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5

2015.12.02

“배려농정으로 살맛나는 농촌 만들어요”

農心 잡은 ‘빨간 잠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12-02 13: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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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려농정으로 살맛나는 농촌 만들어요”

    사진 제공 · 농림축산식품부

    김장철을 앞둔 11월 5일 이동필(60)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장관이 공영TV홈쇼핑(아임쇼핑) 카메라 앞에 섰다. 이날 특별 출연한 이 장관은 구수한 입담으로 고추 33만 톤, 1만840세트, 5억 원어치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장관이 ‘격에 맞지 않는다’는 주위 만류에도 직접 홈쇼핑 출연을 결심한 것은 공급 과잉과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경북 영양군, 충남 청양군 등 고추 주산지인 8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참가한 이 행사에서 평소 홈쇼핑 방송보다 4배 이상 높은 판매고를 올렸을 뿐 아니라, 장관이 직접 건고추 수급 안정 대책 같은 농정에 대해 설명하고, 아울러 TV홈쇼핑을 활용한 새로운 농산물 수급 조절 경로를 개척하는 등 1석3조 효과를 누렸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농업 정책 전문가로 입지를 굳혀온 장관이 하루아침에 ‘고추 전도사’가 된 것이다.
    이동필 장관 하면 떠오르는 것이 ‘빨간 잠바’다. 농촌 현장에 나갈 때마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처럼 빨간 잠바를 챙겨 입는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요즘 농촌에는 연로한 어르신이 대부분이라 활력이 떨어지고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나라도 열정적인 빨간 잠바를 입고 가 응원을 해드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그는 경북 의성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농업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30년 넘게 연구원 생활을 했지만, 어머니 등에서 내려올 나이부터 밭을 맸다고 할 만큼 천생 농사꾼이다. 교사, 기자 생활을 하다 귀향한 이 장관의 아버지는 마을 이장, 새마을지도자를 하며 그 시절 이미 ‘과학 영농’에 관심을 가졌다. 평생 어떻게 하면 콩·고추 농사를 과학적으로 지을까, 어떻게 하면 농산물 수급을 원활히 할까, 어떻게 하면 농촌이 잘살게 될까를 고민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는 오늘도 빨간 잠바를 입고 현장으로 뛰어간다.  
    ▼ 올해도 풍년이 예상되는데 농사가 잘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인 게 농민들 마음입니다. 쌀 수급 안정 대책은 어떻게 세워두고 계신가요.
    “올해 쌀 생산량은 432만7000톤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8톤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풍년의 기쁨도 잠시, 농민들은 쌀값 하락을 걱정할 텐데 정부가 2005년부터 ‘쌀 소득보전직불제’를 운영하고 있어 당장 소득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산지 쌀값이 80kg당 15만 원으로 떨어지더라도 농가는 18만2300원(목표가격 18만8000원의 97% 수준)을 받게 됩니다. 또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고자 정부는 시장격리용 20만 톤, 공공비축용 36만 톤, 해외공여용 3만 톤 등 총 59만 톤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추가 매입 효과로 쌀값 하락폭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장기적으로 쌀의 적정 생산을 유도하고 타 작물 재배를 확대하는 한편, 쌀 소비를 촉진하고 주정용 쌀 공급을 늘려 쌀 재고를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또 밥쌀용 수입쌀이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부정 유통을 단속하는 것도 저희 업무입니다. 그 밖에 쌀 소득보전직불제 개선, 농지 이용 효율화 방안 등 쌀농사 하나만 놓고 봐도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습니다.”

