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712만 명에 달한다. 그중 이른 베이비부머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은퇴대란’이 시작되면서 베이비부머 은퇴자의 노후 문제는 사회 이슈로 급부상했다. 서울시가 마련한 ‘장년창업센터’를 통해 인생 이모작을 시작한 이들을 만나본다.
“불합리한 걸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문제나 불편이 있으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소비자 처지에서 보면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주변에 많다. 내 사업 아이템도 그렇게 얻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누구나 사업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구체화할 실행력과 의지가 뒷받침돼야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여기며 먼 길을 돌아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정보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장해건(49) A Lab 대표. 그도 여러 차례 좋은 아이디어를 그냥 흘려보내다 마침내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학 시절 오토바이로 물건이나 서류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던 형한테 그런 얘길 했는데 나중에 오토바이 택배서비스가 나왔다. 20년 전쯤, 차에 적어놓은 전화번호 때문에 여성들이 범죄 대상이 된다는 사건기사를 보고 제삼자 통화 방식의 서비스를 하면 개인 전화번호 노출을 피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사업으로 나왔다. 그런 일이 몇 번 겹치니까 이번엔 내 아이디어로 직접 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장 대표의 사업은 중고자동차 매매정보서비스와 여행정보서비스다. 전자는 인식표를 부착한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매도를 원하는 차주와 차량에 대한 정보를 매수 희망자가 검색할 수 있어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고도 개인끼리 직접 중고차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다. 후자는 방문 목적과 체류 기간, 예상 경비 등을 고려한 특화된 여행 동선을 도출해 개인 맞춤형으로 지도 기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6월 이 두 가지 정보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장 대표는 “중고자동차 매매정보서비스는 선행특허가 있다고 하니까 당장 특허권을 얻어 사업화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여행정보서비스는 별문제가 없어 곧 특허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사업 모두 IT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속도가 생명이다. 변화가 빠른 게 IT산업의 특성인데 특허를 기다리느라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하지 못해 답답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특화된 여행정보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친구의 부탁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동태를 파악하려고 서울 명동에 나간 게 계기가 됐다.
“음식점을 하는 친구가 외국 관광객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해서 명동에 나갔는데, 눈에 띈 건 일본이나 중국 여행객이 들고 다니는 지도가 거의 다 비슷하다는 거였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게 각자 다를 텐데 비슷한 지도를 들고 낯선 나라에서 얼마나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때 마침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사무실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지도 제작과정 등 이것저것 묻다가 외국 관광객의 여행 패턴에 대해 알게 됐다. 자국의 여행정보 사이트를 통해 서울에 대해 공부한 뒤 갈 곳을 미리 정하고 온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알게 되는 정보가 얼마나 정확하고 풍부할까 싶어 그 부분에서 혁신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자 그는 맨 처음 특허법인을 찾았다. 하지만 첫 번째 찾아간 곳에서 “특허출원이 어렵다”고 퇴짜를 맞았다. 두 번째 찾아간 곳에선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
“두 번째 특허법인에선 특허출원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에 따른 300만~400만 원의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도움을 청했더니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산하 서울지식재산센터를 소개해줬다. 거기서 특허출원에 대한 도움을 받았다. SBA를 통해 장년창업센터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스스로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장 대표는 먼 길을 돌아왔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다 한 학기를 남겨두고 학교 문을 나선 그는 무역통상 회사를 차렸다가 3년 만에 자금 부족으로 손을 들었다. 애초부터 넥타이 매고 직장생활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취직은 생각지도 않았던 그는 가끔 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마저도 외환위기 여파로 무너졌다.
사업자금 마련이 가장 큰 과제
장 대표가 가장 길게 일한 분야는 주식과 펀드투자다. 개인이 운영하는 주식·펀드투자 사무실과 증권회사에서 8년 동안 일한 것 외에 딱히 ‘전직(前職)’이라고 내세울 만한 건 없다. 투자자 생활을 접고 부동산투자 회사, 법무법인, 택시 운전기사, 벽돌공장을 전전하다 뒤늦게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매달린 것은 ‘원초적인 아픔’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책임감을 갖고 장남이자 외동아들로서, 그리고 세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권위를 회복하고 싶었던 것.
