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BMW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2012년 6월 유럽연합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독일은 15~24세 실업률이 7.9%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 평균 청년실업률 22.6%보다 훨씬 낮은 것은 물론 그리스 52.8%, 스페인 52.7%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실업률 7.9%는 유럽 경제위기 이전인 2008년 10.6%보다 오히려 2.7% 줄어든 수치다. 유럽 경제위기 속에서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독일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소년직업중개소’ 설치
그러나 독일 내부에서는 “통계가 현실의 심각성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직업훈련과정에 있거나 직업훈련과정에 들어가기 전 적성교육을 받는 청소년이 모두 취업자로 계산돼 평균 실업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사실 정확히 들여다보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며 대기 중인 청소년 수가 해마다 30만 명에 이르고, 20세 이상 실업률도 상당히 높으며, 직업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한 청소년이 장기 실업자로 편입되는 것이 현실이다.
2010년부터 독일 연방노동사회부와 연방노동중개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청소년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9월 3일 독일 주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함부르크에 개설한 ‘유겐트베루프스아겐투어’, 곧 청소년직업중개소(이하 직업중개소)가 바로 그 첫 결과물이다.
직업중개소는 기존의 노동청, 사회복지청, 가족청, 교육청, 직업청, 노동중개청 업무에서 2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업무를 떼어내 한곳으로 통합했다. 직업중개소 설립 취지는 청소년들에게 학업이나 직업 선택, 준비, 훈련과정에 관한 정보와 상담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관련 행정 업무를 유기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청소년 심리상담 전문가를 포함해 직원 107명이 상주한다.
직업중개소 개소식에 참석한 올라프 숄츠 함부르크 시장은 “학교를 졸업한 청소년이 직업에 구체적인 전망을 가지고 직업훈련이나 대학교육을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뿔뿔이 흩어진 직업 관련 관청을 찾아다니느라 돈과 시간을 뺏겼던 구직 청소년의 불편함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좀 더 편안하게 구직 문의를 할 수 있게 됐다.
직업중개소는 학업 능력 미달로 중등과정만 마친 청소년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조사 결과, 직업중개소를 다닌 학생 가운데 1/3만이 졸업 후 곧바로 직업훈련과정을 이행하고 나머지 1/3은 중도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중도 포기자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으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좀 더 일찍 직업과 관련해 전문가로부터 상담과 도움을 받는 일이 절실하다. ‘단 한 명의 청소년도 빠뜨리지 않기’를 슬로건으로 내건 직업소개소는 2014년까지 독일 20개 지역에 설치될 계획이다.
기능직 시장은 갈수록 인력난
1. 함부르크 청소년직업중개소에서 한 구직 청소년이 전문가와 직업훈련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2. 제빵 같은 전통 수공업 분야 지원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3. 독일 마이스터 교육 현장.
2011년 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자료에 따르면, 3년제 이상 대졸자 실업률은 3~5%로 매우 낮다. 이에 비해 대졸자 신입 연봉은 3만3000~3만8000유로로 비교적 높다. 이처럼 대학 졸업장이 상대적으로 나은 삶을 제공하다 보니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10년에는 중등1과정 졸업생 40%가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졸업 관문을 통과한 학생은 입학생 중 30%뿐이다. 결국 대졸자 비율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독일 사람 대부분이 후자, 즉 직업훈련과정을 통해 직업을 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업훈련과정 지원 자격은 개별 직업과 사업장마다 다르다. 중등1과정 학력만으로도 지원할 수 있는가 하면, 대학입학자격시험 합격증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대학 중퇴자 역시 다른 대학이나 학과에 재입학할 생각이 아니라면 직업훈련과정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실상 취업의 시작은 직업훈련과정부터로, 지난해 이 과정에 등록된 직업은 총 344종이다. 이 때문에 독일 중고교생은 그중에서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졸업 이전부터 결정하고 지원을 준비한다. 졸업과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훈련을 제공하는 사업장에 합격해야 비로소 직업훈련생이 된다. 연방노동중개청은 직업훈련법에 의거해 개별 사업장에 직업훈련생을 훈련시킬 만한 책임자가 있는지 등 제반조건을 검사하고 사업장과 훈련과정 지망생을 중개하는 노릇을 한다.
모든 직업훈련생은 직업학교 공부와 실무를 병행한다. 이것이 바로 독일 고유의 ‘이원훈련제도’다. 전체 과정의 1/3은 직업학교에서 이론과 교양을 배우고, 나머지 2/3는 개별 사업장에서 실무를 배우는 제도로 학교에 1주, 직장에 2주를 교대로 다니는 식이다. 직업학교 교육비는 주정부가 부담하지만 훈련생이 받는 매달 650유로 정도 수당은 개별 사업장에서 부담한다.
직업훈련과정을 마치면 주정부 상공회의소, 고용주, 노조대표, 직업학교 교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최종 자격시험을 치르는데, 여기에 합격해야 비로소 자격을 갖춘 인력이 된다. 훈련을 마치면 최초 사업장과 채용계약을 맺는 것을 권장하지만 강제력은 없다. 독일은 지역 중소기업이나 사업장이 경제의 근간을 이루다 보니, 개별 사업장이 각자가 원하는 인력에 투자하는 이런 식의 제도가 인력 조달 순기능을 한다. 반면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력 착취나 헛된 곳에 투자될 수 있다는 약점을 지닌다. 초봉도 천차만별이어서 한 달에 1000유로부터 시작하는 곳도 있다. 또한 인문·사회계열 대졸자 이상을 원하는 곳도 있다.
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아네테 샤반 장관은 “대졸자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려야 고급 인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독일은 학력상향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반 기능직 시장은 갈수록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