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캄캄한 터널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해가 갈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민간소비는 과거 활력을 되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등의 영향으로 경기 하락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졌다가 올해 초 저유가·저금리 등에 힘입어 내수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였지만 5~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여파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메르스 확산 국면 4주째인 6월 중순, 하반기 한국 경제 전망도 덩달아 악화됐다. 6월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3.7%에서 2.8%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역대 정부 기관이나 주요 연구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와중에 메르스 충격까지 겹쳐 성장률을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4월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5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3.7%에서 3.3%로, 6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에서 3.0%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그러면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 경제 상황은 어땠을까.
3월 기준금리 인하 극약처방으로 일시 활력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한국은행은 6월 11일 또다시 기준금리를 1.5%로 낮췄다(표1 참조). 당초 한국은행은 3월 이후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경제지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자 4월과 5월 금리를 동결한 채 1%대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5월 1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개선에 긍정적 신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흐름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 말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메르스 감염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경기가 악화되자 곳곳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한국은행은 최초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3주 만에 또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이미 3월 기준금리 1% 시대가 열리면서 여력이 있는 소비자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대거 투자에 나섰다. 이 때문에 1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74조4000억 원 늘어난 7.3% 증가율을 보였고 1100조 원에 달한 실정이다(표2 참조). 지난해 3~4분기까지 가계부채 증감률은 각각 6.6%로 유지되는 듯했으나 한국은행의 3월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1분기 대출 증가폭이 컸다.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돈이 될 만한 곳을 찾아 투자에 나섰다. 가계대출 비율을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5월에만 6조3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일례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5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0만8948호에 달했다(표3 참조). 이는 전년 동월 거래량이 7만6264호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주식시장도 3월 중순 이후 활황세가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서 내놓은 5월 한 달간 투자자별 거래 현황을 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순매수는 9499억 원으로 2월 순매수가 -1조7800억 원이던 것에 비하면 매수가 압도적으로 늘었다(표4 참조). 이는 당시 금융투자, 은행, 국가의 순매수 거래대금을 합친 것보다 15배 이상 많은 것이다.
수출 하락세, 하반기 반전 가능성 낮아
3월 한국은행 금리인하 조치가 증시와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만큼 미친 상황에서 이번 6월 금리인하 조치가 다시금 내수경기 회복세를 견인할지는 미지수다. KDB대우증권 한 관계자는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3월 금리인하로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금 투입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리인하 조치보다 오히려 선물옵션시장 제한 완화 등 추가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금리인하가 각종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미약한 현 경제 상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국내 경기를 전망할 때 가장 먼저 논의되는 지표는 수출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한 약 424억 달러, 수입은 15.3% 감소한 약 361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63억 달러 흑자를 보였다(표5 참조).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세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무늬만 흑자’일 뿐 수출 자체만 보면 2015년 5월까지 수출지표는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하반기에 수출 규모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해 10월부터 큰 폭으로 하락한 국제유가가 다시 예년 수준으로 오를 경우 단가가 상승해 수출 규모 또한 증대될 수 있다는 것. 유진투자증권은 5월 중순 ‘2015년 하반기 경제전망 : 경제/유가’ 보고서에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이 반등하면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던 수출 단가는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 내외 감소로 축소되고, 수출물량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것과 비슷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찬가지로 KB투자증권도 5월 말 ‘2015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국제유가만 안정된다면 하반기에는 가격 안정으로 대외 수출입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수출 부진의 구조적 원인이 개선된 결과라고 볼 수 없다. 수출 물량은 동일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유가 상승으로 부풀려진 수출 규모를 긍정적 변화라고 인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중국의 경제 동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산업구조가 선진국들의 단순 하청 생산에서 벗어나 자국 소비시장을 노리는 자체 생산 쪽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 약화가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6월 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대외적으로 대중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경제 동향과 수출 동향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7%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 대중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 자명한 현실이다. 또 과거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분야였던 전자, 철강, 자동차, 조선, 중공업 등에서 중국이 우리의 수출 경쟁국으로 부상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산업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하락세를 반전시킬 만한 요소가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반기 경제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저유가·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5월까지만 해도 내수경기가 다소 호전되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올해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 101에서 5월 105로 높아졌다. 주요 유통업체의 4~5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에 금리인상 전망까지, 엎친 데 덮친 격
