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의 어윤대(67) 회장실에 들어서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그린 그림이 눈에 띄었다. 세계 유수 기업 회장이 드나드는 곳인 만큼 한국의 느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터. 대학에서 국제금융을 가르치고, 고려대 총장을 지내면서 대학 국제화에 박차를 가한 그가 2010년 KB금융 회장을 맡은 이후 KB금융은 늘 화제의 중심이었다. 최근 KB금융이 ING생명 인수에 나서고,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와 합병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면서 그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 지난 2년을 간단히 회고한다면.
“대체로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경영 목표를 자산 증대에 두기보다 리스크 관리, 구체적으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인 게 내부적으로 가장 큰 업적이다. 지난 2년 동안 임직원이 합심한 결과다. 외적으로는 1500개 상장기업 가운데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 2년 연속 1등을 했다. 이는 한국회계학회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선정한 결과다.
KB금융이 독립성을 유지한 점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2년 동안 청와대와 금융감독원 등에서 인사청탁 전화가 한 번도 없었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인사를 하는 것도 KB금융이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주가가 오르지 않은 건 아쉬운 점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결과 은행 자산 질이 좋아지고 경영이 투명해져 앞으로는 좋은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자기자본이익률 높여 자부심
그는 투명성과 관련해 대단한 자부심을 보였다. 기자가 “일부에서는 과거 KB금융의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했으나 어 회장 취임 이후 최고경영자(CEO)도 이 위원회에 포함된 것을 두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고 슬쩍 찌르자 그런 비판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렇게 볼 문제가 아니다. 사외이사끼리 사외이사를 뽑는 조직이 어디 있나. 국내 1500개 상장기업 가운데 그런 곳이 한 곳이라도 있나.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에도 CEO가 참여하고, 심지어 의장을 CEO가 맡는다. 반면 KB금융은 추천인 5명 가운데 4명이 사외이사이고,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는다. 이런 조직이 어디 있나. 더욱이 내가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에 들어가겠다고 해서 바뀐 게 아니다. 내가 오기 전에 이미 금융감독원에서 사외이사끼리 사외이사를 뽑는 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시정을 권고한 사항이다. 현재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 대 집행임원 비율이 9대 3이다. 그 정도로 지배구조가 투명하다.”
▼ CEO로서 기업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데.
“KB금융은 은행 비중이 87∼88%이고 보험, 자산운용, 카드 등 비(非)은행 부문 비중은 나머지 12∼13%밖에 안 된다. 당연히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상 비은행 부문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자산을 늘리기엔 시장 여건에 한계가 있어 인수합병(M·A)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기회가 없었고 여건도 여의치 않았다. 앞으로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번에 ING생명 인수에 참여한 것도 그러한 기본 정책에 따른 것이다.”
▼ 최근엔 KB금융이 우리금융을 합병할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들린다. 어 회장도 그동안 메가뱅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우리는 요새 글로벌뱅크라고 표현한다. 지금 우리나라 은행은 아시아 또는 세계 은행과 비교해 70∼80위권이다. 메가뱅크가 아닌 글로벌뱅크라는 표현을 쓰는 건 경영 능력, 자본 규모, 시장 점유율 등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은행이 되겠다는 취지다.”
▼ 어쨌든 그건 규모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규모로는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서 일을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어떤 해외 금융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국내 은행의 외화자금 마련 비용이 외국계 은행과 비교해 1.5%포인트 정도 차이가 있다. 한국계 은행보다 외국계 은행에서 돈을 훨씬 싸게 빌릴 수 있는데 기업이 굳이 우리나라 은행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두 번째는 해외에 진출한 기업에 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 가운데 하나가 현금 관리, 즉 유동성과 외환 리스크를 관리해주는 것인데, 우리나라 은행 가운데 그런 서비스를 할 만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한 곳이 없다. 외화자금 마련 비용을 줄여 금리를 낮추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갖는 방법 중 하나가 은행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금융을 M·A하려고 KB금융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금융을 매각하는 주체는 정부다. 우리는 시장에 물건이 나오면 그것을 살 수 있는 여러 대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 그렇더라도 현실적으로 KB금융이 가장 유력한 후보 아닌가.
