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임직원과 가족이 8월 7일 강원 춘천시 동면 한국해비타트 ‘희망의 집짓기’ 건축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못질을 하고 나무를 자르고 옮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서툰 못질로 빨갛게 상기된 아들 장준희(21·대학생)를 바라보는 장수경(53·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 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아무래도 나보다 못질이 서툴죠. 처음 하는 건데.”
8월 7일 강원 춘천시 동면 지내리 한국해비타트 ‘희망의 집짓기’ 건축 현장에서는 한국해비타트 봉사자들과 홈파트너, 대한항공 임직원이 한데 어우러져 땡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한항공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소외된 이웃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자립 희망을 전하는 한국해비타트 활동에 참여해왔다. 처음에는 건축비와 항공권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었지만, 2004년부터는 임직원과 그 가족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 총 13가구의 ‘희망의 집’을 짓는 데 힘을 보탰다.
가족이 가족에게 전하는 든든한 울타리
올해도 대한항공 임직원은 7월 24일~8월 8일 총 네 차례에 걸쳐 춘천에서 진행하는 한국해비타트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대한항공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 모집공고를 하는데, 매년 신청자가 폭주해 회사 차원에서도 임직원 및 가족 경비를 부담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장씨는 휴가기간에 이번 3차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로 하고, 근무지인 부산에서 인천으로 올라온 다음 거기서부터 춘천까지 이틀에 걸쳐 자전거로 이동했다. 몇 년 전부터 한국해비타트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매번 높은 경쟁률 때문에 참여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던 그에게 이번 봉사활동은 참여 자체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까지 이른 새벽잠을 설치며 합류해줘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 한결 수월해졌다. 아들 준희 씨에게도 이번 봉사활동은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어릴 때는 그래도 아버지랑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고 함께할 시간이 많았는데, 고등학생 때부턴 떨어져 지내면서 얼굴 마주하는 시간조차 없었어요. 이렇게 낯선 곳에서 아버지와 함께하니까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나요. 게다가 좋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까지 있으니까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슬땀을 흘려가며 자재를 나르고 못질을 하는 과정도 도심에서 나고 자란 그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자신이 손수 지은 집이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될 것이란 사실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 아버지와 아버지의 직장 동료들이 함께한다는 든든함이 그에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이날 한국해비타트 ‘희망의 집짓기’ 봉사활동에 참여하려고 대한한공 임직원들은 휴가를 내면서까지 서울은 물론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가족과 함께 춘천을 찾았다. 한여름 땡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며 등 떼미는 사람도 없었고, 휴가기간에 봉사활동을 하라고 부추기는 사람도 없었지만 이들에겐 그 어느 해 여름보다 소중하고 가슴 뿌듯한 시간이었다.
현장에는 대한항공 임직원과 가족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보탰다. 대학생부터 지역주민까지 자원봉사에 참여한 사람의 직업도, 나이도 다양했지만 이들 역시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동 작업이 어색하고 힘들기보다 새롭고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홈파트너 자격으로 ‘희망의 집짓기’에 참여한 현종만(57) 씨는 한쪽 팔이 불편한 장애인임에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홈파트너란 한국해비타트에서 진행하는 ‘희망의 집짓기’의 수혜자 혹은 예비 수혜자로, 이들은 자신이 제공받을 집짓기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다른 이들이 제공받을 집을 짓는 일에도 홈파트너 자격으로 꾸준히 힘을 보탠다.
“저에겐 기적 같은 일이죠. 그간 수많은 굴곡 탓에 우리 가족은 오갈 데 없는 상황에까지 몰렸어요. 죽을 결심도 여러 번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좋은 일도 자꾸만 생기더라고요.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지은 집에 살면서 어떻게 절망에 빠질 수 있겠어요. 이분들은 뿔뿔이 흩어져 절망에 빠질 뻔하던 우리 가족을 살린 거예요.”
그는 ‘희망의 집짓기’에 참여하는 봉사자들이 웬만한 토목기술자보다 나을 때가 많다고 칭찬했다.
“이런 일을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보니 처음에는 어설프고 실수도 많았죠. 그런데 몇 번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무엇보다 여기에 동참하는 분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집을 짓는 것이 아니잖아요. 몰라서 실수는 해도, 절대 일을 날림으로 하지는 않더라고요. 어찌나 꼼꼼한지, 실제 집짓는 사람은 대충 넘어갈 일도 아주 세심하게 자기 집을 짓 듯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동행, 기업문화까지 건강해져
‘희망의 집짓기’ 예비 수혜자인 현종만 씨(위 왼쪽)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집짓기 봉사는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다.
“요즘은 기업에서 오는 분들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봉사활동에 대한 마인드가 달라졌어요. 봉사활동의 기쁨과 보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된 거죠. 오늘 오신 대한항공 직원들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는데, 요즘처럼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가족에게는 정말 뜻깊은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봉사활동은 기업 내 부서 간, 지위에 따른 격식이나 벽을 허무는 데도 기여한다. 사내에선 고위 간부인 사람도 이곳에선 서툰 초보나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작은 실수가 자칫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각자 맡은 업무에 따라 새로운 책임이 부여된다. 현장에서 봉사자를 진두지휘하는 크루리더 자격으로 ‘희망의 집짓기’에 참여했다는 송경희(23·대학생) 씨는 연배가 한참 위인 기업 오너에게도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 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집을 짓는 일에 기업 오너와 평직원의 차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송씨 같은 자원봉사자뿐 아니라, 기업 오너와 직원들에게도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 된다.
대한항공은 최근 ‘동행’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6월에는 기내 응급상황 발생에 대한 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의 대응을 주제로 ‘제1회 부서 간 동행 강연회’를 열어 내부적으로는 공동 가치관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고, 외부적으로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동참할 것을 강조했다. 산간벽지 도서관 건립 지원, 해외 현지 봉사활동, 글로벌 친환경 활동, 협력사 상생지원 프로그램 등도 대한항공이 펼치는 ‘동행’ 캠페인의 일환이다. 한국해비타트 ‘희망의 집짓기’ 후원 활동 외에도 임직원의 급여 일부를 사회봉사기금으로 적립하는 ‘끝전 모으기 운동’ ‘1사 1촌 운동’과 의료봉사활동 등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도 수년간 지속적으로 실천해오고 있다.
한편 한진그룹은 올해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 조직인 ‘한진그룹 사회봉사단’을 발족하고, 그룹 사회공헌 통합 프로그램인 ‘위드(WITH) 캠페인’을 통해 나눔지기, 꿈나무지기, 환경지기, 문화지기 등 4가지 분야를 정한 뒤 그에 따른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