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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북·미 정상회담 어떻게

북·미 정상회담 성공은 시리아에 달려 있다?

북한-시리아 핵무기 수출 커넥션이 변수…해상수송 시도하다간 파탄

북·미 정상회담 성공은 시리아에 달려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질주(疾走)’에 비유할 수 있겠다. 회담이 북·미 지도자의 결단으로 너무 쉽게 결정돼 왜 지금까지 못 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질주 때문에 보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진실은 없는 걸까. 

3월 6일 평양에서 돌아온 정의용 대북특별사절단 수석특사는 언론발표를 통해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발표했다. ‘명백히’라는 단어를 넣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체제 보장과 군사적 위협 해소를 전제로 비핵화를 언급했다고 밝힌 것이다.


전제 빠진 북한 비핵화?

그런데 3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온 정 특사는 “나는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발표했다.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보장이라는 전제를 누락하고 김정은이 ‘그냥’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얘기한 것이다. 

모든 언론은 이 공표가 있기 전에 정 특사가 보안라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 특사가 전제가 빠진 북한 비핵화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것을 문 대통령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트럼프도 이 차이를 알았던 것이 분명하다. 이에 김정은의 말에 대한 보증책임을 한국이 지라는 뜻에서 정 특사로 하여금 직접 발표하게 하고, 5월까지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트럼프가 시한을 못 박은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전문가인 A교수는 여러 번 외신보도가 있었던 북한-시리아 커넥션을 핵심 이유로 꼽았다. 2월 27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작성한 200여 쪽 보고서를 인용해 ‘2016~2017년 북한은 시리아에 5차례에 걸쳐 화학무기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자재 50t을 운반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는 북한에 수백억 달러를 지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짜의 ‘뉴욕타임스’ 등도 ‘1991년 북한은 사거리 500km인 스커드-C 미사일을 공급했고, 시리아가 플루토늄을 생산할 목적으로 짓는 원자로 건설도 도와줬는데 2007년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이를 폭파했다’면서 ‘2007년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작을 도와주던 북한과 이란의 기술자가 폭발사고로 사망했고, 그때 터진 탄두에서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을 숨지게 한 VX가스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2015년 3월 8일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를 방문한 신홍철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시리아와 북한은 진정한 독립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감시를 받는 것”이라고 인사했다. 그해 8월 31일 시리아 수도에서 열린 김일성공원 개관식에서 파이살 미크다드 이라크 외무차관이 테러와의 전쟁에 맞서는 시리아 정부에 대한 북한의 지원에 사의를 밝히자, 장명호 주시리아 북한 대사는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화답한 바도 있다. 

시리아 정부가 반군지역인 구타(2013)와 칸세이쿤(2017) 등을 화학무기로 공격해 각각 1400여 명, 83명을 숨지게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지난해 4월 7일 미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하던 트럼프가 토마호크 미사일 59발로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를 공격하게 해 중국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북, 평창올림픽 계기로 ‘깜짝쇼’ 성사시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시리아와 미사일, 화학무기에 이어 핵무기 커넥션도 가지려 한다고 보고 있다. 6차 핵실험과 화성-15형 발사 성공은 북한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유엔은 북한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돈줄이 마르게 된 것인데, 북한은 이를 시리아에 수출해 단번에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반군과 싸우는 시리아 정부는 미국 등 서방국가는 물론, 러시아로부터도 공격받고 있다. 중국도 시리아를 외면하는데 유독 북한만 혈맹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리아는 핵무장을 통해 반군은 물론이고 주변국, 이스라엘까지 일거에 제압하고자 한다. 

