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 갯내음과 곰솔향기 대~박

태안 안면도 백사장오토캠핑장… 주변엔 한겨울 운치와 낭만 만끽할 곳 널려 있어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입력2014-01-06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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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대 갯내음과 곰솔향기 대~박

    1 서해안 제일의 일몰 감상 포인트로 손꼽히는 꽃지해변과 꽃다리.

    2013년 계사년 세밑 충남 태안군 안면도를 찾았다. 안면도는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아름다운 섬이다. 섬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교통이 편리한 데다 펜션, 리조트, 휴양림, 맛집 같은 편의시설이 즐비하다. 자연풍광도 아름다워 오늘날 서해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로 손꼽힌다.

    사시사철 관광객 발길이 끊이질 않는 안면도에서는 한겨울에도 각별한 운치와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광폭하게 몰아치는 파도와 바닷바람, 무시로 흩날리는 눈발, 그리고 아름답다 못해 섬뜩할 만큼 황홀한 해넘이와 저녁노을 등 안면도 겨울바다의 독특한 풍정(風情)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태안해변길 중 최고는 5코스 노을길

    두어 해 전부터는 안면도를 포함한 태안 해안지역에 걷기 여행자의 모습도 눈에 띄게 늘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하는 태안군의 서쪽 해안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태안해변길을 개통한 덕택이다. 태안해변길은 두 발로 찬찬히 걸으면서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과 청정무구한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고 즐기는 친환경 생태길이다. 2011년 4코스 솔모랫길과 5코스 노을길을 처음 선보인 뒤 3년에 걸쳐 총 97km의 트레킹코스 7개를 개통했다.

    태안해변길의 7개 트레킹코스 가운데 한 구간만 걷는다면, 선택은 단연코 5코스 노을길이다. 무엇보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도 최고 풍광을 자랑하는 안면도의 대표 해변을 두루 거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맨 위쪽 백사장해변을 출발해 삼봉, 기지포, 안면, 두여, 밧개, 두에기, 방포 등 해변을 거쳐 종점인 꽃지해변에 도착한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철에는 거친 바람을 막아주는 솔숲 구간이 많아 북풍한설에도 별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시종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 마음 편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을뿐더러, 해안도로와 가까워 접근성이 탁월하다는 점도 이 코스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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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물 빠진 백사장해변 모래벌판에서 조개잡이에 열중하는 연인들. 3 백사장오토캠핑장의 이국적인 티피텐트와 울긋불긋한 알파인텐트가 서로 잘 어울린다. 4 안면암에서 바라본 부교와 천수만 바다. 바로 앞에 여우섬과 조구널섬이 떠 있다.

    노을길을 걷는 여행자는 십중팔구 백사장항에서 출발한다. 그래야 노을길의 남쪽 종점이자 서해안 제일의 일몰 명소로 유명한 꽃지해변에서 아름다운 해넘이와 낙조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사장항은 안면도에 연륙교가 생기기 전부터 안면도의 관문이었다. 지금은 안면도 최대 관광어항으로 손꼽힌다. 특히 꽃게와 대하가 많이 잡히는 철에는 항구 전체가 밤낮 없이 북적거린다. 얼마 전에는 백사장항과 바다 건너편 드르니항 사이에 ‘대하랑 꽃게랑’이라고 명명한 해상인도교가 개통했다. 그 덕에 5km가 넘는 먼 길을 에돌아야 했던 두 항구 사이 거리가 이제 250m로 좁혀졌다. 게다가 태안해변길의 4코스 솔모랫길과 5코스 노을길이 이 다리를 통해 곧바로 연결돼 두 코스를 이어서 걷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장바닥처럼 붐비는 백사장항을 벗어나면 곧바로 울창한 곰솔(해송)숲과 탁 트인 바다를 양쪽에 거느린 해변길에 들어선다. 쉼 없이 불어오는 바람 속에 비릿한 갯내음과 청신한 곰솔향기가 뒤섞인 듯하다. 백사장해변을 에워싼 곰솔숲에는 지난여름 문을 연 백사장오토캠핑장이 자리 잡았다. 노을길 구간에 있는 유일한 사계절 전천후 캠핑장이다.

    솔숲 사이 개활지에는 흔히 ‘인디언텐트’라고 부르는 티피텐트와 이동식 캠핑캐러밴(트레일러)이 구역별로 늘어서 있다. 곰솔이 빼곡한 숲 속에는 소형(4인용) 티피텐트가 군데군데 설치돼 마치 아메리칸인디언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을 통째 옮겨온 듯하다. 소형 티피텐트가 설치된 나무데크에는 애초부터 뿌리를 박고 살아온 곰솔이 원래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오토캠핑장으로 활용되는 곰솔숲에는 키 작은 가로등이 드문드문 세워진 것 말고는 별다른 인공시설물이 없다. 곰솔숲의 훼손을 최소화하려고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고맙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닷물 빠진 곳서 조개잡이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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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 무렵 노을길의 백사장오토캠핑장 구간을 지나는 트레커들.