그러나 5월 말 메르스 감염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6월까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소폭 개선되던 경제주체의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홍콩의 경우 2002년 11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집중적으로 발병하기 시작해 2003년 7월까지 9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홍콩통계국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세가 1년 넘게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표를 바탕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하반기 내수경기가 일정 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향후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더라도 최소 3개월에 걸쳐 경제주체들의 소비활동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민간소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5~6월 판매지표를 봐야 한다. 백화점, 대형마트 같은 유통과 관광 분야 등에서 매출이 줄었지만 소비심리가 크게 꺾이지 않았기 때문에 침체를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메르스 사태가 8월까지 이어질 경우 민간소비 부진, 생산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GDP가 3.0%보다 더 내려갈 수 있겠지만 7월부터 정상화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여파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만약 연준의 금리인상이 9월로 정해질 경우 한국은행에서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1100조 원에 이르는 국내 가계부채의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국내에 유입된 외국계 자본이 상당 부분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채권금리가 높아지고 연동된 상품들의 가치가 오르면 국내로 유입된 해외 투자자금이 가치가 높은 투자처로 빠져나갈 것은 자명한 일. 선대인 소장은 “6월 중순까지 외국인 자금이 6000억 원 넘게 빠져나갔다. 4~5월 증시 활황 추세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6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아직까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외국계 자본 유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에는 주가가 더 가라앉을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6월 둘째 주(8~12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6703억 원을 순매도했고, 16일 하루에만 3148억 원을 순매도했다. 1월 6일 3300억 원을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많은 주식을 내다판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미국 연준의 정확한 금리인상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외국 자본 유출은 이보다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정부 경기부양책 절실
그나마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과 금리인하로 상반기 국내 경제 활성화를 주도했던 분야는 건설업계였다. 건설업체들은 그동안 부동산 경기 악화로 묵혀둘 수밖에 없었던 택지에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고, 정부도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메르스 후폭풍으로 6월 주택거래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7월에 끝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1년 더 연장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DTI를 전 금융권과 수도권에 60%, LTV는 전 금융권과 전국에 70%로 완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6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LTV·DTI 규제 완화는 서민에게 불편을 줬던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재 부동산시장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어 규제 완화를 계속 유지해 서민의 어려움을 해소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100조 원대 가계부채 리스크 우려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가계부채 리스크 요인인 것은 틀림없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활황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부양책과 저금리·전세난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부동산경기가 풀린 것으로 파악했고, 인하된 대출금리가 유지된다면 하반기에도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전국적으로 쏟아진 분양물량의 입주 시기가 돌아오는 내년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46쪽 기사 참조).
이런 가운데 정부의 역할에도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가 재정 집행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1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 필요성이 있다면 가능한 한 신속하게 편성해 재정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 국면이 종식될지, 장기화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6월 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 준비 과정에서 추경 편성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 기업의 생산투자가 부족했고, 수출도 원화 강세로 부진한 데다 내부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계속됐다. 만약 하반기에도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이대로 유지되거나 나빠지게 될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변수가 예상되지만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기가 유지될 수도 있다. 금리를 더 낮춰 유동성을 공급하고 투자 규제, 노동 규제를 합리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확산 국면 4주째인 6월 중순, 하반기 한국 경제 전망도 덩달아 악화됐다. 6월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3.7%에서 2.8%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역대 정부 기관이나 주요 연구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와중에 메르스 충격까지 겹쳐 성장률을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4월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5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3.7%에서 3.3%로, 6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에서 3.0%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그러면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 경제 상황은 어땠을까.
3월 기준금리 인하 극약처방으로 일시 활력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한국은행은 6월 11일 또다시 기준금리를 1.5%로 낮췄다(표1 참조). 당초 한국은행은 3월 이후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경제지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자 4월과 5월 금리를 동결한 채 1%대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5월 1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개선에 긍정적 신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흐름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 말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메르스 감염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경기가 악화되자 곳곳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한국은행은 최초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3주 만에 또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이미 3월 기준금리 1% 시대가 열리면서 여력이 있는 소비자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대거 투자에 나섰다. 이 때문에 1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74조4000억 원 늘어난 7.3% 증가율을 보였고 1100조 원에 달한 실정이다(표2 참조). 지난해 3~4분기까지 가계부채 증감률은 각각 6.6%로 유지되는 듯했으나 한국은행의 3월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1분기 대출 증가폭이 컸다.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돈이 될 만한 곳을 찾아 투자에 나섰다. 가계대출 비율을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5월에만 6조3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일례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5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0만8948호에 달했다(표3 참조). 이는 전년 동월 거래량이 7만6264호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주식시장도 3월 중순 이후 활황세가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서 내놓은 5월 한 달간 투자자별 거래 현황을 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순매수는 9499억 원으로 2월 순매수가 -1조7800억 원이던 것에 비하면 매수가 압도적으로 늘었다(표4 참조). 이는 당시 금융투자, 은행, 국가의 순매수 거래대금을 합친 것보다 15배 이상 많은 것이다.
