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정부의 조세 정책은 집권 정당의 경제철학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경제철학에서 대표적 사례가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유산세’ 폐지 움직임이다. 유산세는 우리로 얘기하면 상속세를 의미한다. 당시 유산세 폐지론자는 ‘사망세’라고 부르면서 어떻게 사람의 죽음에 세금을 매기느냐는 논리를 내세웠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 사적 재산권과 관련해 맹렬한 신조를 가진 미국 일부 공화당원은 세금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견해다. 심지어 티파티 운동처럼 아예 세금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측은 자산가와 고소득자에 대한 높은 과세를 통해 사회적 재분배를 중시한다. 정당 정치 경험이 오래된 나라들은 대개 어떤 정부가 수립되느냐에 따라 대강의 조세 정책 흐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다른 듯하다. 조세 측면에서 자로 재듯 뚜렷한 변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경기 상황에 따라 여러 세금 정책이 발표되는 것이 더 많은 듯하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돈을 쓰게 해야 한다. 써야 돈이 돌기 때문이다. 돈을 쓰게 하는 방법에는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것이 있다. 소비는 차치하고 투자 확대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업들이 설비나 인력에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세제 혜택 상품들
정부가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조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세금은 자산 투자에서 비용을 의미한다. 비용은 수익률 하락의 원인이다. 세금은 거래에서 마찰력을 높이는 구실도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높이면 사람들은 세금 부담 때문에 거래를 꺼린다. 시장 참여자가 줄어들면 거래량이 줄고, 감소한 거래량은 가격 상승보다 하락 쪽으로 향할 개연성이 높다. 반대로 세금을 대폭 줄여 거래를 활성화하면 시장 참여자가 많아지기 시작하고, 이는 승수 효과로 이어진다. 거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도 정부는 이런 전형적인 정책을 펼쳤다. 물론 향후 논란의 여지는 있다. 긴 동면에 들어갔던 부동산시장이 기지개를 켜자마자 일부 과열 양상마저 보이면서 가계부채 규모를 키워놓았기 때문이다. 소득 증가가 아닌 저금리와 부채로 일으켜 세운 부동산시장이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팽배하다.
최근 정부는 조세 인센티브와 관련한 몇 가지 제도를 발표한 바 있다. 먼저 눈여겨봐야 할 것이 해외투자 활성화와 비과세 제도의 확대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 계속 달러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 돈을 일정 정도 국외로 빼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도입한 제도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1인당 3000만 원까지 10년 동안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도입했던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보다 이번 제도가 조건 면에서 더 좋다. 과거에는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냈지만 이번에는 주식 양도차익과 환차익 모두 세금이 없다.
내년에 도입 예정인 ISA(Individual Saving Account·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도 대표적인 조세 인센티브 제도다. ISA를 이용하면 예·적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로 거래할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5년 동안 전액 비과세된다. 또한 과세 단위도 각 개별상품이 아닌, 전체 계좌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ISA의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소득에 상관없이 1인당 2000만 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표 참조). 만일 내년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ISA는 전 국민의 필수 계좌가 될 것이다.
ISA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영국의 경우, 약 2400만 계좌가 개설되고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가입했다고 한다. 영국은 당초 비과세 혜택을 10년 한시로 적용했다 지금은 아예 영구화했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영구화할지 알 수는 없지만 가입 자격에 제한이 없고 수익에 대해 비과세된다는 점에서 ISA는 금융상품 투자에서 필수적인 계좌로 자리 잡을 것이다.
