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모조부품에 붙이는 위조 라벨.
자동차 한 대에 필요한 부품은 2만여 개. 그중에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성 부품이 상당수다. 안전을 위해서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안전을 위협하는 ‘짝퉁 자동차 부품’이 크게 늘어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짝퉁 가방, 짝퉁 시계 같은 상표권 침해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질 낮은 원료와 검증 안 된 재질을 사용한 모조부품은 겉으로 봐서는 순정부품과 차이가 없지만, 품질과 안전성이 현격히 떨어져 자칫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산 짝퉁 부품 대거 적발
실제로 최근 일어난 대형사고 중 모조부품 사용에 따른 사고 건수도 적지 않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피해도 심각하다. 사고나 결함 원인을 모조부품이 아닌 기기 자체 결함으로 인식할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3월 중국 산둥성 노둔 자동차부품 시장. 중국 공상과 공안국 관계자 10여 명이 상가 건물을 급습했다. 상가 창고에는 범퍼커버, 에어백, 벨트, 램프, 베어링, 필터 등 모조부품들이 위조 현대·기아차 라벨을 붙인 채 포장돼 쌓여 있었다. 중국 공안국은 이날 이 시장에서만 불법 모조부품 유통상 7곳을 적발해 2곳은 형사입건하고 나머지는 행정 처분했다. 이어 4월에는 중국 장쑤성에 있는 모조 자동차부품 생산 공장을 적발했다. 작업장 한쪽에는 위조한 자동차 엠블럼과 라벨, 포장지 등이 잔뜩 쌓여 있었다.
중국 공안국이 올해 현대모비스의 협조 아래 대대적인 기획단속에 나서 적발한 불법 모조부품 생산·유통업체만 28곳. 총 100억 원 상당의 12만 개 불법 모조부품을 압수해 폐기처분했다. 지금까지 순정부품의 탈을 쓴 불법 모조부품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밀수출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10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현대모비스 공장을 방문하자 조립라인의 현지 근로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순정부품은 완성차 생산업체가 직접 만들거나 완성차 생산업체에서 주문받은 협력업체가 만든 부품을 말한다. 완성차 생산업체에서 부품 품질을 인증하고 상표를 부착해 지정 대리점을 통해 판매한다.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해 자동차를 제작할 때 장착하는 부품과 동일한 부품임을 완성차 생산업체가 직접 보증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반면 모조부품은 순정부품의 외형뿐 아니라 포장박스나 검사필증까지 위조해 외견상으로는 순정부품과 거의 똑같지만 성능 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모조 휠 볼트 사용이다. 모조 휠 볼트를 장착한 채 운행하다 볼트가 일시적으로 부러지거나 바퀴가 통째로 빠져버릴 위험성이 매우 높다.
치명적 사고 위험성 매우 커
불법 유통되는 모조 브레이크패드도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만들 뿐 아니라, 구조상 제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마찰재가 쉽게 마모돼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타이밍벨트나 각종 필터류 같은 소모성 부품도 엔진 출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자동차에 이상이 생겨 정비를 맡겨도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을 때도 많다.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불순물들이 엔진을 마모시켜 출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엔진을 분해해 살펴보지 않는 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부품은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어느 하나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며 “특히 다른 차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어 일반 가전제품의 짝퉁 부품과는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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