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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저렇게 해줘요”

현대건설, 서울 반포주공1단지 수주 후폭풍… 다른 재건축 단지, 이사비  최고급 편의시설 요구

“우리도 저렇게 해줘요”

“우리도 저렇게 해줘요”
“우리도 저렇게 해줘요”

9월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 결과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자 조합 임원들과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동아 DB]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좋든 싫든 전국구 스타가 됐다. 국내 최대 건설사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놓고 혈투를 벌이는 과정이 연일 언론을 통해 중계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이 최후 승자가 됐다.

9월 27일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은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공동사업자 선정 총회를 열고 조합원 2294명 가운데 2193명이 참여해 투표를 실시했고, 결국 1295명이 현대건설을 선택하면서 수주전은 막을 내렸다. 이날 현대건설 사장과 임직원들은 무대에 올라가 조합원들에게 큰절을 했고, 체육관 입구에서도 조합 측 관계자와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손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그러나 수주업체 발표 이후 수주 과정이 혼탁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가구당 7000만 원의 이사비 제공 공략, 조합원을 상대로 한 건설사의 접대, 건설사 간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 난무 등 사업권을 따내려고 건설사들이 지나치게 경쟁했다는 것이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이사비는 서민에게 허탈함과 상실감을 주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재건축 사업에서 이사비는 건설사 수주 과정에서 주효한 구실을 해왔다.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수주를 맡은 대림산업도 1000만 원 무상 이사비, 강남구 대치2지구 수주를 맡은 롯데건설도 1000만 원 무상 이사비 제공을 내건 덕에 사업권을 따냈다.

통상적으로 이사비란 조합원이 재건축·재개발 공사 직전에 다른 집으로 이사하고, 공사 후에는 새집으로 옮길 때 필요한 포장이사비 등 경비를 말한다. 대체로 시공사가 실비 수준에서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는 이주비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이주비는 조합원이 재건축·재개발 공사 기간 다른 집에 세 들어 사는 데 필요한 전·월세자금을 지원하는 비용을 말한다. 보통 조합이 주선하고 조합원이 개인적으로 아파트 대지 지분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집단대출을 받는다.



포장이사비가 100만~200만 원인 것을 감안할 때 이사비 1000만 원도 과한 수준이다. 과거에는 50만~100만 원 수준의 순수 이사비를 무상으로 지원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주에 따른 전·월세 보증금을 일부 지원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00만 원 수준이었는데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에 7000만 원을 제시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적 조건이다.

재건축판을 뒤집어놓으리란 비난이 쏟아지자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즉각 의견을 내놓았다. 9월 21일 국토부는 법률 자문 결과 현대건설의 이사비 제안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여지가 있어 시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령 제11조 5항은 ‘누구든지 시공자의 선정과 관련해 금품과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사비 7000만 원에서 사회통념상의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이 목적이 아닌, 사실상 ‘시공사 선정’을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려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 여지가 있다고 본 것. 현대건설이 겸허히 수용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일단락됐지만, ‘이사비 명목이 아니어도 어떤 식으로든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돈다.



인근 재건축 단지 건설사에 불똥 튀어

건설사 간 상호 비방도 적잖았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설계는 시공이 불가능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GS건설은 재무구조가 부실해 시공 리스크가 크다’ 등 흑색선전이 계속됐다. 심지어 9월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각 건설사는 결과 발표에 앞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상대 건설사의 시공 계획안을 비방하는 데 열중했다.

GS건설은 총회 당일 주요 조간신문에 ‘도시 정비 영업 질서회복을 위한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내고 ‘최근 재건축 등 도시정비 사업 수주전에 있어 건설사 과잉영업 등의 문제로 논란이 발생하고 후진성을 지적받고 있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향후 재건축 시공권 확보에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위법 사례가 없도록 철저한 지도와 단속을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상대 건설사와 달리 청렴하게 수주한다는 점을 강조한 고도의 홍보 전략으로 읽혔다.

결과적으로 홍보·영업비 출혈도 컸다. 반포주공1단지와 가까운 서울지하철 9호선 동작역, 구반포역은 두 회사가 내건 광고 전광판으로, 길거리는 현수막으로 도배됐다. 조합원을 상대로 고급 호텔에서 수차례 설명회를 열었고, 코스 요리와 선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 수십만 원에 달하는 굴비선물세트까지 돌았다. 두 회사가 사업을 따내려고 사용한 각종 홍보·영업비가 각각 500억 원에 이른다는 추정도 나온다.

