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7

2018.02.28

풋볼 인사이트

바르사와 맨시티, 역대 최고를 꿈꾼다

혁신적 감독+특급 선수+선순환 투자 ‘삼위일체’로 놀라운 성적

  • 입력2018-02-27 11: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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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뉴스1]

    주제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뉴스1]

    FC 바르셀로나(바르사)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현시점 유럽리그 최강팀’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두 클럽이다. 감독의 지도력은 이미 검증됐다. 여기에 특별함을 얹는 에이스가 버티고 있다. 패할 경기를 무승부로, 비길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존재들이다. 현재만 바라보는 것도 아니다. 미래까지 고려한 화끈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유럽 정상권 팀이 한 해 동안 치르는 경기 수는 상상 이상이다. 자국 정규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A컵, 리그컵 등 전관왕을 노릴 경우 60~70회가량 경기를 한다. 사나흘에 한 경기씩 소화하는 셈이다. 게다가 절반가량은 원정이라 피로 누적도 피할 수 없다. 2월 말 현재 바르사는 리그컵에서 딱 한 번 진 게 이번 시즌 패배의 전부다. 맨시티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와 FA컵 등 세 차례 고배를 마셨다. 늦여름부터 이듬해 초여름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하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평행이론이 숨어 있다.

    01 지도력

    바르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또다시 변혁을 택했다. 2015년 5관왕을 안긴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작별했다. 이어 아틀레틱 빌바오를 이끌던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을 불러들였다. 선수 시절 바르사에서 잠깐 뛴 게 인연의 전부다. 그 대신 프리메라리가에서 확실한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키워드는 실리와 균형. 발베르데 감독이 바르사 지휘봉을 잡자마자 전에 없던 것을 시도한 건 아니다. 기존 선수단에 맞춰 큰 틀만 제시하며 실리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균형을 이뤄온 4-3-3 형태도 변함이 없었다. 

    이를 근간으로 유연하게 대응했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가 이적하고 우스망 뎀벨레가 다치자, 발베르데 감독은 한시적으로 4-4-2를 시도했다. 교체 타이밍도 칼 같았다. 경기가 안 풀리는 날에는 가차 없이 손을 댔다. 이게 사실 어려운 일이다. 일부 감독은 ‘왜 부진한 선수를 계속 쓰지’라는 외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발베르데 감독은 달랐다.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적절한 교체 카드로 흐름을 이었다. 무던한 성정으로 선수들과 허물없이 대화했고, 미디어 등 외부 환경과도 차분한 관계를 유지했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좀 더 파격적이다. 발베르데 감독이 때에 맞는 임기응변에 능하다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조금 색다른 축구를 내놨다. 과거 바르사 재임 시절은 물론, 바이에른 뮌헨과 맨시티 등을 돌며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 가령 과르디올라 체제의 측면 수비수는 옆줄 근처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가운데로 들어와 공 점유율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특정 지점에 패스를 주고받는 선수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건 한정된 공간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원에선 더 요긴한 전술이다. 

    혁신 성공의 비결은 디테일한 선수 관리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의 생활 전반에 관여하며 통제했다. 패스트푸드 섭취 금지, 팀 회식 시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이다. 이후 자신의 축구를 입혔다. 선수별 공 터치, 움직임 등 사소한 부분까지 챙겼다. 신뢰는 괜히 샘솟은 것이 아니다. 독일 신성으로 거듭난 르로이 사네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나를 새로운 경지에 올려놓았다”고 표현했으며, 이적생 뱅자맹 멘디는 “다른 감독이었다면 (내가) 굳이 맨시티로 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정상에 오른 지금도 골방에서 더 나은 축구를 연구한다는 후문이다.

