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브랜드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외관.
올해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등 많은 다양성영화가 상업영화 못지않은 흥행 성적을 내며 화제를 모았다. 하반기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최근 누적관객 수 340만 명을 넘어서며 ‘워낭소리’를 뛰어넘는 다양성영화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50, 60대 관객도 늘어나는 추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치코와 리타’ 등의 다양성영화를 수입 및 배급한 영화사 찬란의 수입홍보 담당 박상희 씨는 “과거엔 20, 30대 일부 마니아층으로 한정되던 다양성영화 수용층이 최근 50, 60대로까지 확대됐다”며 “이에 따라 관객 수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00년 개관한 후 우리나라의 대표적 다양성영화관으로 자리매김한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의 경우에도 개관 당시 주로 20, 30대였던 관객 연령층이 점차 높아지고, 특히 평일 낮 시간대에는 50, 60대 여성 관객이 많다고 한다.
영진위 통계에 따르면 현재 예술영화 전용관은 전국적으로 39개 극장에 47개 스크린에 불과하다. 여전히 한정적이긴 하지만 다양성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고 다양하다. 다양성영화 전용관은 대부분 일반 상영관에 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기획전, 감독이나 배우와의 만남의 장 등을 마련해 대중과 소통하는 기능을 한다.
씨네큐브의 경우 회원 결제금액의 10%를 적립해주고, 생일 달에는 무료 영화 1편을 제공한다. 올해는 개관 14주년을 맞아 11월 27일부터 일주일간 2014년 칸영화제 수상작 등 예술영화 화제작 10여 편을 개봉하기 전 미리 선보이는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기획전도 연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다양성영화 전용관인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는 매주 수요일 7시, 독립영화 감독과 함께 독립영화 발표회를 진행한다. 부성일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 실장은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미개봉 작품 가운데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 위주로 진행하는 만큼 다양성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좋은 기회”라고 소개했다.
영진위에서 운영하는 ‘인디플러스’는 국내 독립영화 상영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정기 상영회나 기획전 관람료는 5000원 선이다. 매주 수요일에는 국내 미개봉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한다.
서울 북촌에 있는 ‘씨네코드 선재’는 지역민에게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북촌영화산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인근 정독도서관과 협력해 정독도서관 마당에서 야외상영전을 펼치기도 한다. 야외상영전은 관람료가 2000~3000원대로 저렴하다.
영화사 백두대간에서 운영하는 ‘아트하우스 모모’는 영화관 최초로 큐레이터 제도를 도입한 관객 참여형 영화관이다. 관객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영화제와 문화예술 행사, 교육 프로그램 등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한다. 이화여대 캠퍼스 안에 있다는 특징을 살려 다양한 영화 토론 포럼을 운영하는 한편, ‘모모의 영화 보는 다락방’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등 젊은 관객층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상업영화 일색이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도 다양성영화 상영관 수를 늘리고 있다. 대표주자가 CGV다. 최근 CGV는 기존에 운영하던 다양성영화관 ‘무비꼴라쥬’를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CGV아트하우스’로 개편했다. CGV아트하우스 압구정에는 한국독립영화전용관도 따로 마련했다. CGV가 다양성영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2004년 10월 멀티플렉스 최초로 CGV강변, 상암, 서면에 각 1개씩 총 3개의 ‘인디영화관’을 론칭하면서부터.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전용관 수를 늘려 현재는 17개 지점 19개 아트하우스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CGV아트하우스 명동역 오픈도 준비 중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소통
다양성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비긴 어게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한 장면(위부터).
한편 우리나라의 다양성영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축제도 열린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서울독립영화제가 11월 27일부터 9일간 CGV아트하우스 압구정과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것.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에서 99년 대한민국독립단편영화제로, 2002년 서울독립영화제로 명칭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매년 연말, 그해에 제작된 독립영화를 아울러 조명한다는 점만은 변함없다. 서울독립영화제는 국내 독립영화제 가운데 유일하게 경쟁 형식을 띤다. 국내 독립영화의 질적, 양적 성장과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또 신진 작가와 배우를 발굴하고 기성 영화인의 활동을 독려하는 의미도 담겼다.
올해 본선 진출작 심사위원인 류승완 감독과 생애 최초로 자신이 연출한 작품을 선보이는 배우 문소리도 과거 이 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실력을 쌓았다. 문소리는 영화제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하사탕’ 이후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방황하던 나를 배우로 성장시킨 것은 7편의 단편영화였다”고 고백했고, 류 감독은 그의 작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첫 번째 에피소드 ‘패싸움’이 부산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해 그 상금으로 다음 에피소드를 촬영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영화의 투자와 배급, 극장업을 대기업이 독과점한 한국 영화계 현실에서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독립영화를 필두로 한 다양성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내년에는 또 어떤 다양성영화와 출연 배우들이 한국 영화계를 들썩이게 할지, 관객들과의 만남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