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활기찬 보행자 전용도로인 람블라스 거리.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길’이라고 표현하며 좋아했다고도 알려진 거리다. 길 양옆으로 플라타너스가 늘어섰고, 주변엔 꽃집과 액세서리 가게, 엽서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카페들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유럽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거리 중 하나인 이곳은 현지인이나 이방인 모두 걷는 것만으로도 새삼 행복을 느끼는 곳이다.
람블라스 거리의 시작인 카탈루냐 광장은 바르셀로나의 중심으로, 교통 요지이자 모든 여행자가 모이는 공원 같은 광장이다. 사실 이 광장에서 바르셀로나 여행이 시작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장은 남동쪽으로 람블라스 거리와 이어져 항구까지 연결되며, 남서쪽으로는 몬주익 언덕이, 북쪽은 가우디의 건축물인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그리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나 있다. 시내 한복판에 사방이 뻥 뚫린 잔디밭과 분수대가 있는 광장은 수없이 많은 자동차가 지나가는 분주한 곳이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편안해진다. 활기가 넘치는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자유롭게 쉬고 있는 사람들 모습은 그저 바라만 봐도 저절로 쉼을 얻을 수 있다.
보행자 전용도로인 람블라스 거리에서는 유럽 그 어느 곳보다 많은 거리 예술가가 창의력 돋보이는, 개성 넘치는 독특한 동상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보안관 모습을 한 사람, 콜럼버스 동상을 따라 한 사람, 중세 귀부인 옷을 입은 사람, 변기에 앉아 있는 사람, 판타지 영화 주인공을 흉내 낸 사람…. 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 거리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유쾌한 퍼포먼스로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행위 예술가들. 람블라스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산호세 시장은 1840년 만들어진 유럽 최대 시장이다. 이 시장의 과일가게. 세계인의 간식인 스페인 전통 스낵 추로스(왼쪽부터).
바르셀로나의 모든 길과 만나는 곳이자 여행의 시작점인 카탈루냐 광장(위). 가우디의 첫 작품인 가로등을 볼 수 있는 바르셀로나 만남의 광장인 레이알 광장.
람블라스 거리 바닥에는 호안 미로의 작품도 숨어 있다. 하얀 바탕에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원 모양을 하고 있어 그 길을 걷다 보면 부지불식간 미로의 작품을 밟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미로가 디자인한 원 모양 모자이크를 밟고 조금만 더 걸으면 지구상의 모든 식재료가 모여 있다고 할 정도로 큰 보케리아 시장(Mercat de la Boqueria)을 만난다.
산호세(St. Josep)시장이라고도 부르는 보케리아 시장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으로, 시장의 기원은 8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세기 성직자들의 거처로 사용되다 1840년 시장으로 탈바꿈한 이곳에는 육류와 해산물, 견과류부터 간식거리인 젤리와 초콜릿까지 정말이지 없는 것이 없다.
무엇보다 가장 유명한 과일 코너는 다양한 열대와 지중해 과일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팔아 인기가 높다. 꼭 들러봐야 할 바르셀로나 명물인 보케리아 시장은 언제나 현지인과 여행자로 생기가 넘친다. 싱싱하고 형형색색인 과일들처럼.
달콤한 주스와 초콜릿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면 눈을 즐겁게 할 차례다. 바르셀로나 시가 주최한 디자인공모대회에서 당선했지만, 가스를 사용해 등을 밝히는 방식이어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가우디의 가로등을 보러 동쪽으로 간다. 19세기 중엽에 지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집들로 둘러싸인 레이알 광장(Placa Reial). 사각형의 광장 주변에 포르티코 건물이 둘러서 있고 종려나무가 시원스레 쭉쭉 뻗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광장 중앙에는 19세기 만든 라 트레 그라시아(Las Tres Gracias) 분수가 있는데 분수는 이곳 시민, 특히 젊은이에게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가우디의 꿈이 꿈틀대는 듯 활기 넘치는 광장에서 사람들은 분수대에 빙 둘러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광장 한쪽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거장이 만든 가로등에 숨어 있는 꿈을 다시 바라본다.
람블라스 거리 근처엔 유명한 식당이 많다. 바르셀로나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이 몇 가지 있는데 스페인 전통식인 파에야(Paella)를 먼저 꼽는다. 홍합, 오징어, 닭고기, 밥 등이 들어가 우리나라 볶음밥과 비슷한 파에야는 주재료를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해물과 먹물 파에야로 나누는데, 현지에선 먹물 파에야가 더 유명하다. 특히 파에야를 먹을 때 함께 마시는, 와인 맛이 나는 상그리아도 빼놓을 수 없다.
포트벨과 콜럼버스 기념탑
그리고 스페인의 국민 간식이라 할 수 있는 추로스(Churros)가 있다. 스페인 전통 스낵이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먹거리인 추로스는 길고 얇은 도넛 같은 모양으로, 따끈하고 바삭바삭하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추레리아(Xurreria)는 람블라스 거리 근처에 있는 추로스 전문점으로 현지인이나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가게다.
이제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며 즐거움이 가득한 이 거리의 끝을 향해 걸어간다. 스페인 제2 항구도시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끝, 지중해와 접한 이곳에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아름다운 항구 ‘포트벨’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엔 60m 높이의 콜럼버스 기념탑이 우뚝 서 있다. 그 위에서 마드리드 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콜럼버스. 500여 년 전 이곳을 출발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그를 바르셀로나는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탑 정상에 오르면 바르셀로나 항과 람블라스 거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탑 정상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당시 역사적 사실들과 아메리카로 항해하는 여정이 정교한 부조로 새겨져 있다.
그렇게 약 1km 길이의 거리에서 세계 여행자들과 함께 볼거리에 즐거워하고, 달콤한 먹거리에 행복해하면서 흥미진진한 일들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으로도 즐거운 한나절을 보냈다. 람블라스 거리는 바르셀로나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이곳을 찾든 떠날 땐 행복이 가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