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6

2023.02.10

인류의 개인 비서가 된 챗GPT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인터뷰… “바둑 두던 AI, 돈 버는 AI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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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2-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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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서울대 AI연구원 제공]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서울대 AI연구원 제공]

    미국 비영리연구소 ‘오픈AI’가 선보인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향한 전 세계적 관심이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는 챗GPT가 가져올 일상생활의 변화에 주목하고 산업계는 챗GPT로 인한 시장 내 지각변동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AI를 접목한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픈AI와 협력하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2월 7일(현지 시간) 챗GPT 기반 AI 모델을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장착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구글이 챗GPT의 대항마 격인 ‘바드(Bard)’를 수주일 내 공개하고 검색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상반기 내 한국판 챗GPT인 ‘서치GPT’를 출시할 예정이다.

    챗GPT발(發)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 ‘주간동아’는 2월 7일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컴퓨터공학과 교수)으로부터 챗GPT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의 미래 일상을 바꾸고 산업을 재편할지 등을 들었다. 장 교수는 1980년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사,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뒤 독일 본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AI 전문가다. AI가 불모지에 가까웠던 40여 년 전부터 현재까지 AI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위)와 구글 로고. [동아DB]

    미국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위)와 구글 로고. [동아DB]

    글쓰고, 그림 그리고, 작곡까지

    2016년 ‘알파고’ 이후 AI계는 어떻게 움직여왔나.

    “알파고로 AI계에 굉장한 자신감이 쌓였다. 인간에게도 어려운 바둑 문제를 AI가 풀었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핵심은 AI 스스로 데이터를 조합·분석해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다. 이후 이것을 다양한 문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엄두도 못 내던 글쓰기, 그림 그리기, 작곡 등을 AI가 척척 해낼 수 있게 되면서 하나의 분야에만 국한된 ‘좁은 AI(Narrow AI)’가 아니라 여러 가지 과업을 해낼 수 있는 ‘범용 AI(General AI)’로 진화하게 됐다. 이게 요즘 자주 언급되는 ‘초거대 AI’다.”

    전 세계가 챗GPT에 이렇게까지 환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인가.

    “맞다. 알파고는 바둑이라는 제한된 분야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챗GPT는 그렇지 않다.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누구에게나 활용도가 높다. 옆에 개인 비서를 두게 된 셈이다. 기존에도 AI 챗봇이 있긴 했지만 챗GPT만큼 성능이 뛰어나진 않았다. 묻는 말에 간단히 즉답이 가능한 정도였는데, 이조차도 대화 문맥을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답을 하곤 했다. 하지만 챗GPT는 완전하진 않아도 문맥을 이해한 대화가 가능할뿐더러 보고서 작성, 코딩 작업 등 아주 고도화된 일을 처리한다.”

    기존 AI와 챗GPT의 가장 큰 기술적 차이는 무엇인가.

    “초거대 AI 모델 ‘GPT-3’를 업그레이드해 상품화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GPT-3에는 ‘트랜스포머 알고리즘’과 ‘퓨샷 러닝(few-shot learning)’ 기술이 적용돼 있다.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은 쉽게 말해 보고서 수준의 긴 문장을 생성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문장을 생성할 때 저 앞쪽에 있는 문맥까지 고려해 정합성을 갖춘 문장을 내놓는 것이다. 퓨샷 러닝은 데이터가 어마어마하게 많지 않아도, 그 양이 좀 적어도 학습할 수 있게 한 기술이다. GPT-3의 또 다른 특징은 ‘생성(Generative)’이다. 기존 검색엔진에서는 ‘관악산 높이’를 검색한 뒤 그중에 내가 적절한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했다면 챗GPT는 바로 관악산 높이에 관한 정보를 생성해준다. GPT-3에 채팅 기능을 최초로 붙인 게(GPT-3.5) 챗GPT라고 보면 된다.”



    2중 수익모델 만든 챗GPT

    오픈AI가 챗GPT 유료화를 선언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AI 자체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기존 AI의 경우 무언가 다른 서비스에 접목한 뒤 그 서비스의 성능을 개선해 수익을 얻었다. 이를테면 유튜브에 AI를 적용해 사용자가 더 관심을 가질 법한 영상을 추천하고 적중률이 높은 광고를 노출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유튜브가 해당 AI 개발 기업에 대가를 지불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모델이었다. 하지만 오픈AI는 챗GPT를 이용할 수 있는 응용 창을 따로 열어 사용자로부터 직접 수익(B2C)을 얻으려 한다. 이게 아주 큰 임팩트다. 2중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진일보했다는 의미다.”

