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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벨벳 같은 포도로 부드러운 와인 만들다

미국 나파 밸리 와이너리 ‘케이머스 빈야드’

벨벳 같은 포도로 부드러운 와인 만들다

척 와그너와 충분히 잘 익은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원 안). [사진 제공 · 나라셀라㈜]

척 와그너와 충분히 잘 익은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원 안). [사진 제공 · 나라셀라㈜]

“손으로 쥐었을 때 포도가 벨벳처럼 부드러워야 와인 맛도 부드럽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 밸리(Napa Valley)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케이머스 빈야드(Caymus Vineyards)의 오너 척 와그너가 한 말이다. 기품 있고 묵직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와인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가진 케이머스 빈야드. 그 뛰어난 맛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와그너가 열아홉 살이던 1970년대 초 아버지는 그에게 함께 와이너리를 설립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당시 나파 밸리는 아직 와인산지로 유명하지 않을 때였다. 농부였던 아버지는 취미로 와인을 만들곤 했는데 솜씨가 워낙 뛰어나 주변에서 인정을 받았다. 와그너는 아버지의 열정과 장인정신을 믿고 제안을 곧장 받아들였다. 이후 낮에는 포도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양조 공부를 했다. 그렇게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만든 지 올해로 46년째. 베테랑이 된 그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케이머스 와인이 맛있는 비결에 대해 그는 “포도나무 그루당 열리는 포도송이 수가 적다”고 말했다. 포도송이가 너무 많이 달리면 햇빛이 모든 송이에 고루 닿지 않아 맛과 향이 농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포도밭에 물도 거의 주지 않는다. 땅에 수분이 많으면 포도 맛이 희석되며, 물이 부족해야 포도가 지하수를 찾아 땅속 깊숙이 뿌리 내려 테루아르(terroir · 포도 재배 환경)의 맛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케이머스 빈야드의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왼쪽)과 스페셜 셀렉션 카베르네 소비뇽. [사진 제공 · 나라셀라㈜]

케이머스 빈야드의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왼쪽)과 스페셜 셀렉션 카베르네 소비뇽. [사진 제공 · 나라셀라㈜]

또 다른 비결은 “포도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덜 익은 포도가 섞이면 날카로운 신맛과 거친 타닌의 원인이 된다는 것. 씨가 갈색을 띠고 씹었을 때 ‘바사삭’ 깨져야 잘 익은 것이다. 이 정도로 포도가 잘 여물면 껍질도 쭈글쭈글해져 손으로 쥐었을 때 매우 부드럽다. 이런 포도로 만들어야 와인도 부드럽다는 것이다.
 
케이머스가 만드는 와인은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과 ‘스페셜 셀렉션 카베르네 소비뇽’ 두 가지다.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여덟 군데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덕분에 맛이 빈티지에 따라 들쑥날쑥하지 않고 한결같다. 와인을 코에 대면 농익은 자두와 체리향이 진하게 올라온다. 한 모금 머금으면 묵직한 보디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마시는 사람이 와인 속으로 부드럽게 녹아드는 느낌이다. 



스페셜 셀렉션은 숙성 중인 카베르네 소비뇽 가운데 가장 맛이 뛰어난 배럴만 골라 병입한 와인이다. 과일향의 화려함이 뛰어나고, 탄탄한 구조감과 푸근한 질감의 조화가 놀랍도록 완벽하다. 세계적인 와인 매체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이 와인을 ‘올해의 100대 와인’ 중 1위로 두 번이나 선정한 것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와그너는 케이머스 와인을 자연과 대화하며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아무나 자연의 소리를 듣고 이해할 수 있을까. 그처럼 나파 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농부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케이머스 와인이 맛있는 진짜 비결이다.






주간동아 2018.04.25 1135호 (p72~72)

  •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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