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인형 세트 주세요.” “이거 한국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 맞나요?”
8월 1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손님들은 초대형 곰인형 앞에서 사진 찍기에 바빴다. 방문자의 절반 이상이 일본·중국계 관광객으로 보였다. 토끼 캐릭터 ‘코니’ 머그잔을 산 일본인 사카모토 아키(26·여)는 “일본 매장보다 인테리어가 예쁘고, 젊은 여성 취향의 물건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과 카카오톡의 캐릭터들이 오프라인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다. 휴대전화 속 이모티콘이 소비자가 직접 만지고 곁에 두는 인형이나 문구 등으로 재탄생한 것. 라인의 모회사 네이버와 카카오톡의 모회사 다음카카오는 본격적인 캐릭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5년 3월 캐릭터 사업을 전담하는 ‘라인프렌즈’를 설립했고, 다음카카오도 7월 ‘카카오프렌즈’를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오프라인 캐릭터 사업은 카카오톡이 라인보다 한발 앞서 시작했다. 카카오톡은 2014년 11월 서울 신촌에 상설매장을 오픈해 현재 국내 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상품은 삼립식품 포장지를 캐릭터로 꾸민 일명 ‘카톡빵’.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3천700만 봉이 판매됐다. 그 외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31은 물론, 치약과 화장품 같은 친근한 생활용품에서도 카카오톡 캐릭터를 볼 수 있다.
‘나의 아바타’로 인식, 차별화된 인기
라인프렌즈는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2015년 3월 오픈한 가로수길 매장을 포함해 8월 10일 현재 국내 매장 7개를 운영 중이고 중국, 대만, 일본, 홍콩에 총 6개 매장을 오픈했다. 8월 중 국내 2개 및 홍콩 1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해외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 구스타프베리와 주얼리 액세서리, 도자기 그릇을 출시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가로수길 매장 등 주요 매장의 월평균 매출이 10억 원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이모티콘이 실제 상품의 주인공이 된 것은 새롭다. 메신저 속 주인공들이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활약하는 비결은 뭘까.
이모티콘의 주요 기능은 감정 표현이다. 이 점이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느껴져 실제 상품 판매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모티콘과 자아 표현의 관계를 연구한 홍장선 고려대 강사(언론학 박사)는 “이모티콘은 사용자의 감정이 투사된 ‘아바타’다. 정해진 스토리 속에서 활동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는 다르다”며 “이모티콘은 모양이 동물일 뿐 의인화된 캐릭터이고, 특히 카카오톡 캐릭터는 공부, 직장생활, 연애 등의 상황을 묘사해 성인들로 하여금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따라서 사용자가 친근함을 느끼고 그러한 감정적 형태가 가시적인 소비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톡 캐릭터들의 경우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점도 소비자가 친근함을 느끼는 요인이 됐다. 잡종견 콤플렉스가 있는 부잣집 개 ‘프로도’, 토끼로 변장한 단무지 ‘무지’, 유전자변이 복숭아 ‘어피치’ 등 캐릭터마다 재미있는 탄생 배경을 갖고 있다. 이종윤 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 교수는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가 소비자의 웃음을 유발했고, 소비자를 강력하게 흡수하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모티콘 받기 위해 택시 타기도
키덜트(kidult·장난감을 갖고 노는 어른)의 확산도 캐릭터의 유행을 이끌었다. 특히 캐릭터들의 귀여운 특징이 다양한 연령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는 분석이 있다. 이종윤 교수는 “예전에는 어른이 캐릭터를 좋아하면 ‘애 같다’고 핀잔을 받았지만,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어른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며 “키덜트가 증가하는 시기에 맞춰 이모티콘 상품이 활성화돼 큰 유행을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나 인기를 유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스마트폰에서 자주 쓰는 캐릭터를 오프라인에서 볼 때 ‘지겨움’보단 ‘친근함’을 느낀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한 선호는 가상이나 현실 등의 공간에 크게 제약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라인상 캐릭터 이용은 오프라인상 구매와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통계가 있다.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의 7월 통계에 따르면 온라인 캐릭터 이용자들은 캐릭터와 관련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택시가 3월 31일 출시 한 달 만에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이용자 수 115만 명, 순 이용자 수 91만 명을 확보하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유가 카카오택시 이용 시 증정하는 한정판 이모티콘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정판 이모티콘을 받기 위해 일부러 카카오택시 앱을 설치했다는 의견이 공유되고,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서는 ‘카카오택시 이모티콘 받는 법’을 문의하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온라인 캐릭터가 오프라인 서비스의 사용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는 지역 및 소비자를 고려해 더 세심하게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도 소비자의 특성이 갈린다”며 “베이징에는 노트, 펜, USB 저장장치 등 실생활에 유용한 아이템에, 상하이에는 110cm 크기의 대형 인형 등 크고 화려한 제품에, 싱가포르에는 신제품에 열광하는 고객층이 많다”며 “소비자에 따라 판매 전략을 차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면 밖으로 나온 ‘귀요미’ 캐릭터들이 소비자의 일상에 어디까지 스며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월 1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손님들은 초대형 곰인형 앞에서 사진 찍기에 바빴다. 방문자의 절반 이상이 일본·중국계 관광객으로 보였다. 토끼 캐릭터 ‘코니’ 머그잔을 산 일본인 사카모토 아키(26·여)는 “일본 매장보다 인테리어가 예쁘고, 젊은 여성 취향의 물건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과 카카오톡의 캐릭터들이 오프라인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다. 휴대전화 속 이모티콘이 소비자가 직접 만지고 곁에 두는 인형이나 문구 등으로 재탄생한 것. 라인의 모회사 네이버와 카카오톡의 모회사 다음카카오는 본격적인 캐릭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5년 3월 캐릭터 사업을 전담하는 ‘라인프렌즈’를 설립했고, 다음카카오도 7월 ‘카카오프렌즈’를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오프라인 캐릭터 사업은 카카오톡이 라인보다 한발 앞서 시작했다. 카카오톡은 2014년 11월 서울 신촌에 상설매장을 오픈해 현재 국내 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상품은 삼립식품 포장지를 캐릭터로 꾸민 일명 ‘카톡빵’.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3천700만 봉이 판매됐다. 그 외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31은 물론, 치약과 화장품 같은 친근한 생활용품에서도 카카오톡 캐릭터를 볼 수 있다.
