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급한 골퍼를 위한 아이언 ‘유로클럽’.
미국 한 골프 사이트(golfwrx.com)가 얼마 전 ‘코스에서 소변을 보느냐’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 787명 가운데 63.4%인 554명이 ‘나무가 있다면 그렇다’고 답했다. ‘퍼블릭인지 프라이빗인지 코스에 따라 다르다’가 15.9%, ‘가까운 화장실로 가거나 참는다’가 15.1%, ‘음주 후라면 아무 데나 괜찮다’가 5.6%를 차지했다.
잉글랜드의 축구 스타 웨인 루니는 2010 남아공월드컵 기간 요하네스버그의 선시티리조트에서 라운드 도중 소변을 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혀 망신을 당했다. 미국의 유명 미식축구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피츠버그스틸러스 소속) 또한 오하이오의 고급 골프장인 뮤어필드빌리지 코스에서 소변을 보다 경찰에 신고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들은 처벌되지는 않았지만, 유명인인지라 가십과 코미디 소재로 미디어에 오르내렸다.
필드에선 너덧 시간을 야외에서 걸어야 하니 당연히 생체 신호가 올 수밖에 없다. 전날 마신 술이 덜 깨거나, 티타임에 맞춰 서둘러 나오느라 화장실 갈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넓고 넓은 필드에서 그 정도 실례는 미풍양식의 범주 안에서 너그러이 이해된다. 아마추어골퍼들은 스스럼없이 코스를 벗어나 나무에 물을 준다.
하지만 대회에 출전한 선수에게는 소변이 버디 이상으로 심각한 고민거리가 된다. 카메라와 갤러리들이 따라다니는 데다 너덧 시간을 야외에서 걷고 계속 물을 보충하는 선수에게 화장실은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어떤 선수는 임시 화장실이 있어도 지나친 뒤 코스 내 한적한 지점을 찾기도 한다. 줄 서 있는 여러 갤러리와 함께 임시 화장실을 쓰는 게 마뜩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의 팽팽한 긴장을 풀고 안정감을 찾으려 일부러 숲 속으로 들어간다는 선수도 있다.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벤 커티스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3번 홀에서 동반 선수인 프레디 제이콥슨과 함께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 덤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나란히 일을 봤다고 회고했다. 다행히 풀이 무성한 저습지여서 갤러리들에겐 어깨 위쪽만 보였다. 버바 왓슨의 캐디 테드 스콧은 2010년 아일랜드 셀틱매너 리조트에서 열린 라이더컵 둘째 날 2번 홀 티박스에서 정말 급했나 보다. 갤러리용 임시 화장실도 없던 터라 안절부절못하다 선수들이 티오프를 마치자마자 엄청난 갤러리가 모여 있는 상황에서도 관목 숲 가장자리로 뛰어가 볼일을 봤다. 갤러리들과 1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민망한 상황이었지만 그에게는 초비상 사태였다.
오죽하면 코스에서 급히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아이디어 상품까지 발명됐을까. ‘유로클럽(UroClub)’이 바로 그것. 그립 부분이 굵고 속이 빈 플라스틱 아이언인 유로클럽은 긴급 상황에 처한 골퍼라면 샷을 점검하는 척하면서 소변을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허리에 부착 가능한 수건은 민망한 상황을 가려주는 아담의 무화과 잎 같은 엄폐물이다. 상품 개발자는 비뇨기과 전문의인 플로이드 세스킨 박사. ‘소변을 억지로 참지 말라’는 의사의 마음 씀씀이가 갸륵하다. 주의 문구는 꼭 새겨 읽어야 한다. ‘이 클럽으로 스윙은 절대 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