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4

2018.04.18

구가인의 구구절절

엄마의 빈자리를 채운 ‘다른’ 엄마들

이순재 주연 ‘덕구’와 임수정 주연 ‘당신의 부탁’

  • 입력2018-04-18 16: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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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구´

    ´덕구´

    4월은 극장가에도 잔인한 달이다. 2016년(999만5000명)과 2017년(1121만4000명) 모두 4월 관객 수가 다른 달에 비해 가장 적었다. 고만고만한 작품 사이에선 튀는 게 경쟁력일 수 있다. 꽃피는 봄에 때아닌 공포영화 ‘곤지암’이나 중년의 불륜을 다룬 코미디영화 ‘바람 바람 바람’이 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도 어쩌면 4월이기에 가능한 일인었는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비슷한 시기 개봉한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와 4월 19일 개봉하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두 작품 모두 ‘엄마의 빈자리’를 소재로 한 잔잔한 작품이다(이하 스포일러 포함). 

    ‘덕구’는 할아버지 육아일기 혹은 ‘엄마 찾아 삼만리’의 다문화 버전쯤 되는 영화다. 일곱 살 덕구(정지훈 분)와 다섯 살 덕희(박지윤 분)는 할아버지(이순재 분)와 산다. 아빠는 세상을 떴고, 인도네시아 출신 엄마(체리쉬 마닝앗 분)는 남편이 사망한 후 보험금을 빼돌린 게 들켜 쫓겨난다. 설상가상으로 홀로 아이들을 꿋꿋이 양육하던 할아버지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영화는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의 애틋한 손자 사랑을 보여주는 한편, 며느리와 오해가 풀리는 과정도 그린다. 경북 고령에 사는 할아버지는 며느리를 만나려고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어린 덕구 역시 경기 안산시까지 엄마를 찾아 나선다. 

    악인이 한 명도 없을 만큼 착하디착한 이야기여서일까. 예상 가능한 전개는 아쉽다. 더불어 덕구 또래의, 아직 젓가락질도 서툰 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기자로선 덕구의 어른스러운 행보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어쨌건 최루성이 강하다. 중 · 장년층이 많이 찾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봤는데, 눈물을 훔치는 관객을 여럿 목격했다.

    '당신의 부탁'

    '당신의 부탁'

    반면 ‘당신의 부탁’은 감정을 터뜨리기보다꾹꾹 누르는 영화다. 배우 임수정이 엄마 역할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는 남편과 사별한 32세 효진(임수정 분)이 남편이 전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 종욱(윤찬영 분)을 키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새엄마와 사춘기 아들이라는 관계에 어울리지 않게 두 사람은 110분의 상영 시간 동안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30대 초반 여자가 생면부지의 16세 남자애를 거둬 키운다는 설정은 공감이 쉽지 않음에도 영화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감정선 끝에 울림을 남긴다. 영어 제목은 ‘Mothers’인데, 실제로 다양한 엄마가 등장한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있지만 미혼모는 물론, 미혼모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엄마도 있다. 

    ‘덕구’나 ‘당신의 부탁’ 모두 다른 형태의 가족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에 아버지는 없지만, 아이들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갈구한다. 이 때문에 어머니 ‘대체재’들은 좌절한다. ‘덕구’ 할아버지는 “할배는 최고로 잘해줘도 안 되느냐”며 씁쓸해하고, 효진은 자신을 아줌마라고 부르는 종욱을 야속해한다. 그러나 결국 ‘다른 엄마들’이 보여주는 애정이나 이해, 그 사이에서 맺는 관계도 친모의 모성 못지않게 값진 것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강조한다. 



    최근 한국 영화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여성이 전면에 나선 영화는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 감독의 개봉작이 증가하고, 여배우 캐스팅도 많아지고 있다. ‘덕구’는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당신의 부탁’은 주연급 배우 다수가 여성이다. 시작은 잔잔하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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