부의 세대 이전
견해에 따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지만 부(富)의 세대 간 이전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내년 세제 개편안에서 자녀에게 주택 구매비나 전세금 명목으로 돈을 줄 경우 일정 한도로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검토 단계라 평가하기 이르지만 견해에 따라 뚜렷한 시각차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쪽에선 부의 세대 이전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고령화가 진척되는 가운데 저성장으로 청년 세대는 자산 축적이 어려워졌다. 중·장년층 이상이 자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 시간이 10년만 더 흐르면, 노년층과 젊은 층의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부의 세대 이전은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일례로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보유한 일본에선 부의 세대 이전을 위해 세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자녀의 주택 구매자금뿐 아니라, 손주 세대에게 교육자금을 지원한 돈(1500만 엔 한도)에도 증여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4월부터는 추가로 자녀와 손주에게 결혼 및 육아자금으로 1000만 엔까지 증여할 수 있도록 세금 제도를 보완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들은 빈부격차가 더 고착화할 가능성을 걱정한다. 시쳇말로 부모, 더 나아가 조부모 잘 만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의 출발부터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찬반을 떠나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도 곧 일본처럼 노년층이 자산을 더 많이 소유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인이 많은 돈을 갖고 있으면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부는 세대 간 부의 이전과 빈부격차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정부가 경제 형편이 나쁠 때 출시한 세제 혜택 관련 상품이나 제도는 투자자들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온 적이 많지 않다. 특히 초저금리 상황에서 절세와 비용 절감이 필수불가결해진 시대에는 조세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제도나 상품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 사적 재산권과 관련해 맹렬한 신조를 가진 미국 일부 공화당원은 세금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견해다. 심지어 티파티 운동처럼 아예 세금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측은 자산가와 고소득자에 대한 높은 과세를 통해 사회적 재분배를 중시한다. 정당 정치 경험이 오래된 나라들은 대개 어떤 정부가 수립되느냐에 따라 대강의 조세 정책 흐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다른 듯하다. 조세 측면에서 자로 재듯 뚜렷한 변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경기 상황에 따라 여러 세금 정책이 발표되는 것이 더 많은 듯하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돈을 쓰게 해야 한다. 써야 돈이 돌기 때문이다. 돈을 쓰게 하는 방법에는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것이 있다. 소비는 차치하고 투자 확대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업들이 설비나 인력에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세제 혜택 상품들
정부가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조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세금은 자산 투자에서 비용을 의미한다. 비용은 수익률 하락의 원인이다. 세금은 거래에서 마찰력을 높이는 구실도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높이면 사람들은 세금 부담 때문에 거래를 꺼린다. 시장 참여자가 줄어들면 거래량이 줄고, 감소한 거래량은 가격 상승보다 하락 쪽으로 향할 개연성이 높다. 반대로 세금을 대폭 줄여 거래를 활성화하면 시장 참여자가 많아지기 시작하고, 이는 승수 효과로 이어진다. 거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도 정부는 이런 전형적인 정책을 펼쳤다. 물론 향후 논란의 여지는 있다. 긴 동면에 들어갔던 부동산시장이 기지개를 켜자마자 일부 과열 양상마저 보이면서 가계부채 규모를 키워놓았기 때문이다. 소득 증가가 아닌 저금리와 부채로 일으켜 세운 부동산시장이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팽배하다.
최근 정부는 조세 인센티브와 관련한 몇 가지 제도를 발표한 바 있다. 먼저 눈여겨봐야 할 것이 해외투자 활성화와 비과세 제도의 확대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 계속 달러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 돈을 일정 정도 국외로 빼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도입한 제도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1인당 3000만 원까지 10년 동안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도입했던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보다 이번 제도가 조건 면에서 더 좋다. 과거에는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냈지만 이번에는 주식 양도차익과 환차익 모두 세금이 없다.
내년에 도입 예정인 ISA(Individual Saving Account·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도 대표적인 조세 인센티브 제도다. ISA를 이용하면 예·적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로 거래할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5년 동안 전액 비과세된다. 또한 과세 단위도 각 개별상품이 아닌, 전체 계좌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ISA의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소득에 상관없이 1인당 2000만 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표 참조). 만일 내년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ISA는 전 국민의 필수 계좌가 될 것이다.
ISA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영국의 경우, 약 2400만 계좌가 개설되고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가입했다고 한다. 영국은 당초 비과세 혜택을 10년 한시로 적용했다 지금은 아예 영구화했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영구화할지 알 수는 없지만 가입 자격에 제한이 없고 수익에 대해 비과세된다는 점에서 ISA는 금융상품 투자에서 필수적인 계좌로 자리 잡을 것이다.
부의 세대 이전
견해에 따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지만 부(富)의 세대 간 이전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내년 세제 개편안에서 자녀에게 주택 구매비나 전세금 명목으로 돈을 줄 경우 일정 한도로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검토 단계라 평가하기 이르지만 견해에 따라 뚜렷한 시각차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쪽에선 부의 세대 이전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고령화가 진척되는 가운데 저성장으로 청년 세대는 자산 축적이 어려워졌다. 중·장년층 이상이 자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 시간이 10년만 더 흐르면, 노년층과 젊은 층의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부의 세대 이전은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일례로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보유한 일본에선 부의 세대 이전을 위해 세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자녀의 주택 구매자금뿐 아니라, 손주 세대에게 교육자금을 지원한 돈(1500만 엔 한도)에도 증여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4월부터는 추가로 자녀와 손주에게 결혼 및 육아자금으로 1000만 엔까지 증여할 수 있도록 세금 제도를 보완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들은 빈부격차가 더 고착화할 가능성을 걱정한다. 시쳇말로 부모, 더 나아가 조부모 잘 만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의 출발부터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찬반을 떠나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도 곧 일본처럼 노년층이 자산을 더 많이 소유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인이 많은 돈을 갖고 있으면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부는 세대 간 부의 이전과 빈부격차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정부가 경제 형편이 나쁠 때 출시한 세제 혜택 관련 상품이나 제도는 투자자들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온 적이 많지 않다. 특히 초저금리 상황에서 절세와 비용 절감이 필수불가결해진 시대에는 조세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제도나 상품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