    “가뭄, 흉작, 가격 급등은 옛말, 수급 안정에 총력”

    ▼ 쌀 관세화를 선언한 이후에도 밥쌀용 쌀을 수입하는 걸 두고 농민들 원성이 적잖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 방침은 무엇입니까.
    “배려농정으로 살맛나는 농촌 만들어요”

    2014년 8월 충북 진천에서 벼 생육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앞줄 왼쪽).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잠바를 입고 있다. 사진 제공 · 농림축산식품부

    “지난 20년간(1994~2014)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매년 쌀 41만 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했습니다. 또 2004년 관세화 유예 연장을 하면서 국내 생산쌀과 수입쌀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따라 ‘밥쌀용 쌀 30% 수입의무’가 명문화됐습니다. 지난해 비로소 이 ‘밥쌀용 쌀 30% 수입의무’ 조항을 삭제했는데 이는 밥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내 수요와 관계없이 무조건 30%를 수입해야 하는 의무가 없어진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부에서 이 조항에 따라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하고 전량 가공용 쌀만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럴 경우 ‘내국민대우’ 등 WTO 규범을 위반하게 돼 다른 산업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즉 ‘밥쌀용 쌀에 대한 의무조항이 삭제됐다고 그 의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밥쌀용 쌀이 수입되더라도 국내 수요, 수급, 쌀값 동향 등을 고려해 방출 시기와 양을 결정하기 때문에 국내 쌀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 농사는 하늘이 반을 짓는다고 하는데, 올해는 특히 가뭄으로 걱정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최근 겨울비가 잦아 저수량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앞으로 가뭄 대책은 어떻게 마련하고 계십니까.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 때문에 정말 제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전국 평균 강우량 및 저수율이 60% 수준이었고 특히 인천, 경기, 충남, 전북 등 중·서부 지역의 저수율이 12~53%에 불과했습니다. 당장 내년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추경예산을 확보해 농업용수 부족이 예상되는 937개 지구에 761억 원을 투입해 관정개발, 양수장과 송수시설 등 긴급 용수원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수율이 낮은 저수지 750개소에 443억 원을 지원해 준설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농업용수를 아무리 늘려도 물을 절약하지 않으면 가뭄 대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농업인들도 물을 귀하게 여기고 아껴 써야 합니다.”
    ▼ 김장철이 돌아오면 농산물 수급과 가격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올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가뭄 피해에도 다행히 김장 채소의 작황이 좋은 편이라 가격 급등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를 활용해 수입을 늘리는 등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정부가 농산물 가격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오히려 가격 변동 폭이 더 커진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농산물 수급 조절 패러다임을 정부 중심에서 시장 기능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2013년 4월 생산자, 소비자, 유통인, 전문가 등 20인으로 구성된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수급 정책을 사전 합의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 등락이 심한 무, 배추, 양파, 건고추, 마늘 등 주요 품목에 대해서는 시장가격 수준에 따른 대응 수단을 정한 ‘수급조절매뉴얼’을 작성해 공개함으로써 시장이 예측 가능한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그 밖에 생산·출하안정제, 주산지협의체 구성, 지역특화품목의 지자체 주도 수급 조절 강화, 수입보장보험 등 이중삼중의 대비책을 마련해 사전에 자율적으로 농산물 수급 안정이 이뤄지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을 할 것입니다.”
    ▼ 최근 쌀과 가뭄 못지않게 농민들의 관심은 국회 비준을 앞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정부 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농업계의 우려는 여전한데 한중 FTA 대응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중국은 한중 FTA 체결 이전부터 우리 농업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농업인들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한중 FTA 협상에서 농업계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했고 쌀, 마늘, 배추, 인삼, 사과, 배, 감귤 등 ‘초민감품목’에 해당하는 주요 농산물은 대부분 개방에서 제외했습니다. 정부는 한중 FTA로 밭농업, 임업을 중심으로 20년간 총 1540억 원의 생산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피해 보전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년간 1595억 원을 투입(투자 및 융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 대책 수립 과정에서부터 농업계 지자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 정책금리 추가 인하, 피해보전직불제 개선, 밭작물 인상 같은 밭농업 대책은 물론, 후계농 지원 확대 등 농업인들의 요구사항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 위기는 기회라는 말대로 한중 FTA를 기회로 만들려면 우리 농식품의 중국 진출을 확대해야 할 텐데 정부는 어떤 방침을 갖고 있습니까.
    “10월 31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쌀과 삼계탕의 중국 수출 길이 열리지 않았습니까. 정부는 중국과 ‘한중 수입 및 수출용 쌀의 검역검사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국산 삼계탕 중국 수출을 위한 검역 및 위생 조건’을 합의했습니다. 우리 쌀과 삼계탕이 빠른 시일 내 중국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국내 수출 시설에 대한 중국 검역 전문가의 현지 실사 등 남은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4월에는 신설 과실 가운데 최초로 대중국 포도 검역 협상이 타결됐고, 9월 22일 경북 서상주농협과 충남 천안 포도수출단지의 포도가 중국으로 첫 수출됐습니다. 올해 농식품 수출 목표 77억 달러(약 8조8000억 원)를 달성하고자 중국 주요 도시별 수출 유망품목을 발굴하고 수출기업들에게 맛, 포장 등 ‘현지화’를 위한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현지에서 한류 마케팅, 프리미엄 한국 농식품 상품전을 개최해 깨끗하고 안전한 한국 농식품을 적극 홍보할 계획입니다.”
    “배려농정으로 살맛나는 농촌 만들어요”

