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대한민국 도로 위를 달리는 수입차가 부쩍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5년 1~6월 수입차 판매량은 11만9832대. 2014년 동기 판매량(9만4263대)보다 27.1% 증가한 수치다. 6월 한 달간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역대 최고치인 2만4275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36.4%나 늘었다. 6월에 등록된 브랜드별 차량 대수는 BMW(5744대), 폴크스바겐(4321대), 메르세데스 벤츠(4196대), 아우디(2150대), 포드(1120대) 등이다. 7월 말 현재 국내 등록차량 중 수입차 점유율은 13.2%에 달한다.
수입차 가격은 3000만 원 이상에서 수억 원까지 호가한다. 그럼에도 판매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할인 폭이 크기 때문이다. 판매가에 따라 수십만 원부터 2000만 원 이상 깎아주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판매 급증의 원인을 “가격 조정으로 인한 밀어내기”라고 분석한다.
파격 할인으로 ‘유로 5’ 급속 처리
수입차 가격 인하는 판매처(딜러사)나 영업사원(딜러)이 적극 주도한다. 인터넷 자동차 전문 포털사이트 ‘다나와자동차’ 관계자는 “수입차 딜러들에게 8월 판매조건을 문의한 결과, BMW 320d(4650만 원 이상)는 600만 원, 530d(6390만 원 이상)는 800만 원, 640d(1억830만 원 이상)는 2000만 원까지 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 딜러 김성원(36·가명) 씨는 “아우디 A8(1억2670만 원 이상)의 경우 8월 현재 판매가의 17% 정도 할인해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수입차업계가 이토록 파격적인 할인을 시행하면서까지 판매량을 늘린 이유는 뭘까.
먼저 디젤(경유)차의 판매 요건이 기존 ‘유로 5’에서 ‘유로 6’으로 강화되면서 유로 5 차량의 재고를 빨리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로 6은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로, 디젤차 배기가스 감축이 목적이다. 대형차의 경우 질소산화물(NOx) 배출 허용 기준이 기존 2.0g/㎾h에서 0.4g/㎾h로 80% 감소하고, 승용차는 기존 0.18g/km에서 0.08g/km로 50% 이상 낮아진다. 유로 6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유로 5 차량은 수입 기한 8월 31일, 판매 기한 11월 30일까지다.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도 마찬가지다. 디젤차에 주력하는 수입차 업체들이 유로 5 재고를 빨리 판매하려고 서두르는 이유다.
독일 수입차 딜러인 신재윤(35·가명) 씨는 “일부 수입차 한국지사가 유로 5 차량을 과다하게 수입해 재고가 쌓였다”며 “한국지사에서는 물량을 딜러사에 넘기고, 딜러사는 판매 실적 때문에 과도한 할인을 하면서까지 차를 팔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일반적으로 딜러사의 수익은 차량 판매가의 10~15%로 이 수익을 딜러사 운영비, 차량가 할인 등으로 나눠 쓴다. 일부 업체가 1000만 원 이상 할인한다는 것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이 안 사면 딜러라도 사야
최근 수입차 업계 경쟁이 부쩍 치열해진 것도 밀어내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수입차 전시장은 364개에 달한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는 현대자동차 전시장이 총 830여 개인 점과 비교해도 점유율 15%인 수입차 전시장 수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수입차 전시장은 2010년 3월 208개였지만 약 5년 만에 78%가 늘었고, 수입차 AS(사후관리)센터도 240곳에서 349곳으로 5년 동안 45%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2010년 내수시장에서 7%에 불과하던 수입차 점유율이 5년 만에 15%로 급증하면서 전시장이나 서비스센터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밀어내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있다. 수입차 수요에 비해 전시장을 늘리다 보니 실적 경쟁만 과열된다는 것이다. 독일 수입차 딜러인 강상훈(37·가명) 씨는 “본사에서 딜러사에 물량을 주고 실적을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딜러사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딜러 수도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딜러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서류상 판매대수를 늘린다”고 말했다. 강씨는 “영리한 고객은 블랙박스·선팅·차량 매트 설치 등을 기본으로 요구한다. 대당 100만~150만 원이 이런 서비스 명목으로 지출되는데 딜러들은 개인적으로 10만~20만 원씩 손해 보는 것을 점점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판매량을 늘려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다만 할인 경쟁이나 밀어내기에 대해 각 수입차 본사는 “본사와는 관련 없다”는 태도다. BMW코리아, 아우디코리아,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차량 가격 대폭 할인은 본사가 아니라 딜러사가 자율적으로 행하며, 밀어내기를 지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입차 밀어내기로 가장 크게 손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할인가에 유혹돼 무리하게 대출받거나 24~36개월 이자를 낸 후 차량 가격을 납부하는 ‘유예할부’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객은 자동차 구매로 경제적 위기에 빠지고, 딜러사는 손해를 감수하는 상황이 시장을 더욱 왜곡하고 있다고 자동차 전문가는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자동차 구매로 파산한 카푸어(Car Poor) 양산이 최근 본격화됐다. 이는 자동차업계에 중·장기적인 손해를 끼칠 것”이라며 “자동차업계는 충성 고객의 재구매와 장기적인 수익이 중요한 영역이다. 지금처럼 과도한 할인 경쟁이나 실적 만능주의 정책은 결국 업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입차 가격은 3000만 원 이상에서 수억 원까지 호가한다. 그럼에도 판매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할인 폭이 크기 때문이다. 판매가에 따라 수십만 원부터 2000만 원 이상 깎아주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판매 급증의 원인을 “가격 조정으로 인한 밀어내기”라고 분석한다.
