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6월 2일 개최하는 자사 행사에서 스마트홈 플랫폼, 새 레퍼런스 기기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스마트홈 서비스를 시작한 상황이다. 구글 역시 스마트홈을 완성하기 위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이 어떤 경쟁을 펼쳐갈지 업계 귀추가 주목된다.
5월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이 경쟁사인 구글과 삼성전자에 대항하기 위해 새로운 스마트홈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며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2014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스마트홈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이 시장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새로운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 집합체 스마트홈
스마트홈은 TV,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수도, 전기, 냉난방 등 에너지 소비 장치, 도어록 등 보안기기 등을 통신망으로 연결해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한마디로 네트워크로 집 안에 있는 모든 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한다는 뜻이다. 이 제어기술은 사물인터넷(IoT)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어, 스마트홈 서비스의 대중화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사물인터넷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사물을 유선 혹은 무선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이를 구현하려면 개인용 컴퓨터(PC) 운영체계(OS)처럼 스마트홈 플랫폼이 필요한데 이를 놓고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한 셈이다.
애플, 구글, 삼성전자처럼 IT 기업이 스마트홈 서비스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핵심에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이 단일 제품으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IT 기기여서 경쟁사보다 훨씬 간단하게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시장조사회사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12년 76억 달러였던 미국의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연평균 26% 성장해 2017년 24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해 가전기기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스마트홈은 단연 화제였다.
애플 WWDC 2014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6월 2~6일 진행된다. 이번 WWDC에서는 최신 OS인 iOS8을 비롯해 차세대 맥 OS인 ‘OS X10.10’ 등이 공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와 함께 애플은 아이폰 등 애플 기기를 리모컨 삼아 집 안의 조명 스위치와 보안 시스템, 가전제품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플랫폼도 공개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플랫폼이 외부 개발사에도 공개된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에는 기존 ‘아이폰 호환’(Made for iPhone) 라벨과 비슷하지만, 새로운 브랜드와 로고 기반의 인증이 부여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 아이패드용 헤드폰, 스피커 등 액세서리에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애플은 지난해 등록한 특허출원서에서 스마트홈 기술을 일부 공개했다. 아이폰 사용자가 집 안으로 들어오면 전등이 켜지는 방식의 서비스가 포함된다. 아이폰에서 재생하는 음악을 집 안 곳곳에 설치한 스피커에 무선 연동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 업그레이드할 애플TV도 스마트홈 시스템에서 가전제품과 연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앞서 구글은 32억 달러(약 3조2800억 원)로 사물인터넷 기반 온도조절기 개발사 ‘네스트 랩스’를 인수해 스마트홈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알렸다. 네스트 랩스는 집 안에 담배연기 등 일산화탄소가 감지됐을 때 경보를 울리는 기기로 주목받았다.이 회사는 애플에서 아이팟 기획을 주도한 토니 파델이 세웠다.
구글은 스마트폰으로 냉난방을 조절하는 스마트 온도조절기, 깔끔한 디자인의 화재경보장치와 자사의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를 결합해 스마트홈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홈 사업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4월 초 스마트홈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를 지원하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 가전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4.0 이상 OS를 적용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에 ‘삼성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연동된 집 안 모든 기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형 전략 가전제품과 스마트TV,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올 상반기 ‘삼성 스마트홈’을 출시한 후 단계적으로 스마트홈 서비스 기능과 대상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간편한 통합 기기 제어 △장시간 집을 비울 때도 걱정 없는 ‘홈 뷰(Home View)’ △스마트한 기기 관리 등 3대 서비스를 먼저 제공한다.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미디어솔루션센터장)은 “과거 10년의 스마트홈 산업 변화보다 앞으로 2~3년간 혁신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며 “대부분 외부 파트너가 삼성 스마트홈에 참여할 수 있게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4월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모델이 ‘삼성 스마트홈 앱(App)’을 설치한 스마트폰 ‘갤럭시S5’로 에어컨,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을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삼성 스마트홈’을 시연하고 있다(오른쪽).
각사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애플은 기기에 강하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PC 등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력을 두루 갖췄다. 구글은 OS 사용자가 많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홈의 핵심인 가전사업도 한다. 강점은 동시에 약점이 된다. 애플이 TV, 냉장고, 세탁기 같은 주요 가전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각 제조사가 여기에 맞게 가전제품을 만들도록 해 이 문제를 해결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약점은 반대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다. 구글과의 협업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IT 매체 ‘매셔블(Mashable)’은 애플이 스마트홈 시장 진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진단했다. 아이폰과 연동하는 스마트홈 기기가 늘어날수록 애플은 자사 스마트홈 기기를 더 많은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다.
사용자 경험도 확장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홈 시장에 출시된 제품들은 소비자가 직접 설치하거나 사용할 때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애플은 이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강점인 편한 사용자경험(UX)을 가전제품에까지 확대할 수 있다. 애플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홈을 공략하는 이유는 사실 모두 같다. 누가 스마트홈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IT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스마트홈을 통해 파트너십을 확장할 수 있는 것도 눈여겨볼 요소다. 애플은 스마트 전구는 필립스의 휴(Hue), 스마트 잠금은 퀵셋(Kwikset)의 키보(Kevo)와 협력하고 있다. 무선 스피커는 소노스(Sonos) 플레이 등과 협력 중이다.
삼성전자는 모든 가전기기를 통합, 연동하는 연결 표준규격(Smart Home Protocol·SHP)도 개발하고 있다. 모든 스마트홈 대상 제품에 적용할 방침이다. 안드로이드 등 각종 OS가 ‘삼성 스마트홈’ 통합 플랫폼과 연동되는 개방형 생태계를 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