    챗GPT로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아직 어렴풋한 인상만 있는 것 같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가장 앞서가는 MS 서비스로 예를 들겠다. 파워포인트(PPT)를 만든다고 했을 때 원래 같으면 사용자가 직접 내용을 채워 넣고 디자인까지 다 해야 한다. 그런데 챗GPT AI 모델이 적용되면 아마 음성 인식 기능도 조만간 추가될 것이라서 말로 ‘최근 10년간 한중 관계에 대해 서술해줘’ 하면 된다. ‘GPT-4’는 말을 이미지나 영상으로 변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경우 ‘선글라스 쓰고 있는 강아지 그림 넣어줘’라고 말하면 PPT 위에 해당 그림이 올라가는 식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AI 모델을 검색엔진 이외에 또 어떤 분야에 적용할 수 있나.

    “AI를 접목할 만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라면 모두 가능하다. 일례로 가전제품 시장도 최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굳이 냉장고에 성능이 불확실한 AI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챗GPT처럼 고도화된 AI는 사용자에게 확실한 편리함을 줄 것이기에 적용 가치가 생긴 것이다. 사용자가 AI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 목록과 그것들로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를 알려줘’ 했을 때 그에 관한 답을 주르륵 생성해주기 때문에 냉장고의 상품성이 확 뛰게 된다.”

    알파고와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처음 개발한 구글이 오픈AI에 뒤처진 이유는 무엇인가. MS와 구글 중 누가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될 것이라고 보나.

    “구글은 잃을 게 많기에 초거대 AI를 개발하고도 공개 및 상용화를 주저했다. 구글이 만든 AI 챗봇이 엉뚱한 답을 하거나 윤리 논란에 휩싸이면 구글 이미지, 주가 등에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오픈AI는 비영리, 스타트업 형태라 잃을 게 별로 없었다. 구글 입장에서는 완성도를 높여가는 단계였는데 (오픈AI가) 치고 나오니까 비상이 걸린 것이다. 구글이 오늘 공개한 자사 AI 챗봇에 바드(시 쓰는 사람)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100% 완성이 안 된 상태에서 공개하려니까 ‘이 AI가 생성하는 정보가 전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다. 다만 구글이 가진 장점도 많다. 구글은 지금까지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 90%를 점유하면서 쌓은 데이터양이 어마어마하다. 더 정교한 정보를 생성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두고 봐야 할 싸움이다.”

    MS vs 구글… 두고 볼 싸움

    2021년 5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네이버 AI 나우’ 콘퍼런스에서 자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를 소개하는 정석근 당시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 [네이버 AI 나우 콘퍼런스 행사 캡처]

    2021년 5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네이버 AI 나우’ 콘퍼런스에서 자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를 소개하는 정석근 당시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 [네이버 AI 나우 콘퍼런스 행사 캡처]

    네이버가 만들고 있다는 서치GPT는 경쟁력이 있나.

    “당분간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서치GPT에 적용되는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는 인간 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파라미터 수(2040억 개)가 챗GPT(1750억 개) 못지않다. GPT-3보다 6500배 많은 한국어 데이터도 갖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나 텔레그램보다 카카오톡을 더 많이 쓰는 것처럼 한국어 인터페이스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MS나 구글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성능 면에서 네이버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AI는 기계 번역에 능하기 때문에 이들이 자사 AI 모델로 한국어 데이터를 전부 번역한 뒤 학습하도록 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GPT, 람다 등 모델을 가져다 쓰고 그를 통해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있는데.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를 것이다. 국내에서도 빅테크에 해당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은 개발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라든지 데이터가 새어나가선 안 되는, 보안이 중요한 곳은 국내 AI 모델을 사용하는 게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소기업은 어중간하게 만들어봤자 어차피 경쟁력이 약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시장의 지배적인 AI 모델을 쓰면서 그것을 적용한 다른 상품을 만드는 게 나을 수 있다. 또 우리가 가정에서 슈퍼컴퓨터를 쓰지 않는 것처럼 초거대 AI가 필요 없는 분야도 많다. 그런 곳은 한 분야에 특화된 좁은 AI를 사용하면 된다.”

    향후 AI 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관건은 무엇인가.

    “우수한 인재, 방대한 데이터, 똑똑한 AI 모델 3가지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투자다. 오픈AI가 챗GPT를 개발할 수 있었던 데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대규모 투자를 끌어온 덕이 크다. 올트먼은 원래 ‘Y콤비네이터’라는 미국 유명 투자회사에 있던 사람이다. 투자를 받아 상용화까지 한 아주 모범적 사례인 것이다. AI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측면이 큰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확신을 갖고 대규모 투자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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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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