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즐거움

골프보드, 수륙양용차, 하늘을 나는 제트팩까지

카트의 진화는 무죄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6-08-12 16: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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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동할 당시만 해도 골프는 모든 이가 백을 메고 코스를 걸어야 하는 ‘진짜’ 운동이었다. 풀 카트의 등장은 백을 메고 걷는 캐디를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전동카트는 미국에서 발명했다. 몸무게가 160kg이나 나갔지만 골프를 무척 사랑했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27대)이 1910년 처음 사용했다. 비대한 몸집으로 18홀을 걷기 힘들었던 그는 대포 운반 차량에 증기기관을 달아 운행하게 했다. 이 카트가 지나가면 그린키퍼가 그 뒤를 따라가며 코스를 보수했다고 한다. 32년 텍사스 J. K. 와들리가 노인의 보행수단이던 삼륜전동차를 골프장에 도입해 상용화를 시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미국에는 넓은 페어웨이를 가진 파크랜드 스타일의 골프장이 빠르게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빅터에딩머신, 시어스&로벅, 이지고(E-Z-Go) 등 카트 회사들이 창업하면서 전동카트가 어느새 골프 세계로 스며들었다. 당시 베이비부머 신흥 부유층 사이에서는 카트를 몰고 필드를 누비는 게 멋이자 유행이었다. 골프장이 유럽과 미국을 벗어나 사막이나 산중에도 만들어지고 홀 간 거리가 멀어지자 카트는 어느새 필수품이 됐다. 1963년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데이비슨이 카트 제조업에 뛰어든 후 일본 야마하(1979), 한국 CT&T(2002) 등 전 세계 업체들이 동참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젊은 세대가 골프에 유입되면서 카트업계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각 골프장이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고자 다양한 카트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 2013년 선글라스 브랜드 오클리가 소속 선수인 버바 왓슨을 모델로 수륙양용 차량인 호버크래프트 골프 카트 BW1을 선보였다. 샷을 한 뒤 이 크래프트를 타고 워터해저드를 건너 페어웨이로 질러갈 수 있었다. 주행속도가 시속 72km로 일반 카트의 2배에 달해 라운딩 시간도 대폭 줄었다. 가격이 일반 카트의 10배인 게 흠이지만 호응은 뜨거웠다.   

    밀레니얼 세대가 즐기는 스케이트보드를 카트에 접목한 골프보드도 나왔다. 길이는 38cm에 불과하지만 최대 113kg를 싣고 필드를 누빌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자 바로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한 번 충전하면 2라운드도 가능하며 최고 시속은 20km로 일반 전동카트와 비슷하다. 전동자전거 짐칸에 골프백을 넣고 달릴 수 있게 개조한 골프바이크도 덩달아 출시됐다.

    내후년부터는 샷을 한 뒤 카트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골퍼도 볼 수 있다. 3년 전 수륙양용 카트를 만든 오클리가 이번에는 드론과 카트를 합친 비행카트를 선보인 것. 오클리는 뉴질랜드 제트팩 개발사인 마틴에어크래프트와 손잡고 비행카트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홍보모델은 왓슨이다. 뉴질랜드 남섬 메스번골프코스에서 비행카트를 직접 시험 조종하는 왓슨의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버바 제트팩(Bubba’s Jetpack)’이라 부르는 이 비행카트가 실제 운행되려면 일단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골퍼들은 그 후 비행훈련을 받고 해당 비행면허를 따면 골프장에서 이 카트를 이용할 수 있다.  



    제트팩은 드론처럼 풍압(風壓)을 이용해 수직으로 떠오른다. 거대한 팬 2개가 지상을 향해 바람을 내뿜으며 비행하는 원리다. 조종사는 레버 2개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골프장 위를 이동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74km, 최고 고도는 914m에 이른다. 얼리어답터들은 제트팩을 타기 위해서라도 골프장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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