통하지만 단순히 취미나 생계유지를 위한 적정기술, 수공예, 원시기술이 아니라, 만들고 생각하고 꾸미고 창작하는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함께 읽을 또 한 권의 책이 ‘슬로농부’다. 좋은 음식, 깨끗한 음식, 공정한 음식 이 3가지를 충족해야 ‘슬로푸드’라고 한다. ‘슬로농부’는 슬로푸드를 생산하는 농부 23명에 대한 이야기다.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30년째 토종 홍감자를 키우는 한귀숙 씨, 인삼의 자생력을 믿으며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충남 예산의 박은서 씨, 건강한 사료를 먹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자란 닭과 유정란을 키우는 경기 남양주 김병수 씨 등 우리 땅 곳곳에서 자신만의 영농방식으로 진짜 먹거리를 생산하는 멋진 농부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자연은 우리에게 손이란 위대한 선물을 주었다”는 간디의 말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고, 과거 기술을 현재화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베틀남, 철든 사람, 슬로농부로 살아가기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636쪽/ 2만2000원

10만 년 전 지구에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에렉투스 등 최소 6종의 인간이 살았으나 그 후 호모사피엔스만 유일한 승자로 살아남은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의 진로를 결정한 3가지 혁명, 즉 7만 년 전 인지혁명, 1만2000년 전 농업혁명, 500년 전 과학혁명과 역사 발전 과정의 결정적 촉매 7가지, 즉 불, 뒷담화, 농업, 신화, 돈, 모순, 과학을 통해 인류 문명사를 조명한다.

안녕 : 배호 평전 1942~1971
이태호 지음/ 눈빛/ 312쪽/ 1만3000원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공원’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랑’ ‘안녕’ 등을 히트시키며 1960년대와 70년대 초 이미자와 쌍벽을 이루는 가수로 주목받던 배호. 29세에 요절하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저자는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부모와 함께 해방 후 귀국해 서울 빈민촌에서 자란 배호가 ‘위로의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고 말한다.

남자의 품격
차용구 지음/ 책세상/ 488쪽/ 2만3000원

십자군원정의 광풍이 몰아치던 중세에 남자는 ‘전사’로 키워졌고, 남자다움의 첫 번째 덕목은 ‘힘’이었으며, 이상적인 남자는 자신의 ‘힘’을 제어할 줄 아는 ‘기사’였다. 12세기 프랑스 북부 플랑드르 지방 기사였던 아르눌의 생애를 통해, 약자를 보호하고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실천하며 예의와 지적 능력을 두루 갖춘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양의 부활
리처드 로즈크랜스 지음/ 유강은 옮김/ 미지북스/ 252쪽/ 1만5000원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세력에 의한 불균형’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해온 저자가 범대서양연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 쇠퇴와 중국 부상이 교차하는 오늘날이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상황과 유사하며, 미국과 유럽이 무역과 경제 통합을 추구해 더 크고 강력한 서양이 돼야 국제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2013년 국제관계 평론잡지 ‘포린어페어스’ 선정 ‘올해의 책’이지만 오늘날 유럽연합의 균열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사랑하는 안드레아
룽잉타이·안드레아 발터 지음/ 강영희 옮김/ 양철북/ 300쪽/ 1만3000원

“나는 열여덟 살의 이 사람을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이란 룽잉타이의 아들 안드레아다. 독일인 아버지와 대만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3할이 시니컬함, 2할이 농담, 5할이 진지함인 아들. 대만의 대표적 지성으로 8할이 진지함, 2할은 지성에 대한 회의로 차 있는 엄마. 룽잉타이 모자가 주고받은 이 편지는 3년간 잡지에 연재되며 ‘두 세대의 대화’로 호평받았다.

감시국가
글렌 그린월드 외 지음/ 오수원 옮김/ 모던타임스/ 196쪽/ 1만3000원

특정 주제에 대해 2인 1조로 토론 배틀을 벌이는 ‘멍크 토론회’는 실제 토론 전후로 찬반 투표를 해 얼마나 생각이 바뀌었는지, 어느 팀이 승리했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2014년 ‘국가감시는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정당한 수단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를 지면에 옮긴 책.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특종화한 기자와 미국 국가안전보장국 국장 출신이 격돌한 토론으로도 유명하다.

어떤 아이들의 전생 기억에 관하여
짐 터커 지음/ 박인수 옮김/ 김영사/ 336쪽/ 1만3000원

죽음 이후에도 의식과 기억, 감정은 환생할 수 있을까. 미국 버지니아대 인지연구소장이자 환생 연구가인 저자가 이 질문에 도전했다. 전 세계 2500명 아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예언, 태몽, 모반(반점이나 얼룩), 선천적 결함, 기이한 취미와 습관, 강렬한 감정들은 ‘환생’의 증거가 된다. 이 책은 ‘환생의 증거를 객관적이고 과학적 시선으로 살펴본 분석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난 게임
벤 대트너·대런 달 지음/ 홍경탁 옮김/ 북카라반/ 260쪽/ 1만4000원

모든 조직의 문제는 책임 회피와 남 탓에서 비롯되며, 그 결과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고 무관한 사람에게 포상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 책은 조직 구성의 성격별 문제 유형을 외벌형(나만 아니면 돼), 무벌형(책임 회피자), 내벌형(대책 없이 자책하는 사람) 등으로 분류하고 집단사고에 대응하는 법, 새 구성원을 들일 때 면접 시 주의사항 등 실질적 조언을 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주간동아 2015.12.02 1015호 (p74~75)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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