“자기자본과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하는 것 같다. 하나금융은 최근 외환은행을 인수했기 때문에 자본이 부족하고, 과거 조흥은행을 인수한 신한금융도 부채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우리금융을 살 만한 처지가 안 된다. 반면 KB금융은 부채가 제로(0)이고,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본 규모가 5조 원 정도이니 우리금융을 살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게 경제적 평가다.”
우리금융 매각 주체는 정부
▼ 그렇다면 우리금융 매각을 반대하는 정치권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건 이사회가 인수를 결정한 다음 얘기다.”
▼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나.
“30년간 국제금융을 가르친 학자로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것을 KB금융이 실행할 것인지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다.”
▼ KB금융 내부에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나.
“여야가 다 반대하는데 그것을 돌파할 힘이 KB금융에 있을까. 내가 보기엔 KB금융 임직원 2만5000명에겐 그런 힘이 없는 것 같다.”
▼ CEO 역량을 봐서는.
“아니다. 경제 논리가 옳다고 정치 논리를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사회 의견도 들어봐야 하고.”
▼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이 7월 27일인데 이사회 소집 일정은 잡혔나.
“그 전에 결정날 것이다.”
▼ 개인적으로도 이사들과 접촉해 설득 작업을 할 텐데.
“공식적인 이사회 말고도 간담회 등에서 만나 장단점 등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 반응은 어떤가.
“얘기 못 한다.”
▼ KB금융이 우리금융을 합병했을 때의 시스템 리스크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건 나중 얘기다. M·A가 무척 중요하지만, M·A 이후는 더 중요하다. 이번 일이 성사되면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M·A일 텐데, 엄청난 준비와 분석이 따라야 할 것이다. 아직 그 전 단계도 해결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공식적으로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매각 의지가 강한 것 같던데.
“이런 이슈를 정치적으로 보면 안 된다. 국익을 위해서도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정권에서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금융은 11년 동안 안 팔렸고, 공적자금도 빨리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선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볼 것이다.
더욱이 어려울 것 같았던 외환은행 매각도 잘 해결했고, 저축은행 때문에 한국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리라는 걱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잘 극복했으니까, 우리금융 매각도 어려운 일이지만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 KB금융 회장으로서가 아니라 공적자금관리위원을 지낸 처지에서 그런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조한다.
젊고 밝은 이미지로 개선
▼ 취임 이후 KB금융이 젊은 이미지로 변신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대학가에 지점도 많이 설치하고.
“대학가 지점 확대가 목표는 아니었고, 성장동력 면에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은행이 돼야 한다는 판단하에 농구, 야구 등을 후원하는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경영에 문화를 접목하는 시도도 했다. 대학가에 만든 ‘락스타’ 지점이 그중 하나다. 직원들이 청바지를 입고 일하고,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 두어 달에 한 번 은행 안에서 공연도 한다.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문화도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은행 지점이 락스타다. KB금융이 체크카드 부문에서 1등을 하는 데 락스타가 크게 기여했다. 1년 반 만에 대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은행이 국민은행으로 바뀐 것도 스포츠 마케팅과 락스타 지점이 이룬 성과다. 경영과 문화를 합하고, 젊은 사람을 이해하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미지를 개선한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경영 성과라고 생각한다.”
▼ 락스타, 경영 전략, 후계 양성 등이 회장에게 각각 얼마만큼 중요한가.
“항상 모두 생각한다. 후계 양성과 관련해 ‘오마하의 현인’으로 알려진 워런 버핏과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버핏에게 ‘후계자 지명도 안 한 당신이 후계 양성을 잘한다고 알려진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포춘(Fortune) 선정 500대 상장기업 안에 내 회사가 5개나 들어 있다. 나는 CEO 가운데 누가 가장 일을 잘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나는 버핏과 달리 KB금융이 내 회사도 아니고 회장을 맡은 지도 2년밖에 안 됐지만, KB금융이 그런 점에선 시스템을 아주 잘 갖췄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나도 그랬지만, 외부 헤드헌팅사에서 적당한 인물을 추천하고 사외이사들도 후보자를 추천해 이사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투표로 최종 결정한다. 일부 공기업 외에 이렇게 지배구조가 잘된 기업이 없다. 절차상의 지배구조가 아주 잘 갖춰진 편이다.”