    11월 21일 경기 양평군 양수리 마을을 찾아 농촌 어르신들과 식사를 하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 사진 제공 ·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은 미래성장동력, 경쟁력 강화만이 살 길

    ▼ 장관으로 취임한 지 2년 8개월이 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농정의 중점 과제와 주요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농업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효율성에 기초한 창조, 소통, 배려’의 농정을 추구하면서 아울러 핵심 개혁과제를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핵심 개혁과제 내용 중 농지 이용 효율화를 위해 실시하는 ‘들녘경영체’를 예로 들어보죠. 이는 특정 지역의 고령농이나 소농이 파종부터 수확까지 공동경작으로 생산비를 절감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입니다. 실제 생산비를 7% 이상 절감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2013년 들녘경영체를 132개소에서 올해 224개소로 늘렸고, 내년에는 논뿐 아니라 밭공동경영체 육성도 시작합니다. 이처럼 실질적인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 장관께서 제안하신 ‘6차산업’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뒤 농촌의 변화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흔히 농업·목축업·임업·어업을 1차산업, 제조·가공업을 2차산업, 서비스업을   3차산업이라고 하는데, 1·2·3차 산업을 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일으키자는 의미에서 6차산업을 제안했습니다. 정부는 2013년 ‘국민공감농정위원회’를 구성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마련하고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 △6차산업화로 농식품산업 경쟁력 강화 △맞춤형 농가 소득 및 경영 안정    △자조·자립·협력을 통한 농촌 삶의 질 향상 △스마트 농정체계 구축 등을 목표로   5대 분야 100대 농정과제를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의 생산·유통 분야와 농촌에 활용해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농촌의 생활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는 ‘스마트팜’이나 ‘창조마을’ 등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 앞서 장관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이미 심각한 현실이 됐습니다. 시급한 농촌 복지 문제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영세농과 고령농입니다. 농촌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이미 39.1%를 넘어섰습니다(전국 12.7%).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 수준이 74%였던 것이 2013년에는 63%로 떨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농식품부는 농촌 복지정책의 방향을 ‘작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복지’로 정하고 따뜻한 ‘배려농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농촌 어르신들의 노후 소득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수준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농지연금 가입 연령도 완화해 가입자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또 농촌 어르신들을 위한 공동생활홈, 작은 목욕탕 같은 공동이용시설을 확충해나가고 행복택시, 가사·영농도우미 지원 확대와 같이 실질적인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배려농정’의 실천입니다.” 
    “배려농정으로 살맛나는 농촌 만들어요”

    10월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의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앞줄 오른쪽)과 즈수핑 중국 질검총국장(앞줄 왼쪽)이 삼계탕 수출을 위한 위생 및 검역 검사 약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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