남은 은퇴할 무렵, 삶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맨손으로 두려움 없이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준 건 ‘걷기’였다.
“4~5년 전부터 걷기를 시작했는데 많게는 한 해에 7000~8000km를 걸은 적도 있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걷다 보니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 사업자등록을 할 때도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예전 같으면 싸웠을 일을 부드럽게 처리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걷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달라졌다.”
서울지식재산센터에서 특허출원 지원을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했다. 개인명의로는 특허출원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아무런 사업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내려 하자 업무 담당자가 그에게 “사업자등록증을 어디다 쓰려고 하느냐? 등록증으로 있지도 않은 가공 직원을 만들어 대출에 쓸 수도 있지 않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예전 같으면 아마 얼굴을 붉히며 따지고 들었을 거다. 하지만 ‘사업장 주소가 내가 살고 있는 주택으로 돼 있지 않느냐. 아이들과 함께 사는 집에서 사기칠 아버지가 어디 있겠느냐’며 절박하게 설득했다. 두 시간을 버티자 진심이 통했는지 그날로 사업자등록증을 내주면서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 등록증을 받아드는 순간 정말 고마워 눈물이 날 뻔했다.”
그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실시한 ‘창조관광공모전’에 여행정보서비스를 출품하고 5월 초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모전에서 당선되면 사업에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장년창업센터 1기인 장 대표는 8월이면 센터에서 나와야 한다. 따로 사무실을 구하고, IT 전문가에게 외주를 맡겨 여행정보서비스 홈페이지를 구축해야 한다. 외국의 관광전문 잡지와 한국 관광 관련 사이트를 통한 홍보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게 사업자금 지원은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다.
“어떤 털은 눈썹보다 늦게 나지만 훨씬 길게 자란다는 말이 있다. 어려움이야 사업의 본질이겠지만, 꾸준히 걸어서 넘지 못할 산은 흔치 않은 법이다. 지금 힘들더라도 자긍심을 가지고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갈 생각이다.”
장 대표의 꿈은 원대하다. 국내에서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잡으면 국제특허와 해외지사 설립을 통해 전 세계 여행객을 상대로 필요한 여행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불합리한 걸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문제나 불편이 있으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소비자 처지에서 보면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주변에 많다. 내 사업 아이템도 그렇게 얻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누구나 사업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구체화할 실행력과 의지가 뒷받침돼야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여기며 먼 길을 돌아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정보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장해건(49) A Lab 대표. 그도 여러 차례 좋은 아이디어를 그냥 흘려보내다 마침내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학 시절 오토바이로 물건이나 서류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던 형한테 그런 얘길 했는데 나중에 오토바이 택배서비스가 나왔다. 20년 전쯤, 차에 적어놓은 전화번호 때문에 여성들이 범죄 대상이 된다는 사건기사를 보고 제삼자 통화 방식의 서비스를 하면 개인 전화번호 노출을 피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사업으로 나왔다. 그런 일이 몇 번 겹치니까 이번엔 내 아이디어로 직접 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장 대표의 사업은 중고자동차 매매정보서비스와 여행정보서비스다. 전자는 인식표를 부착한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매도를 원하는 차주와 차량에 대한 정보를 매수 희망자가 검색할 수 있어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고도 개인끼리 직접 중고차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다. 후자는 방문 목적과 체류 기간, 예상 경비 등을 고려한 특화된 여행 동선을 도출해 개인 맞춤형으로 지도 기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6월 이 두 가지 정보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장 대표는 “중고자동차 매매정보서비스는 선행특허가 있다고 하니까 당장 특허권을 얻어 사업화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여행정보서비스는 별문제가 없어 곧 특허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사업 모두 IT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속도가 생명이다. 변화가 빠른 게 IT산업의 특성인데 특허를 기다리느라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하지 못해 답답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특화된 여행정보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친구의 부탁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동태를 파악하려고 서울 명동에 나간 게 계기가 됐다.