▼ 지난 2년을 간단히 회고한다면.
“대체로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경영 목표를 자산 증대에 두기보다 리스크 관리, 구체적으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인 게 내부적으로 가장 큰 업적이다. 지난 2년 동안 임직원이 합심한 결과다. 외적으로는 1500개 상장기업 가운데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 2년 연속 1등을 했다. 이는 한국회계학회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선정한 결과다.
KB금융이 독립성을 유지한 점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2년 동안 청와대와 금융감독원 등에서 인사청탁 전화가 한 번도 없었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인사를 하는 것도 KB금융이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주가가 오르지 않은 건 아쉬운 점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결과 은행 자산 질이 좋아지고 경영이 투명해져 앞으로는 좋은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자기자본이익률 높여 자부심
그는 투명성과 관련해 대단한 자부심을 보였다. 기자가 “일부에서는 과거 KB금융의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했으나 어 회장 취임 이후 최고경영자(CEO)도 이 위원회에 포함된 것을 두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고 슬쩍 찌르자 그런 비판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렇게 볼 문제가 아니다. 사외이사끼리 사외이사를 뽑는 조직이 어디 있나. 국내 1500개 상장기업 가운데 그런 곳이 한 곳이라도 있나.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에도 CEO가 참여하고, 심지어 의장을 CEO가 맡는다. 반면 KB금융은 추천인 5명 가운데 4명이 사외이사이고,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는다. 이런 조직이 어디 있나. 더욱이 내가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에 들어가겠다고 해서 바뀐 게 아니다. 내가 오기 전에 이미 금융감독원에서 사외이사끼리 사외이사를 뽑는 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시정을 권고한 사항이다. 현재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 대 집행임원 비율이 9대 3이다. 그 정도로 지배구조가 투명하다.”
▼ CEO로서 기업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데.
“KB금융은 은행 비중이 87∼88%이고 보험, 자산운용, 카드 등 비(非)은행 부문 비중은 나머지 12∼13%밖에 안 된다. 당연히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상 비은행 부문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자산을 늘리기엔 시장 여건에 한계가 있어 인수합병(M·A)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기회가 없었고 여건도 여의치 않았다. 앞으로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번에 ING생명 인수에 참여한 것도 그러한 기본 정책에 따른 것이다.”
▼ 최근엔 KB금융이 우리금융을 합병할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들린다. 어 회장도 그동안 메가뱅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우리는 요새 글로벌뱅크라고 표현한다. 지금 우리나라 은행은 아시아 또는 세계 은행과 비교해 70∼80위권이다. 메가뱅크가 아닌 글로벌뱅크라는 표현을 쓰는 건 경영 능력, 자본 규모, 시장 점유율 등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은행이 되겠다는 취지다.”
▼ 어쨌든 그건 규모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규모로는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서 일을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어떤 해외 금융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국내 은행의 외화자금 마련 비용이 외국계 은행과 비교해 1.5%포인트 정도 차이가 있다. 한국계 은행보다 외국계 은행에서 돈을 훨씬 싸게 빌릴 수 있는데 기업이 굳이 우리나라 은행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두 번째는 해외에 진출한 기업에 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 가운데 하나가 현금 관리, 즉 유동성과 외환 리스크를 관리해주는 것인데, 우리나라 은행 가운데 그런 서비스를 할 만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한 곳이 없다. 외화자금 마련 비용을 줄여 금리를 낮추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갖는 방법 중 하나가 은행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금융을 M·A하려고 KB금융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금융을 매각하는 주체는 정부다. 우리는 시장에 물건이 나오면 그것을 살 수 있는 여러 대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 그렇더라도 현실적으로 KB금융이 가장 유력한 후보 아닌가.
