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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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민심 박근혜는 모른다?

  • 김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입력2012-07-30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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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민심 박근혜는 모른다?
    7월 16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5·16 군사정변에 대해 “나라 발전을 돌아볼 때 5·16이 오늘 한국의 초석을 만들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한 직후 한 장의 사진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옛 소련 독재자 스탈린의 딸인 고(故) 스베틀라나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특별한 기사가 붙지도 않았다. 다만 사진 밑에 쓴 글은 “우리 아버지는 독재자였고, 딸로서 침묵한 나도 공범자다. 이제 아버지는 세상에 없으니 내가 그 잘못을 안고 가겠다”가 전부다.

    “최선의 선택”이라는 발언에 야권은 일제히 박 의원의 역사관을 문제 삼으며 비난했다.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전전긍긍하면서도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애써 자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두 번째 사진이 등장했다. 스베틀라나의 말년 사진과 박근혜 의원의 사진을 이어붙인 것이었다. 박 의원 사진 밑에는 “5·16은 아버지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2012. 7. 16”이라는 글이 따라붙었다.

    이 사진엔 여러 장치가 숨어 있다. 두 여인의 발언을 사실 그대로 실어 대비토록 했지만, 짓궂게도 ‘사진’처럼 중년이 아닌 말년의 스베틀라나와 박 의원을 비교한 것이다. 이는 다분히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때 ‘오바마가 등장하자 힐러리가 늙어 보였다’는 전략을 차용한 것이다. 때마침 7월 19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을 출간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갓 50세인 안철수(1962년생)와 60대 초반(1952년생)인 박근혜?

    논란이 계속되자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7월 23일부터 이틀간 휴대전화 임의걸기 방식인 RDD 조사(성인 남녀 603명,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를 실시했다. 결과는 박 의원 발언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42%,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46%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히 맞섰다. 이 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의 경우 “공감한다”가 33%, “공감하지 않는다”가 53%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는 41%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아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자신감을 얻은 박 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7월 24일 방송 3사 주최로 열린 새누리당 첫 대선 경선후보 TV토론에서였다. 임태희 새누리당 경선후보가 “박 의원의 말대로 5·16이 쿠데타가 아닌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5·16을 쿠데타로 명시한 교과서를 개정할 생각이 있느냐”고 따져 물은 것. 이에 박 의원은 “여론조사를 했는데 내 발언에 찬성하는 국민이 50% 정도 된다. 임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이 50%의 국민은 잘못된 국민이니 버리자는 얘기인가”라고 받아쳤다. 또한 “정치인이 미래를 내버려두고 역사학자나 국민이 평가할 과거를 두고 논쟁한다면 통합이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자 여론조사를 철석같이 믿는 박 의원으로선 그렇게 답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여론과 SNS 여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어느 쪽이 더 맞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40세대와 SNS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만큼 박 후보가 SNS 민심에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썼어야 하지 않을까. 혹시 박 의원이 이렇게 얘기했으면 어땠을까.

    “아버지에게는 공과가 함께 있다. 아버지의 과에 대해 침묵한 나도 잘못이 있다. 이제 아버지가 없으니 그 공과를 내가 함께 안고 가겠다. 국민 여러분이 기회를 준다면 대한민국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누가 뭐래도 박정희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지지율 1위’ 아닌가. 이제 와서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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