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글스의 ‘양고기 숯불구이’(왼쪽)와 식용 종이를 이용한 ‘아뮤즈 부슈’.
수많은 혁신과 셰프(chef)의 스타화 덕에 한국의 젊은 셰프도 맛의 제국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세계적 레스토랑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인 미슐랭 가이드는 도시별로 맛집을 선정해 별을 매긴다. 서울판은 아직 없지만 최근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는 한식당과 한국인 셰프가 급증하고 있다. 도쿄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 개를 받은 한식당 ‘윤가’와 ‘모란봉’이 있고, 미국 뉴욕에는 별 하나를 받은 ‘단지’와 둘을 받은 한식당 ‘정식’도 눈에 띈다.
‘정식’의 성공기는 좀 남다르다. 한국에서 먼저 시작한 ‘정식’이 뉴욕에 진출해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정식’은 셰프 임정식이 운영한다. 2009년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정식’은 뉴 코리안이라 부르는 퓨전 한식을 선보인다. 한식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지만 세계적인 레스토랑 트렌드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2011년 뉴욕 트라이베카에 ‘정식(Jungsik)’을 개업했고 2012~2013년 연속 별 두 개를 받았다.
단순화한 식기와 분위기에 삼겹살을 이용한 보쌈, 머루 푸아그라, 구운 와규 비프에 김치국물을 곁들이는 정식 스테이크 등 프렌치와 한식이 결합된 요리를 낸다. 여기에 고속도로 휴게소 대표 간식 알감자, 핫바, 호두과자를 이용한 음식까지 그동안 우리가 편하게 먹던 요리들이 세련된 손을 거쳐 아름답게 담겨 나온다.
최근 청담동에 둥지를 튼 ‘밍글스’는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레스토랑에서 셰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셰프 강민구는 ‘노부’ 바하마 지점의 최연소 총괄 셰프 출신이지만, 한국에 돌아와 치킨을 파는 ‘치맥’(치킨+맥주) 셰프로 잠시 일했던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밍글스의 어육장을 곁들인 자연산 붉은새우.
‘새우젓 계란찜과 푸아그라’는 ‘노부’ 출신답게 일본식 달걀찜 자완무시 스타일로 만들었다. 자완무시는 질감을 흩뜨리지 않으면서 감칠맛을 내는 것이 핵심인데 역시 수준급이다. 양고기에 된장을 발라 24시간 숙성한 후 비장탄으로 구워낸 ‘양고기 숯불구이’와 디저트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캐주얼한 음식들은 외국에서 유행하는 비스트로노미(편안한 분위기에서 전문 요리를 합리적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와 닮았다.
청담동의 두 젊은 셰프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요리에 대한 저변이 넓어진 결과다. 청담동은 물론 서래마을과 홍대 주변에 실력 있는 젊은 셰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요리들이 가속도를 붙이며 늘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