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老人)이 공원에 앉아 호주머니를 뒤적거립니다
어두워지자
손을 더 깊이 넣어 무언가를 찾습니다
꺼내는가 싶더니 다시 넣어
만지작만지작합니다
바람이 숲을 뒤적거리자 새가 날아갔습니다
새가 떨구고 간 깃털들 땅거미에 곱게 싸서
바람은 숲의 호주머니에 다시 넣어줍니다
바람과 숲을 버무려 노인은 새를 만듭니다
호주머니가 헤지고
저녁은 부드럽게 날아갑니다
감촉, 생을 만지는 노인의 감촉이 느껴진다. 내 호주머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가끔 동전이 나오고, 구겨진 영수증이 나온다. 이것이 새가 될 수는 없으리라. 새가 숨어들어가는 숲을 본다. 거대한 자연의 주머니에는 산과 강과 나무가 있다. 노인의 호주머니에 그 모든 것이 있을 것 같은 이 ‘저녁의 감촉’이 참 좋다. ─ 원재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