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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워킹맘’ 김미애 “文, 사전위탁보호제도 뭔지 몰랐을 것”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싱글 워킹맘’ 김미애 “文, 사전위탁보호제도 뭔지 몰랐을 것”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박해윤 기자]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박해윤 기자]

열일곱 어린 나이에 고향 포항을 떠났다. 그보다 2년 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주변 어른들의 막말. 사실 그 막말이 싫어 고향을 떠났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이야기다. 김 의원은 “동네 어른들은 어린 내가 받을 상처는 생각지 않고, 나보다 먼저 떠난 부모 험담만 마구 해댔다. 험담을 듣는다고 내 처지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고향 어른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떠났다. 아이도 어른들의 말을 다 이해한다”고 했다. 

타향에서 갖은 고생을 했다. 방직공장 여공은 초밥집 사장이 됐고, 변호사를 거쳐 국회의원에 당선했다. 주변 아이들에게 느끼는 애정도 각별하다. 아이들을 볼 때면 힘들었던 자신의 유년 시절이 생각나서다. 국회의원 이전에 아이 셋을 키운 싱글 워킹맘이기도 하다. 이 때문일까. 파양과 재입양 논란을 일으킨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큰 충격을 받았다. 

1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아이가 받을 상처를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어른을 제일 싫어한다”면서도 “대통령에게 화가 났다지만 실은 너무 슬펐다. 왜 이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할까”라며 입을 열었다.


“사전위탁보호제도? 해석 여지가 없다”

1월 13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1월 13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신년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봤나.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는 단체 채팅방이 있다. 한 분이 ‘김 의원님 이거 보셨나요’ 하더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양아동을 바꿀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뭐요? 누가 이런 소리를 합니까?’ 되물었다. 그게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오늘을 넘기면 안 되겠다 싶어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판했다.” 



정인이 사건이 왜 발생했다고 보나. 

“세 번이나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수사 권한을 가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이런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입양 문제만 말해 황당했다. 입양이 아닌, 아동학대에 초점이 맞춰졌어야 했다. 더욱이 입양아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양을 취소할 수 있게 한다니….” 

사전위탁보호제도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양 전 6개월간 예비 입양아동을 예비 부모 가정에 위탁해 모니터링하는 제도 말이다. 

“기자회견 어디에도 사전위탁과 관련된 말은 없었다. 문 대통령도 변호사 출신 아닌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 부모 마음에 안 들면 입양아동을 바꿀 수 있고,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게 전부다. 아이를 하나의 존엄한 인격체로 보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기자회견 당시 대통령은 사전위탁보호제도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사안이 수습되지 않으니 추후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가 어떻게 매순간 마음에 들겠나. 그럼에도 사랑으로 키우는 거다.”
 
김 의원이 대통령이라면 당시 기자 질문에 어떻게 답했겠나. 

“사과가 먼저다. 국가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신고가 한 차례 접수된 것은 수십 번의 학대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인이의 경우 신고가 세 번 접수됐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자 학대예방 경찰관을 뒀지만 외양만 갖췄을 뿐 전문성이 없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 같은 부분을 사과했을 거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역량 강화 등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았어야 한다. 대통령 대답은 너무나 두루뭉술했다.”


“국회의원 안 했으면 더 입양했다”

김 의원이 문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한 이유는 개인사와도 관련 있다. 그는 “어린 시절이 생각나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부모를 일찍 여윈 상황에서 주변 어른들로부터 상처받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지, 아이를 존엄한 인격체로 대해야지’라고 늘 생각했다”고 했다. 배 아파 낳지 않았을 뿐,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자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나 가장 잘한 일로 딸 입양을 꼽았다. 

“맞다. 국회의원을 안 했으면 (입양을) 더 했을 거다. 딸도 엄마가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같이 여행도 다니면서 놀자고 하는데 업무로 바빠 그러지 못하고 있다.” 

양육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텐데. 

“생후 36개월 전까지 부모와 애착관계가 형성돼야 아이가 분리불안을 겪지 않는다. 생후 80일 무렵 아이를 입양했는데 힘들었다. 애들은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안다. 매일 밤 애가 울고 토해 잠을 자지 못했다. 계속 안아주고 사랑으로 대했다. 만3세가 되자 ‘어린이집에 보내달라’고 하더라.”


“정인이 사진 보고 주저앉았다”

이후에는 어땠나. 

“애를 혼자 키우다 보니 보조양육자가 없어 어려웠다. 보조양육자가 없으면 방임형 학대가 벌어지기 쉽다. 베이비시터(babysitter)가 있긴 했지만 365일 24시간 봐주지는 않는다. 일거리를 집에 싸들고 와 애를 얼른 재우고 일했다. 여섯 살이 넘어가니 키즈카페에서 애가 놀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카페에 들러 애를 찾아 집으로 데려왔다.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방임형 학대가 벌어지는 한부모 가정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정부가 보조양육자가 돼야 한다.”

최근 논란은 입양에 대한 편견에 기름만 부은 것 같다. 

“(대통령)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입양아동에 대한 선입견만 강화됐다. 입양가정은 화목하지 않다는 편견 말이다. 입양아동들 역시 이를 체감하고 있다. 몸에 매우 작은 상처만 생겨도 주변에서 ‘혹시 학대당하냐’고 묻는다더라.” 

김 의원은 “입양가정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가정이 아니다. 뉴스에 나오는 입양아동 학대 사건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입양아동부모들이 자녀를 더 사랑하면 사랑했지 덜 사랑하지는 않는다. 입양아동 부모들은 정인이 사건을 보고 누구보다 슬퍼했다”고 말했다. 

정인이 사건으로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입양아동 부모의 마음은 다 비슷하다. 지난해 경기 양평군에 있는 정인이 묘소를 다녀왔다. 정인이가 해맑게 웃는 사진을 보고 주저앉았다. 미안해 일어설 수가 없었다. 이 아이가 내 아이가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양아동 부모라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다. 입양아동 부모들끼리는 서로 각별한 마음이 있다. 입양가족 모임을 가질 때면 딸의 친구가 내 딸처럼 예쁘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12월 입양아동 연령을 19세로 상향하는 ‘입양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추가로 준비 중인 법안이 있나. 

“개인적으로 한국형 부모보험을 도입했으면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납부하듯 전 국민이 부모보험을 납부해 열악한 가정의 아이들을 도왔으면 해서다.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문제인 만큼 반발이 거셀 것 같다. 하지만 아이는 우리의 미래다. 포기할 수 없다. 비용 부담이 문제라 관련 내용을 계속 다듬으며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입양아동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일로 입양아동 부모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겠지만 지금까지 아이들을 잘 키워왔으니 앞으로도 잘 키우리라 믿는다. 나 역시 사회에 잔존하는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을 걷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주간동아 1275호 (p27~29)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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