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2

2017.08.23

경제

로열티로 바꾸면 프랜차이즈 갑질 줄어든다

  • 김상문 세무법인 케이앤피 대표세무사 taxsolve@hanmail.net

    입력2017-08-21 15: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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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랜차이즈업계가 ‘갑질’과 ‘통행세’ 등 부당거래 논란으로 난리다. 여론의 뭇매에 가맹 본사는 납작 엎드려 전전긍긍하는 모습이고 가맹점은 알고 있던, 혹은 새로 드러난 부당거래에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맹 본사의 주 수입원을 물류 마진에서 로열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과연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프랜차이즈는 일종의 복제사업이다. 본사의 우수한 시스템과 노하우를 복제해 가맹점을 여러 곳 개설함으로써 지리적, 시간적 제약을 단기간에 극복하는 것이다. 본사는 큰 자본 없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고, 가맹점은 경험이 없어도 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 그 대신 본사는 가맹점들이 수익을 내도록 도와야 하고, 가맹점은 자율보다 본사의 규칙과 관리를 따라야 한다. 이처럼 본사와 가맹점은 공동운명체라 할 수 있다.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는 사업이 잘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어려움에 처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게 된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본사의 책임에 주목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무조건 본사만 탓하기도 어렵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려면 본사의 수익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과연 물류 마진은 악(惡)이고 로열티는 선(善)인지 따져보자.



    가맹점 개설 수익에 의존해선 안 돼

    프랜차이즈 본사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는 방법은 대략 4가지가 있다. 가맹비, 시설비, 물류 마진, 그리고 로열티다.



    가맹비(교육비 포함)는 본사의 상호나 교육, 상권분석, 사업운영 노하우 등에 대한 대가다. 일종의 회원 가입비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내외다. 본사는 사업 초기 한번에 목돈을 받을 수 있지만 일회성이라는 한계가 있다. 가맹비가 본사의 주 수익원이면 가맹점을 계속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시설비는 가맹점의 인테리어나 집기 설치로 일정 마진을 남기는 것이다. 대개 3.3㎡당 얼마 식으로 인테리어 비용이 책정된다. 이 또한 가맹비처럼 지속성이 떨어진다.

    물류 마진은 본사가 공급하는 물품에서 일정 수익을 취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개별 가맹점이 통일된 이미지와 표준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본사 또는 본사가 지정한 업체가 원재료와 소모품 등을 공급하면서 물류 마진을 얻는다. 본사가 대량구매에 따른 가격차로 수익을 취해도 시중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공급된다면 앉은 자리에서 편히 물품을 받는 가맹점 처지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을 취하면 이른바 ‘통행세’가 된다. 가맹점에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할 뿐 아니라, 이러한 이익을 ‘백마진’이라는 형태로 대표가 사적으로 편취하는 경우까지 있다.

    로열티란 계약 기간 중 가맹점이 프랜차이즈 사용에 대한 대가로 본사에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로열티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본부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바탕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상당수 프랜차이즈 본사가 로열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 지급에 인색한 사업자의 성향과 별로 내세울 만한 시스템이 없는 본사의 문제점이 합쳐진 결과다.

    우리나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 지급이 인색한 편이다. 친구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가서 식사하면 밥값을 내지만, 필자에게 세무상담을 하고 상담료를 주겠다는 친구는 거의 보지 못했다. 가맹점 측은 본사가 어렵게 획득한 노하우와 시스템을 사용해 돈을 벌면서도 가맹비나 시설비를 줬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발전할 수 없고 결국 가맹점의 피해로 이어진다.



    본사가 당당하게 로열티 받으려면

    본사 또한 마찬가지다. 가맹점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춰야 당당하게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가맹점 개설 수익에만 의존해 무분별하게 가맹점을 늘리거나 물류 마진에 치중한다면 가맹점은 적자에 허덕이고 본사만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된다. 이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 목적에서도 벗어난다.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로열티를 산정하는 방법은 3가지다.

    첫째, 가맹점 영업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법이다. 로열티란 쉽게 말해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사용하는 대가다. 매출이 늘어나면 로열티도 늘어나고, 매출이 적으면 그에 따라 로열티도 줄어들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라는 개념에 가장 부합한다. 대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지급하는데, 계약 당시 로열티 산정 방법을 명확히 해둬야 추후 분쟁 여지를 없앨 수 있다. 자영업자가 현금 매출을 100% 신고하지 않는 상황에서 로열티가 노출돼 전 가맹점이 세무조사를 받고 엄청난 세금을 추징당한 사례도 있다.

    둘째, 고정액으로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법이다. 가맹점 영업실적과 상관없이 계약에 따라 일정액을 주는 것이다. 전 가맹점이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거나, 매장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도 한다. 로열티 산정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적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효율성과 매장의 실적이 연동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영업 부진 매장의 불만사항이 될 수 있으며, 본사 처지에서도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가맹점을 활성화해 이익을 증대하겠다는 동기유발이 약해질 수 있다.

    셋째, 물품 구매와 연동하는 방법이다. 즉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사들이는 특정 물품을 기초로 로열티를 산정하는 것이다. 이는 본사가 공급하는 독점적인 물품이 있을 때 특히 효과적이다. 일반 물류 마진은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독점 물품만으로 로열티를 양성화하는 것이다.

    지금도 제대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4~5% 안팎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 만약 물류 마진을 다 없애고 로열티만으로 본사를 운영해야 한다면 10% 가까운 로열티가 부과될 수 있는데 과연 가맹점들이 이를 기꺼이 부담할지 의문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에 불과하다고 생각지 않을까.

    대량구매로 생기는 적절한 물류 마진을 본사가 가져가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그 물류 마진이 지나치게 높으면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물품가액이 시장의 거래금액을 넘어서면 가맹점은 유사한 상품이나 원재료로 대체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이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표준화와 통일성을 해치고, 결국 본사와 가맹점 모두에게 피해를 안긴다. 그러므로 물류 마진의 적정성 유지와 사적 편취의 통제는 필요하다.

    본사는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노하우를 발전시켜 가맹점의 수익을 높이고 그 수익을 나누는 개념으로 당당히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 가맹점도 마찬가지로 본사가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로열티를 인정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본사와 가맹점이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이지 제로섬 게임 참여자가 아니다. 아울러 로열티 베이스도 본사와 가맹점이 충분히 소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분쟁 여지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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