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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기식, 의원 땐 하고 금감원장 땐 못 하는 것

'인턴의 9급 임용, 6개월 만에 7급 승진'… 출장 동행, 승진 등 모두 의원 뜻대로

김기식, 의원 땐 하고 금감원장 땐 못 하는 것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4월 11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외유성 출장 등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4월 11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외유성 출장 등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4월 9일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다. 

“김기식 원장이 2015년 5월 25일부터 9박 10일 동안 황제 외유를 다녀왔다. (중략) 당시 수행한 비서가 담당업무를 하는 정책비서라 했지만, 함께 수행한 여비서는 인턴 신분이었다. 9급 정책비서가 아니라 인턴 신분이었다. 인턴은 엄연한 교육생이다. 그런 인턴 여비서를 업무 보좌로 함께 동행했다. 국회는 통상적으로 정책업무 보좌는 보좌관급, 비서관급이 수행한다는 사실을 국회와 언론인, 국민 여러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책업무 보좌로 인턴을 동행했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공교로운 일인지, 이 여비서 인턴은 황제 외유를 수행한 이후인 2015년 6월 18일 9급 비서로 국회사무처에 등록됐다. 그리고 6개월여 만인 2016년 2월 10일 7급 비서로 승진임명 등록됐다는 사실도 알려드린다.”


일반적인 의원실 충원 과정

김 원내대표의 발언 요지는 크게 세 가지. 첫째는 김 금감원장이 19대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것, 둘째는 당시 출장에 동행한 보좌진이 보좌관, 비서관급이 아닌 ‘인턴 신분’이었다는 것, 셋째는 그 인턴이 외유 수행 후 9급 비서에 등록됐고 6개월 뒤에는 7급 비서로 승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국회 보좌진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외유성 출장 의혹 제기는 ‘야당으로서 공직자 인사검증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문제제기’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렇지만 보좌관급, 비서관이 아닌 ‘인턴’과 해외 출장을 동행했고 그 인턴을 9급, 7급으로 잇달아 승진시킨 것을 문제 삼는 것은 ‘국회 의원회관 인사 현실을 무시한 얘기’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지금까지 의원실 보좌진 인사가 의원들의 필요에 따라 아무 제약 없이 수시로 이뤄졌다는 점을 도외시했다는 것이다. 8년 가까이 의원회관에서 근무하는 한 보좌관은 “해외 출장에 누구와 동행할지, 인턴을 비서로 임명할지 등 모든 것이 의원 판단에 의해 좌우된다”며 “김기식 전 의원의 인턴 출장 동행이나 9급, 7급 승진 모두 현행 의원회관 인사 시스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의원이 인턴과 해외 출장을 가는 경우가 일반적인가. 



“의원이 누구와 출장을 갈지는 의원이 판단할 문제다. 국회의원 300명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다.” 

출장 이후 인턴을 비서로 채용했는데…. 

“인턴을 비서로 임명하는 것은 의원회관의 가장 일반적인 충원 과정이다. 9급 비서를 두 단계 뛰어넘어 7급으로 초고속 승진시켰다는 보도가 있던데, 이는 국회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다. 김 금감원장이 의원이던 2015년에는 9급 비서 상위 직급이 8급이 아닌 7급이었다. 지난해 인턴을 2명까지 둘 수 있던 것이 한 명으로 줄고, 그 대신 8급 비서직급이 처음 생겼다.” 

6개월 만에 9급에서 7급으로 승진한 것이 일반적인가. 

“별정직 공무원인 국회 보좌진의 직급을 직급별 정년 트랙이 보장된 일반 공직사회 직급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4급 보좌관으로 일하다 다른 의원실로 옮기면서 5급 비서관이 된 경우도 있다.” 

여당 한 초선의원실 보좌관도 “9급 비서를 하다 비서 자리가 나지 않아 잠시 인턴 신분으로 의원실을 옮겨가기도 했다”며 “의원실 보좌진 인사는 일반 공직사회 인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의원실 인턴제는 청년에게 국회 의정활동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자 1999년 처음 도입됐다. 외환위기 직후라 의원실 보좌직원의 정원을 늘리는 대신 인턴제 도입으로 사실상 의원이 가용할 수 있는 보좌직원 수를 늘린 측면이 강하다.