수출 하락세, 하반기 반전 가능성 낮아
3월 한국은행 금리인하 조치가 증시와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만큼 미친 상황에서 이번 6월 금리인하 조치가 다시금 내수경기 회복세를 견인할지는 미지수다. KDB대우증권 한 관계자는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3월 금리인하로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금 투입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리인하 조치보다 오히려 선물옵션시장 제한 완화 등 추가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금리인하가 각종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미약한 현 경제 상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국내 경기를 전망할 때 가장 먼저 논의되는 지표는 수출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한 약 424억 달러, 수입은 15.3% 감소한 약 361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63억 달러 흑자를 보였다(표5 참조).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세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무늬만 흑자’일 뿐 수출 자체만 보면 2015년 5월까지 수출지표는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하반기에 수출 규모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해 10월부터 큰 폭으로 하락한 국제유가가 다시 예년 수준으로 오를 경우 단가가 상승해 수출 규모 또한 증대될 수 있다는 것. 유진투자증권은 5월 중순 ‘2015년 하반기 경제전망 : 경제/유가’ 보고서에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이 반등하면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던 수출 단가는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 내외 감소로 축소되고, 수출물량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것과 비슷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찬가지로 KB투자증권도 5월 말 ‘2015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국제유가만 안정된다면 하반기에는 가격 안정으로 대외 수출입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수출 부진의 구조적 원인이 개선된 결과라고 볼 수 없다. 수출 물량은 동일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유가 상승으로 부풀려진 수출 규모를 긍정적 변화라고 인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중국의 경제 동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산업구조가 선진국들의 단순 하청 생산에서 벗어나 자국 소비시장을 노리는 자체 생산 쪽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 약화가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6월 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대외적으로 대중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경제 동향과 수출 동향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7%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 대중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 자명한 현실이다. 또 과거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분야였던 전자, 철강, 자동차, 조선, 중공업 등에서 중국이 우리의 수출 경쟁국으로 부상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산업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하락세를 반전시킬 만한 요소가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반기 경제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저유가·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5월까지만 해도 내수경기가 다소 호전되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올해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 101에서 5월 105로 높아졌다. 주요 유통업체의 4~5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에 금리인상 전망까지, 엎친 데 덮친 격
그러나 5월 말 메르스 감염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6월까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소폭 개선되던 경제주체의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홍콩의 경우 2002년 11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집중적으로 발병하기 시작해 2003년 7월까지 9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홍콩통계국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세가 1년 넘게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표를 바탕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하반기 내수경기가 일정 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향후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더라도 최소 3개월에 걸쳐 경제주체들의 소비활동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민간소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5~6월 판매지표를 봐야 한다. 백화점, 대형마트 같은 유통과 관광 분야 등에서 매출이 줄었지만 소비심리가 크게 꺾이지 않았기 때문에 침체를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메르스 사태가 8월까지 이어질 경우 민간소비 부진, 생산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GDP가 3.0%보다 더 내려갈 수 있겠지만 7월부터 정상화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여파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만약 연준의 금리인상이 9월로 정해질 경우 한국은행에서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1100조 원에 이르는 국내 가계부채의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국내에 유입된 외국계 자본이 상당 부분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채권금리가 높아지고 연동된 상품들의 가치가 오르면 국내로 유입된 해외 투자자금이 가치가 높은 투자처로 빠져나갈 것은 자명한 일. 선대인 소장은 “6월 중순까지 외국인 자금이 6000억 원 넘게 빠져나갔다. 4~5월 증시 활황 추세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6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아직까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외국계 자본 유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에는 주가가 더 가라앉을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6월 둘째 주(8~12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6703억 원을 순매도했고, 16일 하루에만 3148억 원을 순매도했다. 1월 6일 3300억 원을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많은 주식을 내다판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미국 연준의 정확한 금리인상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외국 자본 유출은 이보다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정부 경기부양책 절실
그나마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과 금리인하로 상반기 국내 경제 활성화를 주도했던 분야는 건설업계였다. 건설업체들은 그동안 부동산 경기 악화로 묵혀둘 수밖에 없었던 택지에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고, 정부도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메르스 후폭풍으로 6월 주택거래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7월에 끝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1년 더 연장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DTI를 전 금융권과 수도권에 60%, LTV는 전 금융권과 전국에 70%로 완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6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LTV·DTI 규제 완화는 서민에게 불편을 줬던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재 부동산시장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어 규제 완화를 계속 유지해 서민의 어려움을 해소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100조 원대 가계부채 리스크 우려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가계부채 리스크 요인인 것은 틀림없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활황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부양책과 저금리·전세난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부동산경기가 풀린 것으로 파악했고, 인하된 대출금리가 유지된다면 하반기에도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전국적으로 쏟아진 분양물량의 입주 시기가 돌아오는 내년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46쪽 기사 참조).
이런 가운데 정부의 역할에도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가 재정 집행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1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 필요성이 있다면 가능한 한 신속하게 편성해 재정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 국면이 종식될지, 장기화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6월 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 준비 과정에서 추경 편성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 기업의 생산투자가 부족했고, 수출도 원화 강세로 부진한 데다 내부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계속됐다. 만약 하반기에도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이대로 유지되거나 나빠지게 될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변수가 예상되지만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기가 유지될 수도 있다. 금리를 더 낮춰 유동성을 공급하고 투자 규제, 노동 규제를 합리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