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요. 저 기억나시죠?”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2월 23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여자교도소. 록밴드 블루잉크 리드보컬인 조성식 기자(‘동아일보’ 시사잡지팀 차장)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 앉은 수감자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몇몇 수감자는 반가움에 손을 흔들며 밴드 멤버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꾸벅 목례를 했다. “차장님, 모자 멋있어요!”라며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시하는 수감자도 있었다.
2012년부터 교도소 위문공연을 하는 블루잉크가 청주여자교도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첫 곡 ‘박하사탕’(YB)이 흘러나오자 수감자들은 박수를 치며 무대에 집중했다. 몇몇 수감자는 “나 돌아갈래, 어릴 적 꿈에, 나 돌아갈래, 그곳으로”라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나 살쪘죠?” 다이어트 큰 관심사
청주여자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여자교도소로, 수형자 600여 명이 수감해 있다. 수감자의 3분의 1이 살인죄로 형을 사는데, 그중 70%가 남편 살해범이라고 한다. 교도관 통제에 따라 차례대로 앉아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는 수감자들은 마치 이웃집 언니, 윗집 아주머니처럼 온순해 보였다. 그들이 그토록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김응분 청주여자교도소 사회복귀과장은 “남편을 살해한 경우 대부분 오랜 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피해자였다”며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회적으로도 극심한 비난을 받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들국화), ‘제발’(들국화/ 시나위 편곡) 등 블루잉크의 노래에 이어, 트로트가수 박진도 씨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 폭발적인 함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박씨는 구수한 전라도 말씨로 ‘누님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그는 “제 노래 제목처럼 여러분도 어서 ‘똑똑한 여자’가 되셔서 대한민국의 참어머니가 되길 바란다”며 ‘똑똑한 여자’ ‘야간열차’ 등 자신의 히트곡을 연달아 불렀다. 간주가 흐를 때 객석으로 내려가 수감자와 일일이 악수하고 함께 리듬을 타며 분위기를 흥겹게 했다.
이어 대한필라테스연맹 전문강사 3명이 무대에 올라 뜨거운 열기를 이어갔다. 수감자들은 울룩불룩 근육질의 남자 강사를 보고 소녀 팬처럼 소리를 질렀다. 전문강사 3명은 수감자들이 자리에 앉아 따라 할 수 있는 4가지 동작을 시연하고 음악에 맞춰 체조연기도 했다. 좁은 자리에서 열심히 따라 하는 수감자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실제 수감자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이어트다. 교도소에서 규칙적으로 식사하지만 운동시간이 하루 30분 내외로 제한적이고 대부분 하루 종일 앉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몸매 관리가 어려운 것. 김 과장에 따르면 수감생활을 하면 10kg 정도 체중이 늘어난다고 한다.
청주여자교도소는 수감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장 옆에 헬스장을 운영한다. 헬스장엔 러닝머신, 실내 자전거 등을 들여놓았다. 김 과장은 “신년에는 한국생활체육협회 등에서 건강관리 전문가를 초빙해 전문 지도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부에서는 ‘오리 날다’(체리필터), ‘더 파이널 카운트다운’(유럽) 등 블루잉크의 노래에 이어 이날의 하이라이트 공연이 펼쳐졌다. 주인공은 수감자 합창단 ‘하모니’. 1997년 창단한 하모니는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졌다. 충북 보은 백석교회 조성근 목사의 지휘에 맞춰 합창단은 블루잉크와 함께 고운 음악을 선보였다. 고(故) 김광석의 노래 ‘부치지 않은 편지’의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는 후렴구가 아름다운 화음으로 완성됐다. 서늘하면서도 진한 여운이 감돌았다.
하모니는 청주여자교도소의 자랑이다. 합창단원 20여 명은 아직 젖살이 통통한 20대 초반부터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은 중년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한 단원은 몇 차례 유방암 수술을 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하모니 활동을 계속한다. 그들이 부르는 ‘Try to Remember’에 수감자들은 숨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청주여자교도소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철저한 직업훈련이다. 바리스타, 한지공예, 카메라 렌즈 조립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업훈련을 통해 수감자의 재활을 돕는다. 특히 청주의 대표 향토기업인 한국도자기와 20여 년간 제휴를 맺고 도자기에 무늬를 새기는 일을 하고 있다. 김 과장은 “누구나 노력만 하면 출소 후 정착할 만큼의 작업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만의 공간이라 그런지 비교적 자유롭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운동 중이던 수감자는 교도관이 지나가자 반갑게 인사했고, 한 수감자는 “교도관님, 나 요즘 살쪘죠?”라며 마치 언니에게 말하듯 툴툴거리기도 했다.
집중인성 교육 다양한 프로그램
국내 유일 여자교도소인 이곳에선 수감자가 생후 18개월 이하 아기를 키울 수 있다. 현재 아이 4명이 함께 생활한다. 사회복귀과에서는 아기의 백일잔치, 돌잔치를 열어주고 맞춤형 식사와 교구를 지원하기도 한다.
2013년 청주여자교도소는 ‘집중인성교도소’로 선정돼 모든 수감자를 대상으로 300시간 인성교육을 실시했다. 수감자는 미술치료, 어머니 학교는 물론, 인간관계나 정체성 확립과 관련한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 과장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밑으로 죄다 빠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콩나물은 조금씩 자란다”며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공연이 끝난 후 법무법인 ‘성의’가 후원한 약과세트 700여 개를 수감자에게 제공했다. 수감자들은 한껏 밝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자유가 제약되고 사적 공간이 없는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은 블루잉크와 함께 소리 지르고 깔깔대며 노래를 부르면서 잠깐이나마 자유와 우정, 위로를 느낀 듯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2월 23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여자교도소. 록밴드 블루잉크 리드보컬인 조성식 기자(‘동아일보’ 시사잡지팀 차장)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 앉은 수감자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몇몇 수감자는 반가움에 손을 흔들며 밴드 멤버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꾸벅 목례를 했다. “차장님, 모자 멋있어요!”라며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시하는 수감자도 있었다.