    02 에이스

    FC 바르셀로나의 명실상부 에이스인 리오넬 메시. [동아일보]

    FC 바르셀로나의 명실상부 에이스인 리오넬 메시. [동아일보]

    리오넬 메시. 이보다 더 묵직할 수 있을까 싶다. 바르사는 전보다 더 강력해진 메시 몫을 톡톡히 봤다. 여기엔 결정적 이유가 있다. 메시가 오랜만에 제대로 쉬었다. 그동안은 뭘 했느냐고? 메시는 여름 휴식기에도 아르헨티나 대표로 달리고 또 달렸다. 2014년에는 월드컵, 2015년에는 코파아메리카, 2016년에는 코파아메리카 100주년을 기념한 센테나리오까지 치렀다. 하지만 2017년은 달랐다. 숨을 확실히 돌렸다. 시즌에 돌입한 뒤에는 발베르데 감독과 수시로 대화하며 체력 분배까지 했다. 결과는 프리메라리가에서 현재 득점, 도움 모두 1위. 특정 포지션 없이 드나들며 날리는 한 방이 정말 매섭다. 골만 잘 넣는 게 아니라, 골을 잘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유례없는 공격수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의 선수 랭킹 부문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메시는 2위 이아고 아스파스 등의 2배에 육박한 포인트를 기록해왔다. 

    맨시티의 에이스 분포는 좀 더 고르다. 케빈 더브라위너는 과르디올라 감독 지도 아래서 새롭게 태어났다. 기동력, 패스, 슈팅 등에서 한 차원 높은 축구를 구사했다. 일단 페널티박스 앞에서 공을 잡으면 언제든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선수다. 특히 도움 면에서는 유럽 리그 내 적수가 없다. 더브라위너만 막아서 될 일도 아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의 지원 사격을 받은 다비드 실바, 일카이 귄도안 등이 그 앞에서 중원을 장악한다. 전방 배치된 세르히오 아게로, 가브리에우 제주스는 골로 방점을 찍는다. 부상 및 컨디션 난조 등으로 주춤할 때는 라힘 스털링, 사네 등이 거든다. 누구든 에이스가 될 수 있다는 데 상대는 큰 공포를 느낀다.

    03 투자

    2월 9일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후 첫 골을 넣고 기뻐하는 필리피 코치뉴. [뉴스1]

    2월 9일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후 첫 골을 넣고 기뻐하는 필리피 코치뉴. [뉴스1]

    유럽 축구는 정글이다. 특정 팀의 독주를 가만히 지켜보질 못한다. 최근 4년간 챔피언스리그 왕좌에 세 차례 오르며 최강자로 군림한 레알 마드리드가 불과 몇 달 새 가라앉은 것만 봐도 그렇다. 누군가 치고 나가면 또 다른 누군가가 몸집을 불려 달려든다. ‘팀이 정상권에 있을 때도 평소처럼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격언이 그대로 통용되는 것. 바르사, 맨시티는 이를 실천한 팀이다. 

    바르사는 지난해 여름 네이마르를 떠나보내면서 3000억 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이 돈 가운데 2000억 원을 들여 겨울 이적시장에서 필리피 코치뉴를 영입했다. 맨시티는 포지션에 구멍이 생길 때마다 곧장 메웠다. 측면 수비수, 중앙 수비수 등 팀이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 새로운 피를 댔다. 2016년 여름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이래 들여온 자원만 10명이 넘는다. 현지 언론들은 “맨시티가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왕조 건설을 맡길 것”이라며 장기 집권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적료만 놓고 보면 두 팀 모두 적자다. 하지만 미래 가치에 무게를 실었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정상 등극과 팬 확보 등 선순환 구조를 노린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이들이 매달린 선수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란 것. 장기 계약을 맺은 뒤 선수 몸값이 더 뛰길 기대한다는 점에서 투자 개념도 깔려 있다.
     
    유럽 축구는 요즘 한창 뜨겁다. 자국 리그는 이미 불이 붙었고, 챔피언스리그도 본격적으로 토너먼트를 벌인다. 그 중심에는 역대 최고를 꿈꾸는 바르사와 맨시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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