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G.C.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1950년대 미국제 잔디 깎기 기계로 그린을 밀어보지만 스팀미터(그린 빠르기 단위)는 7피트 정도밖에 안 된다. 스팀미터는 측정기를 눕힌 상태에서 공을 놓아 얼마나 굴러가는지를 측정하는 지수다. 스팀미터가 10.5피트 정도면 유리알 그린이고, 일반적으로 8.5피트를 넘어서면 빠른 편에 속한다.
쿠바의 궁핍은 눈뜨고 못 볼 지경이다. 그 아름답고 풍요롭던 올드 아바나의 건물은 삭아서 주저앉았고, 길바닥은 패여 요철 연속이며, 50년이 넘은 고물차는 굴러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다. 뒷골목엔 낮이고 밤이고 창녀가 호객행위를 한다.
아바나G.C.를 안내하는 표지판(위). 골프 코스 안에 있는 독특한 거리목.
클럽하우스 이름은 ‘19번홀’이다. 아바나에 하나뿐인 이 골프 코스는 바티스타 정권 때 조성한 것으로, 좌익 혁명가들은 부르주아의 상징이라는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남겨둬야 한다며 골프 코스를 갈아엎지 않았다.
우익 반혁명 분자를 수없이 처형한 체 게바라는 피 묻은 손으로 이 코스에서 틈만 나면 스윙을 했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초점을 맞춰도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숲 속으로 도망가기는커녕 떳떳하게 라운드를 했다. 골프의 즐거움을 마다할 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