수당, 그다음에 보좌직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4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회사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동아DB]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4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회사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동아DB]

의원실 보좌직원은 1998년 전까지는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 6급, 7급, 9급 비서 등 모두 5명이었다. 그러다 98년 4급 보좌관이 하나 더 늘었고, 2010년에는 5급 비서관이 하나 더 생겼다. 여기에 인턴도 의원실별로 2명씩 둘 수 있어 보좌직원은 9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8급 비서직을 신설하면서 2명이던 인턴을 1명으로 줄였다. 총 정원은 9명으로 묶어두는 대신, 8급 비서 직제를 신설한 것이다. 

1월 말 기준으로 300개 의원실 가운데 237개에 인턴이 재직 중이다. 의원실 인턴에게는 기본급(월 157만 원)과 초과근무수당(월 23만 원)이 지급되고, 4대 보험 가입 혜택 등이 주어진다. 이 밖에 선택적 복지 수당과 명절상여금 등이 있다. 

의정활동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 여하에 따라 비서로도 발탁될 수 있는 의원실 인턴제는 취업을 앞둔 청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러다 보니 석사학위 소지자도 의원실 보좌직원이 되고자 인턴부터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잖다.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14년 자신의 딸을 약 5개월간 유급 인턴으로 채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5촌 조카를 5급 비서관으로, 동서를 인턴으로 채용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의원의 친·인척 채용 논란은 국회 보좌직원 채용의 근거가 되는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이어졌다. 의원의 배우자 또는 4촌 이내 혈족, 인척을 해당 의원실 보좌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만약 친·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국회 사무총장에게 신고토록 했다. 국회는 의원의 친·인척 채용 사실을 국회 공보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의원 인사권 제한엔 여야 모두 ‘나 몰라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동아DB]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동아DB]

법 개정으로 친·인척 채용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국회의원 입맛에 따라 하루아침에 보좌직원의 임면이 좌우되는 ‘보좌진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의원실 보좌직원 채용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국회의원수당법) 제9조에 근거를 둔다. 제9조 1항은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둔다’, 2항은 ‘보좌직원에 대하여는 별표 4에서 정한 정원의 범위에서 보수를 지급한다’고 규정한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국회에는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이 개정안의 뼈대는 수당 - 입법활동비 - 보좌직원 순으로 된 현행 법체계를 보좌직원 - 수당 - 입법활동비 순으로 조문 체계를 바꾸자는 것이다. 또한 법 이름도 ‘국회의원 의정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자는 내용이다. 

특별히 이견이 없을 듯한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의 두 차례 소위에서 논의를 거치고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의원이 보좌직원을 직권으로 면직하고자 할 경우 30일 전 통지하도록 한 조문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논의 그리고 보류, 무한반복


지난해 2월 2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에서 이 개정안과 관련해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국가공무원법에도 없는 면직예고제를 굳이 국회가 먼저 넣을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이 법에 위반되면 국회의원이 해고된 보좌진으로부터 법적 추궁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현행 보좌관 고용 시스템을 유지할지 문제와 급여총액제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으니 이 안건을 굳이 올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장대섭 국회사무처 기획조정실장이 “면직예고제는 면직을 사전에 알려 대비하게 하자는 취지지만 의원들 처지에서 보면 인사권을 제약할 가능성도 있기에 정양석 의원 말대로 약간 보류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자 개정안 통과는 일단 보류됐다. 

그로부터 13개월 뒤인 올해 3월 21일 이 안건은 다시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에서 논의됐다. 인사권자인 의원들이 피인사권자인 보좌직원의 30일 면직예고제를 논의하는 방식은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해당사자인 보좌직원이 빠진 논의 과정에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사람은 없었다. “국가공무원법에 면직예고제가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의 물음에 한공식 국회 수석전문위원이 “근로기준법에 있는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법으로 안 하고 자율적으로 하면 안 되느냐”는 윤재옥 소위원장의 물음을 거쳐 “그것(자율)이 안 되니까 이런 법안이 들어온 것 같다. 이 부분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한 수석전문위원의 대답에 면직예고제는 또다시 보류됐다. 국회의원수당법을 국회의원 의정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로 명칭과 법체계를 바꾸는 문제는 “국회의장 의견 제시 부분을 논의할 때 같이하자고 결론 내면 되겠다”는 한 수석전문위원의 말 한 마디에 제대로 논의 한 번 못 하고 또다시 기약 없이 뒤로 밀렸다.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곧 반환점을 돈다. 국회의원수당법은 20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의원과 사무처 간부들의 무관심 속에서 국회의원수당법은 또다시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주간동아 2018.04.18 1134호 (p24~26)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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