2012년부터 교도소 위문공연을 하는 블루잉크가 청주여자교도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첫 곡 ‘박하사탕’(YB)이 흘러나오자 수감자들은 박수를 치며 무대에 집중했다. 몇몇 수감자는 “나 돌아갈래, 어릴 적 꿈에, 나 돌아갈래, 그곳으로”라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나 살쪘죠?” 다이어트 큰 관심사
청주여자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여자교도소로, 수형자 600여 명이 수감해 있다. 수감자의 3분의 1이 살인죄로 형을 사는데, 그중 70%가 남편 살해범이라고 한다. 교도관 통제에 따라 차례대로 앉아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는 수감자들은 마치 이웃집 언니, 윗집 아주머니처럼 온순해 보였다. 그들이 그토록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김응분 청주여자교도소 사회복귀과장은 “남편을 살해한 경우 대부분 오랜 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피해자였다”며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회적으로도 극심한 비난을 받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들국화), ‘제발’(들국화/ 시나위 편곡) 등 블루잉크의 노래에 이어, 트로트가수 박진도 씨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 폭발적인 함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박씨는 구수한 전라도 말씨로 ‘누님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그는 “제 노래 제목처럼 여러분도 어서 ‘똑똑한 여자’가 되셔서 대한민국의 참어머니가 되길 바란다”며 ‘똑똑한 여자’ ‘야간열차’ 등 자신의 히트곡을 연달아 불렀다. 간주가 흐를 때 객석으로 내려가 수감자와 일일이 악수하고 함께 리듬을 타며 분위기를 흥겹게 했다.
이어 대한필라테스연맹 전문강사 3명이 무대에 올라 뜨거운 열기를 이어갔다. 수감자들은 울룩불룩 근육질의 남자 강사를 보고 소녀 팬처럼 소리를 질렀다. 전문강사 3명은 수감자들이 자리에 앉아 따라 할 수 있는 4가지 동작을 시연하고 음악에 맞춰 체조연기도 했다. 좁은 자리에서 열심히 따라 하는 수감자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실제 수감자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이어트다. 교도소에서 규칙적으로 식사하지만 운동시간이 하루 30분 내외로 제한적이고 대부분 하루 종일 앉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몸매 관리가 어려운 것. 김 과장에 따르면 수감생활을 하면 10kg 정도 체중이 늘어난다고 한다.
청주여자교도소는 수감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장 옆에 헬스장을 운영한다. 헬스장엔 러닝머신, 실내 자전거 등을 들여놓았다. 김 과장은 “신년에는 한국생활체육협회 등에서 건강관리 전문가를 초빙해 전문 지도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부에서는 ‘오리 날다’(체리필터), ‘더 파이널 카운트다운’(유럽) 등 블루잉크의 노래에 이어 이날의 하이라이트 공연이 펼쳐졌다. 주인공은 수감자 합창단 ‘하모니’. 1997년 창단한 하모니는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졌다. 충북 보은 백석교회 조성근 목사의 지휘에 맞춰 합창단은 블루잉크와 함께 고운 음악을 선보였다. 고(故) 김광석의 노래 ‘부치지 않은 편지’의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는 후렴구가 아름다운 화음으로 완성됐다. 서늘하면서도 진한 여운이 감돌았다.
하모니는 청주여자교도소의 자랑이다. 합창단원 20여 명은 아직 젖살이 통통한 20대 초반부터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은 중년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한 단원은 몇 차례 유방암 수술을 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하모니 활동을 계속한다. 그들이 부르는 ‘Try to Remember’에 수감자들은 숨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청주여자교도소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철저한 직업훈련이다. 바리스타, 한지공예, 카메라 렌즈 조립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업훈련을 통해 수감자의 재활을 돕는다. 특히 청주의 대표 향토기업인 한국도자기와 20여 년간 제휴를 맺고 도자기에 무늬를 새기는 일을 하고 있다. 김 과장은 “누구나 노력만 하면 출소 후 정착할 만큼의 작업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만의 공간이라 그런지 비교적 자유롭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운동 중이던 수감자는 교도관이 지나가자 반갑게 인사했고, 한 수감자는 “교도관님, 나 요즘 살쪘죠?”라며 마치 언니에게 말하듯 툴툴거리기도 했다.
집중인성 교육 다양한 프로그램
국내 유일 여자교도소인 이곳에선 수감자가 생후 18개월 이하 아기를 키울 수 있다. 현재 아이 4명이 함께 생활한다. 사회복귀과에서는 아기의 백일잔치, 돌잔치를 열어주고 맞춤형 식사와 교구를 지원하기도 한다.
2013년 청주여자교도소는 ‘집중인성교도소’로 선정돼 모든 수감자를 대상으로 300시간 인성교육을 실시했다. 수감자는 미술치료, 어머니 학교는 물론, 인간관계나 정체성 확립과 관련한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 과장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밑으로 죄다 빠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콩나물은 조금씩 자란다”며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공연이 끝난 후 법무법인 ‘성의’가 후원한 약과세트 700여 개를 수감자에게 제공했다. 수감자들은 한껏 밝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자유가 제약되고 사적 공간이 없는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은 블루잉크와 함께 소리 지르고 깔깔대며 노래를 부르면서 잠깐이나마 자유와 우정, 위로를 느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