현대건설 측은 이번 수주와 관련해 경쟁이 치열하긴 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준성 홍보팀 과장은 “수주를 목표로 영업 활동비를 쓰는 것은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다. 일부 언론에 나온 홍보·영업비 500억 원은 회사가 결산한 것도 아닌데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 이사비 7000만 원은 정부에서 시정 조치를 내렸기 때문에 철회했고, 이와 관련해 조합도 불만이 없었다. 애초 무상 특화비 명목으로 배정된 금액이라 추후 공사비 부담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앞으로 설계를 확정하고 조합과 논의를 거쳐 사업을 잘 진행해가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내놓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설계안은 현재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인근 단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텔급 편의시설, 옥상 인피니티 풀, 영화관, 오페라하우스 등 고급 편의시설이 단지 안에 들어서고, 중앙도로를 가로질러 건물과 건물을 잇는 스카이브리지까지 설계안에 포함되면서 “우리도 저렇게 해달라”는 요구가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블록 떨어진 아파트 통합 재건축 조합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해당 조합은 2015년 시공사를 삼성물산으로 선정한 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측은 11월 30일 관리처분계획 총회를 앞두고 아파트 설계안과 이미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런데 해당 조합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조합 측이 인피니티 풀 등 반포주공1단지 설계안에 포함된 일부 시설을 토대로 건설사에 설계안 변경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건설사 측은 “인피니티 풀, 찜질방, 스파 등 특화시설은 주민 의견을 토대로 반영할 수 있지만 공사비, 공사기간 등의 문제로 반포주공1단지 설계안처럼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올해 안에 재건축 사업권을 따내려고 파격적인 이주비 대출 연대보증, 이사비 지원 등을 제시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해당 조합에서 ‘건설사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시공사 계약 해지는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이자로 제공된 400억 원의 조합 운영비는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현대건설의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안은 향후 강남권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도 여파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각 건설사는 내년 시행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목적으로 올해 안에 사업권을 따내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현대건설의 파격 이주비 제시와 재건축안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10월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강남권 재건축 조합에 반포주공1단지 급의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서초구 한신4지구와 송파구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대납’ 조건을 제안한 것이다.

한신4지구는 공사비가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 나와 있는 재건축 단지 가운데 반포주공1단지 다음으로 사업 규모가 큰 곳이다. 하지만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내년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으면 세금 579억 원을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롯데건설 측이 이를 대신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 만약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를 피할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공사비에서 깎아주거나 조합원 이주 촉진비로 가구당 200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대안까지 제시한 상태다.

반면 GS건설은 파격 조건을 내걸지 않고 브랜드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10월 15일 열리는 총회에서 조합이 GS건설과 롯데건설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또 롯데건설은 송파구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 조합에도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될 경우 부담금 569억 원을 지원해주고, 이를 피할 경우 공사비에서 해당 금액 삭감, 가구당 이사비 1000만 원 제공, 이주 촉진비 3000만 원 지원 등 3가지 선택안을 제시했다.

10월 11일 국토부는 건설사가 제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 대납은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롯데건설은 이를 수용한다는 의견이지만, 부담금만큼 공사비를 감액하는 조건과 관련해서는 국토부의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추진할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셈법 덕인지 롯데건설은 국토부 시정조치 명령이 있던 바로 그날 송파구 미성·크로바아파트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GS건설을 꺾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GS건설은 한신4지구와 마찬가지로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 조합에도 파격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롯데건설의 파격 공략이 조합원들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파격 혜택이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대걸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변호사는 “정부가 시정조치 명령을 내린 이상 법적으로 롯데건설이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공약을 내걸었으니 건설사는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공사비에서 부담금을 제외해준든지, 무상으로 베란다 확장을 해준다든지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 비용은 고스란히 일반분양가로 전가되고, 집값 상승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팔 수도, 빌릴 수도 없어 속 타는 조합원

“우리도 저렇게 해줘요”

현대건설이 서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에 제시한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조감도. [사진 제공 현대건설]

“우리도 저렇게 해줘요”

단지 내 워터파크.[사진 제공 현대건설]

“우리도 저렇게 해줘요”

단지 내오페라하우스.[사진 제공 현대건설]

조합원들이 건설사의 파격 공략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8·2 부동산대책으로 진퇴양난에 놓였기 때문이다. 과거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혹은 세입자들의 이주가 시작되면 건설사가 이주비를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은행권 담보대출도 많게는 70%까지 가능했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다. 여차하면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도 있었다.

그러나 8·2 부동산대책으로 조합원들은 아파트가 다 지어질 때까지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 조합원 분양권을 들고 가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조합 설립 시점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해져 이를 살 사람이 없기 때문. 또한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의 40%까지만 가능해 이주비 혹은 세입자 전세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의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

2년 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빌려 신반포3차를 매입한 조합원 최모 씨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이주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대출 부담이 커 건설사에서 주는 이주비만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인근 아파트 전세가격이 8억~10억 원 선이어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시야를 넓혀 인근 지역 반전세까지 알아보고 있지만 현 생활권을 유지하는 조건에서는 이것도 여의치 않다. 그는 “이주비에 기대를 걸었는데 이마저도 감정가의 40%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감정가와 시세가 4억 원 이상 차이가 나 서울 시내 웬만한 아파트 전세금도 안 된다. 친정이 있는 경기도로 나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를 임대하고 있는 집주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재건축 아파트 이주를 앞두고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 마련이 여의치 않다’는 고민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주비가 감정가의 담보인정비율(LTV) 40%까지 제공되지만 건설사에 따라 추가로 이주비를 더 지급하는 경우도 있어 조합원끼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8·2 부동산대책 이후 재건축 규제가 강화됐고 정부가 사업 추진 과정을 감독하는 상황에서 이주비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건설사가 늘었다. 이에 분양권을 포기하고 현금 청산을 고려하는 조합원도 생기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이주를 앞둔 조합원들은 집값 상승을 야기하는 투기세력이 아니다. 정부의 일괄적인 부동산 규제로 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문제”라며 “가장 우려되는 이들은 전세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세입자인데 자칫하면 소송까지 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면 공사기간이 장기화되고 대출 이자 증가 등 비용이 발생해 추후 일반분양가가 올라가는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집주인들이 이를 마련할 수 있도록 대출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7.10.18 1109호 (p32~35)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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