“자기자본과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하는 것 같다. 하나금융은 최근 외환은행을 인수했기 때문에 자본이 부족하고, 과거 조흥은행을 인수한 신한금융도 부채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우리금융을 살 만한 처지가 안 된다. 반면 KB금융은 부채가 제로(0)이고,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본 규모가 5조 원 정도이니 우리금융을 살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게 경제적 평가다.”
우리금융 매각 주체는 정부
▼ 그렇다면 우리금융 매각을 반대하는 정치권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건 이사회가 인수를 결정한 다음 얘기다.”
▼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나.
“30년간 국제금융을 가르친 학자로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것을 KB금융이 실행할 것인지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다.”
▼ KB금융 내부에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나.
“여야가 다 반대하는데 그것을 돌파할 힘이 KB금융에 있을까. 내가 보기엔 KB금융 임직원 2만5000명에겐 그런 힘이 없는 것 같다.”
▼ CEO 역량을 봐서는.
“아니다. 경제 논리가 옳다고 정치 논리를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사회 의견도 들어봐야 하고.”
▼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이 7월 27일인데 이사회 소집 일정은 잡혔나.
“그 전에 결정날 것이다.”
▼ 개인적으로도 이사들과 접촉해 설득 작업을 할 텐데.
“공식적인 이사회 말고도 간담회 등에서 만나 장단점 등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 반응은 어떤가.
“얘기 못 한다.”
▼ KB금융이 우리금융을 합병했을 때의 시스템 리스크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건 나중 얘기다. M·A가 무척 중요하지만, M·A 이후는 더 중요하다. 이번 일이 성사되면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M·A일 텐데, 엄청난 준비와 분석이 따라야 할 것이다. 아직 그 전 단계도 해결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공식적으로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매각 의지가 강한 것 같던데.
“이런 이슈를 정치적으로 보면 안 된다. 국익을 위해서도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정권에서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금융은 11년 동안 안 팔렸고, 공적자금도 빨리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선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볼 것이다.
더욱이 어려울 것 같았던 외환은행 매각도 잘 해결했고, 저축은행 때문에 한국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리라는 걱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잘 극복했으니까, 우리금융 매각도 어려운 일이지만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 KB금융 회장으로서가 아니라 공적자금관리위원을 지낸 처지에서 그런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조한다.
젊고 밝은 이미지로 개선
▼ 취임 이후 KB금융이 젊은 이미지로 변신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대학가에 지점도 많이 설치하고.
“대학가 지점 확대가 목표는 아니었고, 성장동력 면에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은행이 돼야 한다는 판단하에 농구, 야구 등을 후원하는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경영에 문화를 접목하는 시도도 했다. 대학가에 만든 ‘락스타’ 지점이 그중 하나다. 직원들이 청바지를 입고 일하고,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 두어 달에 한 번 은행 안에서 공연도 한다.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문화도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은행 지점이 락스타다. KB금융이 체크카드 부문에서 1등을 하는 데 락스타가 크게 기여했다. 1년 반 만에 대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은행이 국민은행으로 바뀐 것도 스포츠 마케팅과 락스타 지점이 이룬 성과다. 경영과 문화를 합하고, 젊은 사람을 이해하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미지를 개선한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경영 성과라고 생각한다.”
▼ 락스타, 경영 전략, 후계 양성 등이 회장에게 각각 얼마만큼 중요한가.
“항상 모두 생각한다. 후계 양성과 관련해 ‘오마하의 현인’으로 알려진 워런 버핏과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버핏에게 ‘후계자 지명도 안 한 당신이 후계 양성을 잘한다고 알려진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포춘(Fortune) 선정 500대 상장기업 안에 내 회사가 5개나 들어 있다. 나는 CEO 가운데 누가 가장 일을 잘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나는 버핏과 달리 KB금융이 내 회사도 아니고 회장을 맡은 지도 2년밖에 안 됐지만, KB금융이 그런 점에선 시스템을 아주 잘 갖췄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나도 그랬지만, 외부 헤드헌팅사에서 적당한 인물을 추천하고 사외이사들도 후보자를 추천해 이사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투표로 최종 결정한다. 일부 공기업 외에 이렇게 지배구조가 잘된 기업이 없다. 절차상의 지배구조가 아주 잘 갖춰진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