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의원(왼쪽)이 6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성우빌딩에서 열린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내일)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장집 전 내일 이사장.
그동안 다소 조용한 행보를 지향하던 안 의원이 최 교수와의 공식 관계가 끝난 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일 민생현장을 찾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가 하면, 자신의 동선과 관련한 비밀주의도 고집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자기 일정과 관련해 친절하게(?) 언론에 사전공지해주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 같은 안 의원의 모습은 스스로 다급해졌다는 인식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4월 국회 입성 때만 해도 안철수란 이름이 갖는 존재감이 유지되는 듯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존재감이 많이 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 교수의 이탈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고공행진을 하던 지지도도 꺾인 모습이 확연하다.
그의 정치적 지역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조차 이 같은 추세가 보일 정도다. 이달 초 한 여론조사기관이 전북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엇비슷하게 나왔다. 직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따돌리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모셔온 최 교수마저 놓치는 모습을 보이자 그에 대한 기대가 더 급속히 식어버리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안 의원의 정치적 자질론에 대한 의문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에 이어, 명망 높은 정치 이론가인 최 교수까지 떠나자 과연 그에게 독자세력을 구축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인 셈이다.
여전히 큰 정치적 욕심을 가진 안 의원으로선 더는 이런 세간의 인식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대외활동을 의욕적으로 다시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안 의원의 이 같은 변신에도 별 반향이 없다. 8월 20일 차명거래 금지와 자금세탁 방지를 골자로 한 그의 ‘1호 법안’과 관련해 열린 토론회는 안 의원에 대한 열기가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였다. 7월 열린 국가정보원 관련 토론회보다 참석자 수가 훨씬 적었고, 열기도 그리 뜨겁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최근 그의 의욕적 행보가 ‘실기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기론이란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할 시기를 놓쳤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실기론은 안 의원 측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시기를 놓쳤다”
윤 전 장관은 8월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는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한국 정치의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 열망을 한 몸에 지고 있는 분인데, 최근 움직임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기대가 사라지면 이를 다시 회복하기란 굉장히 힘들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 입성 초반 관심이 집중됐을 때 뭔가를 보여주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입지를 키워나갔어야 하는데 너무 시간만 보낸 측면이 있다”면서 “신당 문제만 해도 계속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니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 관심이 많이 퇴색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우리는 로드맵에 따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신당, 10월 재·보궐선거, 내년 지방선거 등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교수가 떠난 후 안 의원이 보이는 행보는 ‘다급해졌다’는 인식을 세간에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