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3

2018.06.20

‘캣닥터’ 김명철의 세·모·고(세상의 모든 고양이)

야생 본능 충족이 가장 좋은 예방책

끊임없이 재발하는 특발성 방광염

  • 입력2018-06-19 15: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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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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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이 되자 날이 더워지면서 고양이 하부요로기계 질환(Feline Lower Urinary Tract Disease·FLUTD)을 앓는 환묘가 많이 늘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으로는 방광 내 결석, 세균 감염, 종양 등이 있는데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염증, 즉 특발성 방광염(Feline Idiopathic Cystitis·FIC)의 경우가 50% 이상으로 가장 많다. 문제는 한번 질병이 생기면 반복적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병이 길어질수록 염증물질이 요도를 막는다는 점이다. 이를 ‘폐쇄형 FLUTD’라고 하는데, 2차적인 신장 손상을 유발해 급성쇼크 상태 및 폐사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반복적인 발병으로 보호자의 병원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고양이도, 보호자도 함께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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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고양이의 특발성 방광염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스트레스다. 따라서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본능적 욕구를 잘 충족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수직공간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집에 캣타워, 캣워커 같은 수직공간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매일 충분한 사냥놀이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사냥 욕구도 채우게 해야 한다. 만약 보호자가 함께 사냥놀이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혼자서라도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준비해주는 것이 좋다. 

    다묘 가정의 경우 고양이 화장실을 여러 개 준비해야 하는데 ‘개체 수+1개’를 추천한다. 이때 화장실을 한곳에 모아놓기보다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서열이 낮은 고양이도 편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방광 내 찌꺼기들을 잘 배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음수 관리도 중요한데, 고양이가 선호하는 물 먹는 장소와 물그릇 형태를 파악해 준비하고, 동물용 정수기를 추가로 설치해두는 것도 좋다. 물그릇은 동선에 따라 서너 곳에 나눠 배치할 필요가 있으며, 평소 습식사료를 꾸준히 공급해 수분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광염이 발병한 고양이에게선 혈뇨가 관찰되기도 한다. [사진 제공·김명철]

    방광염이 발병한 고양이에게선 혈뇨가 관찰되기도 한다. [사진 제공·김명철]

    그렇다면 방광염에 걸린 고양이는 어떤 증상을 보일까. 모든 염증이 그렇듯, 가장 먼저 통증반응이 생긴다. 통증 때문에 방광 팽창이 잘 되지 않고 잔뇨감까지 생겨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거나 소량의 소변을 집 이곳저곳에 지린다. 



    이런 증상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배뇨 자세를 취했는데도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바로 병원에 갈 것을 추천한다. 영상검사를 통해 결석 유무를 판단하고, 소변검사로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폐쇄형 FLUTD로 진단되면 요카테터를 장착한 뒤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입원 관리가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폐쇄형 FLUTD가 재발하는 고양이라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요도 직경이 좁은 수고양이에게서 발병한다. 이 경우 요도 직경이 좁아진 부분을 절제하는 회음부요도루조성술이 진행된다. 

    따라서 발병 후 치료하기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고양이와 보호자 모두에게 좋은데, 외출냥이나 길냥이의 경우 특발성 방광염에 거의 걸리지 않는 점으로 미뤄볼 때 고양이의 야생 본능을 충족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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