파격 할인으로 ‘유로 5’ 급속 처리
수입차 가격 인하는 판매처(딜러사)나 영업사원(딜러)이 적극 주도한다. 인터넷 자동차 전문 포털사이트 ‘다나와자동차’ 관계자는 “수입차 딜러들에게 8월 판매조건을 문의한 결과, BMW 320d(4650만 원 이상)는 600만 원, 530d(6390만 원 이상)는 800만 원, 640d(1억830만 원 이상)는 2000만 원까지 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 딜러 김성원(36·가명) 씨는 “아우디 A8(1억2670만 원 이상)의 경우 8월 현재 판매가의 17% 정도 할인해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수입차업계가 이토록 파격적인 할인을 시행하면서까지 판매량을 늘린 이유는 뭘까.
먼저 디젤(경유)차의 판매 요건이 기존 ‘유로 5’에서 ‘유로 6’으로 강화되면서 유로 5 차량의 재고를 빨리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로 6은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로, 디젤차 배기가스 감축이 목적이다. 대형차의 경우 질소산화물(NOx) 배출 허용 기준이 기존 2.0g/㎾h에서 0.4g/㎾h로 80% 감소하고, 승용차는 기존 0.18g/km에서 0.08g/km로 50% 이상 낮아진다. 유로 6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유로 5 차량은 수입 기한 8월 31일, 판매 기한 11월 30일까지다.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도 마찬가지다. 디젤차에 주력하는 수입차 업체들이 유로 5 재고를 빨리 판매하려고 서두르는 이유다.
독일 수입차 딜러인 신재윤(35·가명) 씨는 “일부 수입차 한국지사가 유로 5 차량을 과다하게 수입해 재고가 쌓였다”며 “한국지사에서는 물량을 딜러사에 넘기고, 딜러사는 판매 실적 때문에 과도한 할인을 하면서까지 차를 팔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일반적으로 딜러사의 수익은 차량 판매가의 10~15%로 이 수익을 딜러사 운영비, 차량가 할인 등으로 나눠 쓴다. 일부 업체가 1000만 원 이상 할인한다는 것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이 안 사면 딜러라도 사야
최근 수입차 업계 경쟁이 부쩍 치열해진 것도 밀어내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수입차 전시장은 364개에 달한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는 현대자동차 전시장이 총 830여 개인 점과 비교해도 점유율 15%인 수입차 전시장 수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수입차 전시장은 2010년 3월 208개였지만 약 5년 만에 78%가 늘었고, 수입차 AS(사후관리)센터도 240곳에서 349곳으로 5년 동안 45%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2010년 내수시장에서 7%에 불과하던 수입차 점유율이 5년 만에 15%로 급증하면서 전시장이나 서비스센터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밀어내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있다. 수입차 수요에 비해 전시장을 늘리다 보니 실적 경쟁만 과열된다는 것이다. 독일 수입차 딜러인 강상훈(37·가명) 씨는 “본사에서 딜러사에 물량을 주고 실적을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딜러사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딜러 수도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딜러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서류상 판매대수를 늘린다”고 말했다. 강씨는 “영리한 고객은 블랙박스·선팅·차량 매트 설치 등을 기본으로 요구한다. 대당 100만~150만 원이 이런 서비스 명목으로 지출되는데 딜러들은 개인적으로 10만~20만 원씩 손해 보는 것을 점점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판매량을 늘려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다만 할인 경쟁이나 밀어내기에 대해 각 수입차 본사는 “본사와는 관련 없다”는 태도다. BMW코리아, 아우디코리아,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차량 가격 대폭 할인은 본사가 아니라 딜러사가 자율적으로 행하며, 밀어내기를 지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입차 밀어내기로 가장 크게 손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할인가에 유혹돼 무리하게 대출받거나 24~36개월 이자를 낸 후 차량 가격을 납부하는 ‘유예할부’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객은 자동차 구매로 경제적 위기에 빠지고, 딜러사는 손해를 감수하는 상황이 시장을 더욱 왜곡하고 있다고 자동차 전문가는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자동차 구매로 파산한 카푸어(Car Poor) 양산이 최근 본격화됐다. 이는 자동차업계에 중·장기적인 손해를 끼칠 것”이라며 “자동차업계는 충성 고객의 재구매와 장기적인 수익이 중요한 영역이다. 지금처럼 과도한 할인 경쟁이나 실적 만능주의 정책은 결국 업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