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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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JLPT N1 등급 도전 한자문화권 덕 보았다

문장구조와 단어 유사성으로 최고 난도 문제도 척척 이해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입력2014-06-02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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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 JLPT N1 등급 도전 한자문화권 덕 보았다
    2011년 3월 한어수평고시(HSK) 6급 시험에 아슬아슬하게(?) 합격한 후 쉴 틈도 없이 이어진 ‘1년에 4개 외국어 능력 평가시험 합격하기’의 두 번째 도전은 그해 7월 있었던 일본어능력시험(JLPT) N1 등급이었다. 일본어 능력 평가시험의 대표주자 격인 JLPT는 ‘Japanese Language Proficiency Test’의 머리글자를 딴 약어로, 일본 공적 기관인 독립행정법인 국제교류기금(國際交流基金)과 일본국제교육지원협회(日本國際敎育支援協會)가 주최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은 1984년부터 일본 국내와 해외에서 일본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본어 능력을 측정하고 인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일본 내에서 시험은 일본국제교육지원협회가 담당하며, 한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일본 국제교류기금이 각국 기관단체와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경우 서울에서는 JLPT 일본어능력시험 서울실시위원회, 부산에서는 (사)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 그리고 제주에서는 제주상공회의소가 각각 담당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서양 수험생들에겐 최고 난도

    JLPT는 2013년 기준으로 세계 65개국 250개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다. 1984년 시작 당시에는 약 7000명이 시험에 지원했지만 현재는 연간 60만 명에 육박하는 수험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에는 전체 수험자 수가 77만 명에 달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해가 1년에 2회 시험을 치르는 최초의 해이자, 신(新)JLPT로 개정되기 전 마지막 해이기도 해 수험생이 집중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2010년 7월부터 시행된 새로운 일본어 능력시험, 즉 신JLPT는 5등급으로 구성돼 있다. JLPT의 경우 숫자가 높을수록 수준이 높은 HSK와 달리, N1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숫자가 높아질수록 낮은 등급이다. JLPT의 문제 구성은 언어지식(문자/ 어휘, 문법), 독해, 듣기 등 세 영역으로 이뤄졌다. 영역별 배점은 60점이다. 총 180점 만점에 합격점은 100점으로 이는 총점 대비 약 55.6% 점수에 해당하며 각 영역에서 합격 기준점은 19점이다. 즉 과락 제도를 도입해 총점이 기준 점수를 넘더라도 각 영역에서 3분의 1 이하 점수를 획득하면 불합격 처리된다.



    중국어 능력시험인 HSK와 눈에 띄는 차이점은 쓰기 영역이 없는 대신 문자/ 어휘, 문법 분야에 해당하는 ‘언어지식’이 독해에서 분리돼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 언어의 구사 수준을 평가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작문 실력 평가가 결여된 단점이 있는 반면, 점수 평가에서 주관적 견해가 작용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장점도 될 수 있다. 그리고 JLPT 역시 HSK와 마찬가지로 실제 회화 능력에 대한 평가는 포함돼 있지 않다. 기초 단계인 N4와 N5 등급의 경우에는 독해와 언어지식이 한데 묶여 평가 영역이 2개로 줄어든다.

    JLPT는 매년 7, 12월 시행된다. 합격 인정서의 유효 기간은 없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본어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얼마나 유리한 위치에 있는지 몇 번이고 느끼게 된다. 문장구조의 유사성은 차치하고라도, 일상적인 한자말에 대한 기본 상식만 갖고 있다면 서양 수험생에게는 최고 난도로 생각되는 문제도 쉽게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어 한자는 중국어의 간체자(簡體字)와 달리 우리나라와 같은 번체자(繁體字)이며, 일제강점기 영향으로 한자 어휘 자체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단어가 많아 중국어에 비해 더 친숙한 느낌이 든다. 이런 현상은 시험 영역 전 분야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얘기지만, 특히 언어지식 영역의 제2문제 유형인 ‘문맥에 맞는 적절한 어휘 고르기’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

    가령 ‘半年後の開催お前に オリンピックの準備が( )進められている’라는 문장의 빈칸에 적절한 어휘를 고르는 최고 등급 N1 시험 문제에서 ‘1 着と, 2 刻と, 3 續と, 4 延と’ 같은 4가지 보기가 제시됐다고 하자. 이 문제를 우리말로 풀어 쓰면 ‘반년 후의 개최를 앞두고, 올림픽 준비가 ( ) 진행되고 있다’라는 문장의 빈칸에 적절한 단어를 찾아 넣으면 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구태여 보기를 보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착실히’ 또는 ‘착착’이라는 어휘가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따라서 보기 중 1번과 같이 ‘착(着)’이라는 한자가 있는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얼마나 쉬운가.

    또 다른 예로 ‘その會社は業績の( )が續いて倒産した’라는 문제를 들어보자. 이 문제는 ‘그 회사는 업적의 ( )이 계속돼 도산했다’라는 뜻으로 괄호 안에 알맞은 단어를 넣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의 보기에 ‘1 不振(부진), 2 不順(불순), 3 不信(불신), 4 不況(불황)’이 제시됐다면, 우리나라 사람은 특별한 일본어 지식이 없어도 평소 우리말 상식만으로 웬만해서는 1번이 정답이라는 것을 놓치기 어려울 것이다.

    객관적으로 어려운 시험

    일본어 JLPT N1 등급 도전 한자문화권 덕 보았다

    서울 강남의 외국어 학원가. 일본어 JLPT 준비 학원도 많다.

    우리나라 사람은 이런 정도의 문제가 일본어 능력 평가시험의 최고 등급인 N1에 출제된다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는 같은 한자문화권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한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서양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런 문제들이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점은 다른 언어권에 속하는 사람에게도 역으로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사람은 같은 라틴어 계열인 스페인어를 배울 때 문장구조나 어휘 등에서 우리가 일본어를 배울 때와 거의 똑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도 바라는 성과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서구 국가에서는 JLPT N1 등급을 지원하기조차 쉽지 않은 꿈의 등급으로 간주하고, 이와 정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현지에서 10년 이상 산 사람이라도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평가시험의 최고 등급인 C1 또는 C2에 합격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어가 쉽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서양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최고 등급인 N1은 저조한 합격률에서도 나타나듯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객관적으로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시험인 것만은 분명하다. 자, 3개월 남짓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에 과연 두 번째 시험 관문도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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