올해 초 북한은 진짜로 미국의 공격을 받을 것 같은 위기를 맞았다. 북·미 간 싸움이 벌어지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불투명해지니, 문재인 정부는 북한 선수 참가를 유도했다. 그러자 북한은 선수단은 물론이고 응원단과 특사까지 보내며 적극 호응했다. 그리고 우리 특사를 맞아 “대화하는 동안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하지 않고, 남측을 향해 핵은 물론 재래식 무기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해 순식간에 한반도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과 ICBM을 완성했으니 더는 시험하지 않고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데, 그 첫 번째 대상국이 시리아라면 북한은 해상수송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2월 24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을 통해 6·25전쟁 이후 가장 높은 강도로 대북 해상무역 봉쇄 조치를 내렸다. 북한과 거래한 제3국 선박과 기업도 제재에 포함시키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내놓았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 제재도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2단계(Phase Two)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미 언론은 2단계를 군사 행동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우리 특사단의 방북을 알린 3월 5일자 전 매체를 통해 “미국의 대(對)조선 제재 압박 책동은 공화국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유린말살행위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있다”며 “미국과 추종세력들이 해상봉쇄나 자금줄 차단을 하며 우리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그에 따른 강력한 대응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이라는 체계를 만들었는데, 한국은 2009년 참여했다. PSI 회원국은 의심스러운 북한 관련 선박이 자국 인근을 지나면 검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미국이 시리아행 화물을 실은 배가 북한을 떠났다고 통보해주면 한국은 공해상이라도 그 선박을 검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남북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니 남북관계를 파탄 낼 선박 검색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 배를 미국 함정이 추적 검색해 WMD를 찾아낸다면 한미관계는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을 방문한 정 특사는 철강 관세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확답을 주지 않았는데, 이는 한국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암시일 수 있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PSI 활동을 하면 제외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언론들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북한의 ICBM 프로그램을 정지시키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시한은 3개월이라고 보고했다’고 보도해왔다. 3월 한국에서는 유엔이 세계적인 휴전기간으로 설정한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이 이어졌다. 그리고 4월 남북한은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했으니 미국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트럼프는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해 정상회담에 응하고 그 시한을 5월까지라고 못 박았다는 것이다.


CIA, “북한 ICBM 중단시킬 시한은 3개월”

2월 8일 오후 북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이 등장한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

2월 8일 오후 북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이 등장한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선 비핵화-후 체제 보장’을 받아들이면 한반도 문제는 큰 진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로 가거나, 선후 문제를 놓고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불투명해지고 한미관계도 어려워질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미국은 색다른 방법으로 북한과 중국을 이간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소수민족 등을 지원해 북한 WMD를 도입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예상되면 중국은 대북 원유 공급을 차단하는 등 비상수단을 가동할 수도 있다. 

그는 김정은이 중국이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는 경우를 감안해 대비책도 마련해놓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얼마 전까지 북한은 중국에서 원부자재를 가져와 낮은 임금을 주고 가공한 다음 다시 중국으로 보내는 편물공장 같은 가내공업 수준의 공장이 다수였다. 이들은 트럭을 이용해 물류를 하는데, 북한은 이 공장들에는 24시간 전기를 공급한다. 북한은 전기요금이 매우 싼데, 24시간 제공되는 곳에는 290배 높은 요금을 부과한다. 

그래도 전기요금이 싼 편이기에 공장주는 공장을 돌린다. 그렇게 해서 대금을 받으면 비용을 제외하고 모두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또 북한은 이렇다 할 고속도로도 없다. 그러나 중국과 임가공 무역을 하는 트럭을 상대로 통행료를 받아 같은 방법으로 김정은 자금을 만들고 있다.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가 어렵지만 암암리에 진행되는 밀무역 덕분에 김정은은 버틸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원유 공급을 끊으면 러시아로 도입선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반중 테러단체와 접촉하면 위협받을 수 있어 중국은 김정은을 다루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술도 시리아로 가는 북한산 WMD가 발견되면 심각한 위기로 전환된다. 

미국 내에서는 유대인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고문은 유대인이고, 그의 부인이자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는 유대교로 개종했다. 이스라엘은 북한-시리아 WMD 커넥션을 좌시하지 않으려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지원을 금지하는 제재안을 여러 번 채택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은 대북 경제지원을 약속하지 않고도 북한 비핵화를 끌어낼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5월 한반도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은 한국의 관세 예외를 밝히지 않았고, 트럼프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함으로써 이미 발톱을 갈기 시작했다.






주간동아 2018.03.21 1130호 (p29~31)

  • | 이정훈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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