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의 관심이 롯데그룹 창업 2세들이 벌이는 경영권을 둘러싼 세칭 ‘형제의 난’에 쏠려 있다. 통상 재벌가(家)의 경영권 분쟁은 일반인의 비상한 관심을 끌지만, 롯데가의 싸움이 유독 더 관심을 끄는 이유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롯데가는 자산 규모 기준으로 국내 재계 서열 5위(공기업 제외)인 데다, 일본에서 창업해 그동안 내부 사정이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창업주의 여자관계 등 대중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많다. 더욱이 일본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관심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주목되는 임시 주총 표 대결
이번 분쟁의 핵심은 롯데그룹 차기 승계권자로 강력히 부상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세를 취하면서 승계구도가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분쟁이 단순히 형제간 싸움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 두 형제의 갈등에 창업주이자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맏딸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까지 가세하면서 분쟁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
지분율이나 카리스마를 감안해보면 이번 분쟁의 ‘키맨’은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일단 싸움이 벌어진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보면 신 회장이 33% 정도로 가장 많다. 여기에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도 5%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본인이 19%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 우호지분을 합쳐 최대 40% 안팎으로 예상된다.
굳이 지분관계를 짚어보는 이유는 조만간 열릴 임시 주주총회(주총)의 표 대결 때문이다. 사안은 신동빈 부회장이 7월 28일 소집한 긴급이사회에서 결의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 해임(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해임)과 ‘명예회장직 신설’ 등 두 건이다. 두 건 모두 주총에서 참석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결국 주총 결과에 따라 한일 롯데그룹의 운명이 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 대결을 하면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는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 결과에 대해 양측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예를 들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이긴다면 틀림없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할 테고, 반대라면 신동빈 회장 측이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많다. 이 문제는 보통 재벌가의 결말처럼 가족회의나 양자 간 타협으로 재산을 쪼개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럴 공산도 크다.
그렇다면 롯데그룹 2세들은 왜 지금 이 상황까지 끌고 온 것일까. 표면적으론 지난해 7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제과 주식 매입부터 1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 올해 7월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취임에 이르는 과정에서 형제간 감정이 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더 있었으리란 관측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가신들의 구실’이다. 사실 현재의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일본 롯데홀딩스를 차지하지 못하면 한국 롯데도 장악하기 힘들다.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 계열사 형태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어,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지 못하면 자산 규모 80조 원이 넘는 한국 롯데그룹을 가질 수 없다. 이런 점을 누군가 파고들어 싸움을 부추겼을 공산이 크다.
측근의 꼬드김과 부추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잘 뜯어보면 “자신의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경영 능력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 측이 잘못된 정보를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전해 이사직에서 해임됐다”고 주장한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여기서 신동빈 회장 측이라고 지목한 것은 신동빈 회장의 측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신동빈 회장이 처음부터 형을 경영에서 배제하겠다는 생각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한국 롯데는 자신에게, 일본 롯데는 형에게 경영을 맡긴다는 부친(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친의 명을 거역하고, 굳이 형을 몰아낼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 더욱이 형을 경영에서 내몰았을 때 강한 반발이 있으리란 예측도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인물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노선에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다. 올해 72세로 알려진 쓰쿠다 사장은 신 총괄회장과 함께 사실상 일본롯데그룹을 경영해온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신 전 부회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그동안 치열한 주도권 전쟁을 벌였다는 얘기가 나돈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을 자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내분이 격화되자 쓰쿠다 사장이 자신의 구명을 위해 신동빈 회장을 부추겼을 여지가 없지 않다. 이런 와중에 신동빈 회장의 지근거리에 있는 국내 측근들도 형에게 불리한 얘기를 지속적으로 전하면서 형제간 감정의 골을 깊게 했을 개연성이 있다.