    백사장오토캠핑장이 들어선 곰솔숲은 나무의 서식밀도가 높은 편이다. 멀리서 보면 너무 빽빽해 알파인텐트나 설치할 수 있을 법하다.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캠핑캐러밴만한 크기의 대형 리빙셸(거실형)텐트도 거뜬히 들어갈 만큼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널찍하다. 원래 이 곰솔숲은 바람과 모래와 파도를 막으려고 방풍림, 방사림, 방조림으로 조성됐다. 백사장해변에 아무리 모진 바람이 불어도 이 숲에만 들어서면 거짓말처럼 바람이 잦아든다. 더욱이 바닷가 쪽에 나직한 모래언덕이 형성돼 숲이 한결 아늑한 느낌이다. 고우면서도 단단한 모래가 깔린 땅바닥에는 곰솔잎이 수북해 마치 천연 카펫처럼 푹신하다. 바닷가 캠핑장으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백사장오토캠핑장을 비롯한 태안 바닷가 캠핑장에서 최고 체험거리는 조개잡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모래벌판을 호미로 잠깐만 뒤적거려도 아이 주먹만한 조개가 연이어 나온다. 특히 한밤중에 횃불이나 랜턴을 켜고 물 빠진 갯벌을 샅샅이 훑는 해루질의 결과물이 의외로 풍성하다. 물때와 계절만 잘 맞추면, 미리 준비해간 양동이에 조개뿐 아니라 주꾸미, 낙지, 꽃게 등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캠핑장에서 즐기는 최고 휴식은 이른바 ‘멍 때리기’다. 캠핑용 안락의자에 등을 기댄 채 무상무념(無想無念) 상태로 주변 풍경을 망연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갖 시름과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하다. 백사장오토캠핑장 솔숲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니, 어느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쭉쭉 뻗은 곰솔 사이로 노을 진 바다와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그 바다를 옆에 끼고 노을길을 걷는 트레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애초 계획은 이 캠핑장에 텐트만 쳐놓고 12km에 이르는 노을길 전 구간을 섭렵한 다음, 남쪽 종점인 꽃지해변의 할미·할아비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넘이를 감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치 좋고 아늑한 데다 바다 풍광까지 아름다운 이 숲을 잠시나마 떠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결국 첫날에는 해변을 잠깐 산책하는 일 외에는 숲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튿날에는 새벽부터 하늘이 끄무레하더니 기상청이 예보한 시간에 정확히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내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람마다 낯꽃이 활짝 피었다. 넋 나간 사람처럼 괜스레 실실 웃는가 하면, 눈 맞은 강아지마냥 캠핑장 이곳저곳을 마구 쏘다니기도 했다. 역시 눈은 동심(童心)을 부르는 마술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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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신 햇살 아래 은빛으로 일렁이는 장삼포해변을 산책하는 연인들.

    노을길이 끝나는 꽃지해변 남쪽으로 태안해변길이 계속 이어진다. 꽃지해변에서 황포항까지는 6코스인 샛별길(13km), 다시 황포항에서 안면도 맨 남쪽 영목항까지는 7코스인 바람길(16km)이 2013년 여름 개통했다. 꽃지해변 북쪽에 있는 태안해변길이 널리 알려진 해변을 거치는 반면, 샛별길과 바람길은 안면도의 때 묻지 않은 비경 속으로 이어진다. 샛별, 운여, 장삼포, 장곡, 바람아래 등 이름조차 생소한 해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인적이 뜸해 겨울바다 특유의 쓸쓸함과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다.

    안면도 동쪽 해안에 위치한 안면암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1998년 창건했다는 이 암자는 안면도에서 가장 큰 사찰이다. 암자 앞 천수만 바다에는 ‘여우섬’과 ‘조구널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2개 떠 있고, 암자와 두 섬 사이에는 길이가 100m쯤 되는 부교가 설치됐다. 바다에 떠서 출렁거리는 부교를 건너며 약간의 스릴과 긴장감을 맛보려면 밀물 때를 잘 맞춰서 찾아가야 한다. 이곳은 또한 태안군 제일의 일출 명소로 알려져 새해 벽두에는 해돋이를 구경하려는 관광객 발길이 잦다.

    여행정보

    ● 백사장오토캠핑장 이용안내


    백사장오토캠핑장 이름은 운영 주체별로 제각각이다. 티피텐트와 캠핑캐러밴, 오토캠핑장(B구역)을 운영하는 씨티레저클럽(041-674-0153·www.citileisureclub.com)에서는 ‘백사장테마빌리지’라 부르고, 백사장오토캠핑장 A구역을 운영하는 업체는 ‘웨스턴백사장오토캠핑장’(010-3537-5956·cafe.naver.com/hk8981)이라 일컫는다. 겨울철에는 화장실, 취사장, 샤워장 같은 편의시설이 두루 잘 갖춰진 백사장테마빌리지만 문을 연다. 예약은 웨스턴백사장오토캠핑장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 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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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밭가든에서 파는 우럭젓국.

    백사장오토캠핑장 내에는 취사도구와 침구를 완벽하게 갖춘 티피텐트와 캠핑캐러밴이 많아서 텐트를 포함한 캠핑장비가 없어도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 바로 옆에는 라벤다모텔(041-673-1107)이 있고 근처에는 해심펜션(041-673-7753), 에너벨리펜션(041-673-4900) 같은 펜션이 많다. 태안해변길의 샛별길과 바람길이 지나는 샛별, 장삼포, 장곡 등의 해변에도 전망 좋은 펜션이 몰려 있다.

    안면읍 소재지인 승언리 초입 길가에 자리 잡은 솔밭가든(041-673-2034)은 꾸들꾸들 말린 우럭, 두부, 대파, 마늘 등 각종 양념과 채소를 쌀뜨물에 넣고 끓인 다음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우럭젓국을 잘하는 집이다. 그리고 백사장항 입구에 자리한 안면식당(041-673-7736)은 ‘디웅조개’를 넣고 끓인 조개탕과 조개칼국수의 칼칼하고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안면도자연휴양림에 이웃한 숲속가든(041-673-4465)은 게국지, 꽃게탕, 우럭젓국 등 태안 향토음식이 두루 맛있는 집이다.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갈산교차로(해미, 안면도 방면 좌회전)→상촌교차로(안면도 방면 좌회전)→서산 A·B지구 방조제→원청사거리(안면도 방면 좌회전, 79번 국도)→안면대교→백사장사거리(우회전)→백사장항→백사장오토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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