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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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준비와 자질 부족…朴 리더십 시대와의 불화”

인터뷰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3-08-23 1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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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 준비와 자질 부족…朴 리더십 시대와의 불화”
    ▼ 박 대통령 취임 6개월이다.

    “가능하면 말을 가혹하게 해선 안 된다. 그런데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고, 민주국가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냉혹한 평가를 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 정권은 준비도 부족하고 자질도 부족한 정권이다, 그렇게 평가한다.”

    ▼ 왜 그런가.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강조했다. 준비 기간이 5~10년은 됐으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인선이나 취임 뒤 인사를 보니 ‘준비를 못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8·15 경축사에서도 지금까지 ‘국정 틀을 짠 기간’이라고 했다. 그런데 각 부처에는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라’고 말한다. 틀을 짜는데 성과를 내라는 게 말이 되나. 틀은 이미 인수위 때 만들었어야 한다. 대통령 취임 1년은 국정 어젠다를 국민에게 보여주면서 정책화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 목소리를 들으며 법을 만들어 고치는 중요한 시기다. 이때는 여야 정치권의 협력이 필수다. 그런데 야당은 장외투쟁하고, 여야는 싸우는 모습만 보여준다.”

    ▼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리더십이다. 박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부터 리더십 성격이 시대에 맞지 않았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이고…. 이런 성격은 시대와 부딪히게 마련이다. 작가 이문열의 표현을 빌리면 ‘시대와의 불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대통령 되고 나서 더 심해진 것 같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수직적 위계질서에서 꼭대기가 아니다. 동료 중 1인자다. 박 대통령이 위계질서 꼭대기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권위적인 발상이다.”

    초기 인사참사 후유증 여전

    ▼ 취임 초 인사문제로 비판받았는데.

    “초대 내각과 비서실 인사 때 언론은 ‘인사참사’라고 평가했다. 수첩인사, 밀실인사 폐해가 이명박(MB) 정부 때 ‘강부자’ ‘고소영’ 인사보다 더 컸다. 지금까지 후유증이 남아 있다. 인사에서 가장 큰 원칙이 ‘박 대통령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아니었나. 윤창중 사태가 터졌을 때 수습 과정을 보면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무능함을 보였다. 허 전 실장 경질을 두고 (허 전 실장과) 금융권 인사와 관련된 별의별 잡음이 나에게까지 들렸다. 현재 남은 수석 중에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박 대통령은 부패할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 측근도 부패하지 않는다. 측근들의 부정부패 얘기가 나오는 건 추종자 중심으로 인사를 했다는 거다. 사적 추종자는 사고를 치게 마련이다. 공적 마인드가 없으니까. 꼭 돈을 챙기는 것만 부패가 아니다. 공직자가 공인의식이 없어지는 것도 부패다. 그런 공직자가 보고하는 성과는 믿을 수 없다.”

    ▼ 성과?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내세우니 부처마다 창조경제 노래를 한다. 대통령이 성과를 원하면 관료는 금방 만든다. MB정부 때의 ‘녹색성장’ 내용을 표지만 ‘창조경제’라고 해서 제출하면 된다. 대통령이 현장에 가도 각본대로 다 짜놓는다. 이러니 대통령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보고를 받을 위험성이 가장 높은 자리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고, 인사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세제개편안 처리 모습을 봐도 그렇다.”

    ▼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만든 세제개편안을 박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했다는 건가.

    “바로 그 문제다. ‘원점 재검토’라면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 사람이 만든 거 아닌가. 자신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 사람을 발탁했으니 이런 인사참사가 계속되는 거다. 누가 추천했고 검증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 이익을 위해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이런 문제만 봐도 준비가 안 된 거 같다.”

    ▼ 야당은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촉구한다.

    “민주주의 정부는 반응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다. 반응성은 국민 의사에 반응하는 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고, 대통령도 ‘도움 받은 일 없다’고 했다. 그러면 여당은 왜 저렇게 (국정조사를) 막고 있나.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거 아닌가. 대통령이 ‘국정원 셀프 개혁하라’고 남의 말 하듯 하면서 스스로 의혹을 만드는 측면이 있다. 대통령은 규명할 책임이 있다.”

    ▼ 단독 회담에 응했어야 한다?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선진정치라는 말을 많이 했다. 선진정치가 뭔가. 여야 갈등을 민주적 방식으로 조절하고 통합하는 거 아닌가. 정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좋아서 공화당 의원을 만나고 전화하겠는가. 야당은 의석 127석을 가진 국민의 대표고, 야당과의 대화는 국민과의 대화다. 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으면서 선진정치를 말한다는 건, 창조성을 말하면서 깨알 같은 수첩을 보고 지시하는 것과 같다. 이건 창조성을 말살하는 거다. 취임 6개월이 채 안 됐으니 이제라도 자기성찰하면서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한다. 8·15 경축사에도 당면한 국정 현안에 대해선 말이 없었다. ‘선의(善意)에 찬 우행(愚行)은 악행(惡行)으로 통한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방법론이 잘못되면 악행이다.”

    ▼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그렇다.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상황 인식이 문제라고 본다. 민주주의 지도자는 사회 속에서 성장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비극(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을 겪고 난 뒤 사회적 맥락과 단절된 생활을 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상황 인식이 부족하면 보좌진이라도 사회적 맥락을 인식해 보필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도 없다. 박 대통령이 ‘레이저 시선’을 쏘면 사지가 얼어붙나. ‘쓴소리’를 하면 사약을 내리나. 물론 야당도 장외투쟁하면서 ‘민주주의 수호’만 외칠 것은 아니다. 대중은 하루 벌어먹기도 힘든데, 밥 먹는 문제와 관련 있다는 점을 납득시켰어야 한다.”

    심각한 상황 모르는 것이 문제

    ▼ 외치(外治)는 어떻게 보나.

    “한미, 한중 정상회담 모두 이미지가 좋았다. 기품 있고, 한복은 우아하게 보였다. 박 대통령의 첫 데뷔전이면서 서로 간 탐색전이었다고 본다. 북한에 대해선 비교적 균형 잡힌 모습을 보였다. 다만 우리 주장을 한꺼번에 얻어내려 한다면 욕심이다. 개성공단 문제만 봐도 북한은 굴욕적으로 비칠 만큼 양보한 거다. 북한이 ‘무릎 꿇었다’고 말하는 건 ‘하수’다. 체면을 세워주는 게 옳다. 북한이 저렇게 나오는 건 내부 사정이 급박해서라기보다 전략적 의도가 묻어 있다고 본다. 전투에서 이겼다고 전쟁에서 이겼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으로서 당시 박근혜 당대표를 곁에서 지켜봤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다.

    “17대 총선 때 본 박 대통령의 모습은 애국심과 헌신성, 집중력을 가진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의견도 편하게 말했고, 자기 감정에 대한 절제력도 뛰어났다. 지금도 애국심과 헌신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문 의원 측에서는 지난해 말 먼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그는 자신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정운영 능력이 부족하니 도와달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인정하더라.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나라를 보고 도와달라’고 해 단순하게 생각했다. 자신의 부족을 아는 사람과 시대와의 불화, 누굴 택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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