국내에서 벌어진 많은 형제의 난을 뜯어보면 ‘가신들의 구실’이 적잖았음을 목격할 수 있다. 2000년 3월 벌어진 현대가 왕자의 난도 실제 ‘가신의 난’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롯데가 형제의 난도 가족 간 갈등 못지않게, 측근들의 꼬드김이나 부추김이 존재하는 듯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먼저 롯데가는 자산 규모 기준으로 국내 재계 서열 5위(공기업 제외)인 데다, 일본에서 창업해 그동안 내부 사정이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창업주의 여자관계 등 대중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많다. 더욱이 일본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관심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주목되는 임시 주총 표 대결
이번 분쟁의 핵심은 롯데그룹 차기 승계권자로 강력히 부상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세를 취하면서 승계구도가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분쟁이 단순히 형제간 싸움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 두 형제의 갈등에 창업주이자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맏딸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까지 가세하면서 분쟁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
지분율이나 카리스마를 감안해보면 이번 분쟁의 ‘키맨’은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일단 싸움이 벌어진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보면 신 회장이 33% 정도로 가장 많다. 여기에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도 5%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본인이 19%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 우호지분을 합쳐 최대 40% 안팎으로 예상된다.
굳이 지분관계를 짚어보는 이유는 조만간 열릴 임시 주주총회(주총)의 표 대결 때문이다. 사안은 신동빈 부회장이 7월 28일 소집한 긴급이사회에서 결의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 해임(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해임)과 ‘명예회장직 신설’ 등 두 건이다. 두 건 모두 주총에서 참석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결국 주총 결과에 따라 한일 롯데그룹의 운명이 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 대결을 하면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는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 결과에 대해 양측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예를 들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이긴다면 틀림없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할 테고, 반대라면 신동빈 회장 측이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많다. 이 문제는 보통 재벌가의 결말처럼 가족회의나 양자 간 타협으로 재산을 쪼개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럴 공산도 크다.
그렇다면 롯데그룹 2세들은 왜 지금 이 상황까지 끌고 온 것일까. 표면적으론 지난해 7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제과 주식 매입부터 1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 올해 7월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취임에 이르는 과정에서 형제간 감정이 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더 있었으리란 관측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가신들의 구실’이다. 사실 현재의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일본 롯데홀딩스를 차지하지 못하면 한국 롯데도 장악하기 힘들다.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 계열사 형태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어,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지 못하면 자산 규모 80조 원이 넘는 한국 롯데그룹을 가질 수 없다. 이런 점을 누군가 파고들어 싸움을 부추겼을 공산이 크다.
측근의 꼬드김과 부추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잘 뜯어보면 “자신의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경영 능력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 측이 잘못된 정보를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전해 이사직에서 해임됐다”고 주장한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여기서 신동빈 회장 측이라고 지목한 것은 신동빈 회장의 측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신동빈 회장이 처음부터 형을 경영에서 배제하겠다는 생각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한국 롯데는 자신에게, 일본 롯데는 형에게 경영을 맡긴다는 부친(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친의 명을 거역하고, 굳이 형을 몰아낼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 더욱이 형을 경영에서 내몰았을 때 강한 반발이 있으리란 예측도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인물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노선에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다. 올해 72세로 알려진 쓰쿠다 사장은 신 총괄회장과 함께 사실상 일본롯데그룹을 경영해온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신 전 부회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그동안 치열한 주도권 전쟁을 벌였다는 얘기가 나돈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을 자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내분이 격화되자 쓰쿠다 사장이 자신의 구명을 위해 신동빈 회장을 부추겼을 여지가 없지 않다. 이런 와중에 신동빈 회장의 지근거리에 있는 국내 측근들도 형에게 불리한 얘기를 지속적으로 전하면서 형제간 감정의 골을 깊게 했을 개연성이 있다.
국내에서 벌어진 많은 형제의 난을 뜯어보면 ‘가신들의 구실’이 적잖았음을 목격할 수 있다. 2000년 3월 벌어진 현대가 왕자의 난도 실제 ‘가신의 난’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롯데가 형제의 난도 가족 간 갈등 못지않게, 측근들의 꼬드김이나 부추김이 존재하는 듯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