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아이돌 일색이던 TV에 이렇게라도 다양한 가수와 음악지망생들의 설 자리가 마련됐다는 긍정적 의견, 또 하나는 음악을 콘텐츠 사냥의 수단으로 삼을 뿐이라는 부정적 의견.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계속 아이돌‘만’ 보면서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좋은 음악인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상황을 한탄하고 있지 않을까.
찬반은 그렇다 치고, 예능과 음악이 결합한 덕에 음악 플랫폼이 바뀌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한국은 엄청난 사교육과 야근, 그리고 수도권 집중 개발로 공연 관람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 어렵다. 동네 펍에서 동네 밴드가 공연하고, 뮤지션이 앨범을 내면 전국을 돌면서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공연은 복제가 불가능한, 실시간 예술이지만 이런 환경 탓에 대중은 복제물, 즉 음원과 방송으로 음악을 듣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스포츠나 천하제일 무도회를 방불케 하는, 경쟁이라는 포맷을 갖춘 음악 프로그램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저 공을 던지고 치고 뛰는 야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승부와 순위라는 요인 때문인데, 음악 프로그램이 그렇게 변한 덕이다. 게다가 복제 음악이 아닌, 진본 음악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공연을 접하기 힘든 환경에서 시청자는 ‘나가수’를 보면서 공연을 보고 싶다는 욕망을 대리 만족하는 것이다.
여기에 시청자가 당락을 결정짓는다는 요소는 대중에게 스스로를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즉, 시청자로 하여금 기획사에서 생산한 스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스타를 발굴하거나 쟁쟁한 가수에게 탈락의 고배를 안기는 권능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갑’ 처지에 서고 싶은 수많은 ‘을’의 욕망을 충족해주는 것이다. 이런 욕망의 장치들과 결합해 음악은 다시 일반 대중과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