“음식점을 하는 친구가 외국 관광객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해서 명동에 나갔는데, 눈에 띈 건 일본이나 중국 여행객이 들고 다니는 지도가 거의 다 비슷하다는 거였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게 각자 다를 텐데 비슷한 지도를 들고 낯선 나라에서 얼마나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때 마침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사무실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지도 제작과정 등 이것저것 묻다가 외국 관광객의 여행 패턴에 대해 알게 됐다. 자국의 여행정보 사이트를 통해 서울에 대해 공부한 뒤 갈 곳을 미리 정하고 온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알게 되는 정보가 얼마나 정확하고 풍부할까 싶어 그 부분에서 혁신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자 그는 맨 처음 특허법인을 찾았다. 하지만 첫 번째 찾아간 곳에서 “특허출원이 어렵다”고 퇴짜를 맞았다. 두 번째 찾아간 곳에선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
“두 번째 특허법인에선 특허출원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에 따른 300만~400만 원의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도움을 청했더니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산하 서울지식재산센터를 소개해줬다. 거기서 특허출원에 대한 도움을 받았다. SBA를 통해 장년창업센터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스스로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장 대표는 먼 길을 돌아왔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다 한 학기를 남겨두고 학교 문을 나선 그는 무역통상 회사를 차렸다가 3년 만에 자금 부족으로 손을 들었다. 애초부터 넥타이 매고 직장생활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취직은 생각지도 않았던 그는 가끔 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마저도 외환위기 여파로 무너졌다.
사업자금 마련이 가장 큰 과제
장 대표가 가장 길게 일한 분야는 주식과 펀드투자다. 개인이 운영하는 주식·펀드투자 사무실과 증권회사에서 8년 동안 일한 것 외에 딱히 ‘전직(前職)’이라고 내세울 만한 건 없다. 투자자 생활을 접고 부동산투자 회사, 법무법인, 택시 운전기사, 벽돌공장을 전전하다 뒤늦게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매달린 것은 ‘원초적인 아픔’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책임감을 갖고 장남이자 외동아들로서, 그리고 세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권위를 회복하고 싶었던 것.
남은 은퇴할 무렵, 삶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맨손으로 두려움 없이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준 건 ‘걷기’였다.
“4~5년 전부터 걷기를 시작했는데 많게는 한 해에 7000~8000km를 걸은 적도 있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걷다 보니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 사업자등록을 할 때도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예전 같으면 싸웠을 일을 부드럽게 처리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걷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달라졌다.”
서울지식재산센터에서 특허출원 지원을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했다. 개인명의로는 특허출원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아무런 사업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내려 하자 업무 담당자가 그에게 “사업자등록증을 어디다 쓰려고 하느냐? 등록증으로 있지도 않은 가공 직원을 만들어 대출에 쓸 수도 있지 않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예전 같으면 아마 얼굴을 붉히며 따지고 들었을 거다. 하지만 ‘사업장 주소가 내가 살고 있는 주택으로 돼 있지 않느냐. 아이들과 함께 사는 집에서 사기칠 아버지가 어디 있겠느냐’며 절박하게 설득했다. 두 시간을 버티자 진심이 통했는지 그날로 사업자등록증을 내주면서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 등록증을 받아드는 순간 정말 고마워 눈물이 날 뻔했다.”
그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실시한 ‘창조관광공모전’에 여행정보서비스를 출품하고 5월 초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모전에서 당선되면 사업에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장년창업센터 1기인 장 대표는 8월이면 센터에서 나와야 한다. 따로 사무실을 구하고, IT 전문가에게 외주를 맡겨 여행정보서비스 홈페이지를 구축해야 한다. 외국의 관광전문 잡지와 한국 관광 관련 사이트를 통한 홍보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게 사업자금 지원은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다.
“어떤 털은 눈썹보다 늦게 나지만 훨씬 길게 자란다는 말이 있다. 어려움이야 사업의 본질이겠지만, 꾸준히 걸어서 넘지 못할 산은 흔치 않은 법이다. 지금 힘들더라도 자긍심을 가지고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갈 생각이다.”
장 대표의 꿈은 원대하다. 국내에서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잡으면 국제특허와 해외지사 설립을 통해 전 세계 여행객을 상대로 필요한 여행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