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Consecration of the Emperor Napoleon)’, 자크루이 다비드, 1807년, 979×621cm,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
이 그림에서 나폴레옹은 위대한 왕으로 묘사됐습니다. 그 권위적인 분위기는 그림 배경이 되는 거대한 건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실내는 천장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데도 사람 키의 3배 정도 높이입니다. 그 거대한 공간을 수많은 사람이 메우고 있습니다. 궁중 관리 무리와 시녀들, 그리고 구경하는 많은 사람과 교황을 비롯한 한 무리의 성직자도 보입니다. 이들 모두의 중심에는 무릎 꿇고 있는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워주기 위해 왕관을 번쩍 든 나폴레옹이 있습니다. 황금색의 월계관을 쓴 나폴레옹은 그림 정중앙쯤에 위치하며, 흰색 옷 위에 화려한 붉은색의 옷을 걸쳐 입고 있습니다. 흰색과 붉은색이 대비돼 눈에 잘 띄는 데다, 그 주위를 좀 더 밝게 묘사해 얼핏 보면 나폴레옹이 빛을 뿜어내는 듯합니다. 나폴레옹에 비하면 교황조차 꼭두각시처럼 보일 뿐입니다.
이 그림은 오로지 나폴레옹을 위해 잘 짜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고전주의 화가들은 이처럼 교묘한 장치들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고전주의시대에 꿈꿨던 이성적인 인간의 모습이 다시금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제왕의 권력을 가졌던 나폴레옹은 아내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며 절대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이 1804년 12월 2일 대관식에서 원래 왕관 수여자는 교황 비오 7세였다고 합니다. 당시 교황 비오 7세는 한때 교회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폴레옹을 대관식에서 자기 발아래 무릎 꿇게 함으로써 교회의 권위를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대관식 주재 회의에서 이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그 제의를 수락했지만, 대관식 당일 교황이 나폴레옹에게 왕관을 씌우려 하자 나폴레옹은 왕관을 두 손으로 받아들고는 당황했을 교황을 뒤로한 채 스스로 머리에 황금 월계관을 썼습니다. 그리고 조제핀의 머리에도 직접 왕관을 씌워주는 모습을 이 그림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난한 귀족의 아들이지만 국민투표로 황제가 된 그는 교회 권력에 좌우되지 않고 유럽 제국을 지배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과시하듯 보여준 셈입니다.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며, 나폴레옹을 위한 선전적인 그림을 그리는 그룹의 수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장답게 그림을 통해 영웅을 만드는 일을 가장 잘 완수한 화가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