‘나의 아바타’로 인식, 차별화된 인기
라인프렌즈는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2015년 3월 오픈한 가로수길 매장을 포함해 8월 10일 현재 국내 매장 7개를 운영 중이고 중국, 대만, 일본, 홍콩에 총 6개 매장을 오픈했다. 8월 중 국내 2개 및 홍콩 1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해외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 구스타프베리와 주얼리 액세서리, 도자기 그릇을 출시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가로수길 매장 등 주요 매장의 월평균 매출이 10억 원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이모티콘이 실제 상품의 주인공이 된 것은 새롭다. 메신저 속 주인공들이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활약하는 비결은 뭘까.
이모티콘의 주요 기능은 감정 표현이다. 이 점이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느껴져 실제 상품 판매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모티콘과 자아 표현의 관계를 연구한 홍장선 고려대 강사(언론학 박사)는 “이모티콘은 사용자의 감정이 투사된 ‘아바타’다. 정해진 스토리 속에서 활동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는 다르다”며 “이모티콘은 모양이 동물일 뿐 의인화된 캐릭터이고, 특히 카카오톡 캐릭터는 공부, 직장생활, 연애 등의 상황을 묘사해 성인들로 하여금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따라서 사용자가 친근함을 느끼고 그러한 감정적 형태가 가시적인 소비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톡 캐릭터들의 경우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점도 소비자가 친근함을 느끼는 요인이 됐다. 잡종견 콤플렉스가 있는 부잣집 개 ‘프로도’, 토끼로 변장한 단무지 ‘무지’, 유전자변이 복숭아 ‘어피치’ 등 캐릭터마다 재미있는 탄생 배경을 갖고 있다. 이종윤 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 교수는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가 소비자의 웃음을 유발했고, 소비자를 강력하게 흡수하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모티콘 받기 위해 택시 타기도
키덜트(kidult·장난감을 갖고 노는 어른)의 확산도 캐릭터의 유행을 이끌었다. 특히 캐릭터들의 귀여운 특징이 다양한 연령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는 분석이 있다. 이종윤 교수는 “예전에는 어른이 캐릭터를 좋아하면 ‘애 같다’고 핀잔을 받았지만,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어른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며 “키덜트가 증가하는 시기에 맞춰 이모티콘 상품이 활성화돼 큰 유행을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나 인기를 유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스마트폰에서 자주 쓰는 캐릭터를 오프라인에서 볼 때 ‘지겨움’보단 ‘친근함’을 느낀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한 선호는 가상이나 현실 등의 공간에 크게 제약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라인상 캐릭터 이용은 오프라인상 구매와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통계가 있다.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의 7월 통계에 따르면 온라인 캐릭터 이용자들은 캐릭터와 관련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택시가 3월 31일 출시 한 달 만에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이용자 수 115만 명, 순 이용자 수 91만 명을 확보하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유가 카카오택시 이용 시 증정하는 한정판 이모티콘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정판 이모티콘을 받기 위해 일부러 카카오택시 앱을 설치했다는 의견이 공유되고,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서는 ‘카카오택시 이모티콘 받는 법’을 문의하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온라인 캐릭터가 오프라인 서비스의 사용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는 지역 및 소비자를 고려해 더 세심하게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도 소비자의 특성이 갈린다”며 “베이징에는 노트, 펜, USB 저장장치 등 실생활에 유용한 아이템에, 상하이에는 110cm 크기의 대형 인형 등 크고 화려한 제품에, 싱가포르에는 신제품에 열광하는 고객층이 많다”며 “소비자에 따라 판매 전략을 차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면 밖으로 나온 ‘귀요미’ 캐릭터들이 소비자의 일상에 어디까지 스며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