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검찰이 SK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SK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검찰은 SK그룹 계열사 18곳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에 2800억 원을 투자한 배경에 최태원 회장 형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속설을 깨면서까지 계열사가 약속이나 한 듯 베넥스에 거액을 맡긴 것은 그룹 총수의 의지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이번 SK 비자금 사건은 최태원 회장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선물투자에 나섰다가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봤으며, SK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베넥스에 2800억 원을 투자토록 유도하고 이 투자금으로 손실분을 보전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SK그룹 오너 형제는 횡령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검찰은 현재 베넥스에 맡긴 SK그룹 계열사 돈 2800억 원 가운데 500억 원이 김준홍 베넥스 대표의 차명계좌를 거쳐 김원홍 전 고문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형제는 혐의를 벗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SK 비자금 사건을 두고 과거 그룹 회장 비서실이나 구조조정본부에서 담당하던 오너 일가 재산 관리를 아웃소싱 형태로 투자회사에 맡겼다가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본다. 즉 SK 비자금 사건에 등장하는 김준홍 대표와 김원홍 전 고문은 사실상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실질적인 재산관리인이 아니냐는 것.
약속이나 한 듯 거액 투자 왜?
김준홍 대표는 검찰이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려고 3월 베넥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던 중 그의 금고에서 최재원 수석부회장 명의로 발행된 수표 170여억 원과 금괴를 발견하면서 SK 비자금 사건의 연결고리로 부상했다.
베넥스 고위관계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일가와 김준홍 대표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본인 외에는 사내에 아는 사람이 없다”며 “금괴가 나왔다는 얘기는 ‘현물로 보관하는 게 좋겠다’는 거래은행 관계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사무실에 보관하던 것이 나왔을 뿐인데, 마치 금덩어리를 보관하던 것처럼 호도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김준홍 대표는 최태원 회장보다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안다”며 “하버드대에서 함께 공부한 인연이 있는 최 수석부회장 소개로 김 대표가 워커힐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미 브라운대와 스탠퍼드 대학원을 졸업했고, 1991년부터 93년까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다녔다. 김준홍 대표는 미 조지타운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이후 1990년대 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국제금융 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부회장과 김 대표는 비슷한 시점에 하버드대에서 동문수학한 인연이 있다. 다만 김 대표는 1995년 귀국 이후 LG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1998년 워커힐 기획팀장을 거쳐 SK그룹에서 상무를 지냈다. 이후 그는 2006년 9월 베넥스를 세웠다.
SK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베넥스의 주요 주주로 등재된 ㈜지아앤지나(이하 지나)도 주목받는다. 베넥스는 김준홍 대표가 80.84%의 지분을 가진 1대 주주고, 지나의 지분율은 8.33%다. 이혜정 지나 대표는 김 대표의 부인이다. 또한 이 대표는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차녀 구자혜 씨 딸로 LG그룹의 주주다.
지나는 이 대표가 2001년 경영자문 서비스를 목적으로 자본금 5000만 원을 들여 설립했다. 지나 주주 구성을 보면 2008년 12월 31일 현재 이 대표가 최대주주로, 99.97%를 보유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나는 2008년 한 해 2억3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해 지나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9억8300만 원 많았고, 총부채 역시 총자산을 8억9300만 원 초과했다. 이런 부실한 경영실적 때문에 지나에 대한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2008년 지나는 김준홍 대표로부터 40억4156만 원을 차입했다.
지나는 사실상 베넥스가 관리하는 페이퍼컴퍼니와 다름없다. 지나의 회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상대방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입니다”라는 말로 전화를 받았다. “지나에 전화 걸었다”고 하자, 그는 “두 회사 업무를 (여기서) 다 본다”고 답했다.
“SK 경영자문 했나” 질문에 침묵
이혜정 지나 대표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와의 관계’를 묻는 모든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11월 9일 오후 ‘주간동아’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지나 대표이사가 맞나” “SK그룹에 경영자문 서비스를 제공한 일이 있나”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SK그룹 오너 일가를 아는가”라는 질문에 “아무것도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전화를 끊었다.
지나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주소지를 뒀다. 이 주소는 이혜정 대표의 부친이자 김준홍 대표의 장인인 이재연 회장이 운영하는 아시안스타㈜의 과거 주소지와 일치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한 측근은 “지아앤지나라는 회사를 아느냐”는 질문에 “들어본 것도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혜정 대표와 최태원 회장이 아는 사이냐”는 물음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선물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전 고문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김준홍 대표 사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즈음 홍콩으로 출국한 그는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그는 2003년 손길승 전 회장이 SK해운 자금 7800억 원을 횡령해 해외 선물투자를 할 때도 투자자문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번 SK 비자금 사건은 최태원 회장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선물투자에 나섰다가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봤으며, SK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베넥스에 2800억 원을 투자토록 유도하고 이 투자금으로 손실분을 보전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SK그룹 오너 형제는 횡령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검찰은 현재 베넥스에 맡긴 SK그룹 계열사 돈 2800억 원 가운데 500억 원이 김준홍 베넥스 대표의 차명계좌를 거쳐 김원홍 전 고문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형제는 혐의를 벗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SK 비자금 사건을 두고 과거 그룹 회장 비서실이나 구조조정본부에서 담당하던 오너 일가 재산 관리를 아웃소싱 형태로 투자회사에 맡겼다가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본다. 즉 SK 비자금 사건에 등장하는 김준홍 대표와 김원홍 전 고문은 사실상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실질적인 재산관리인이 아니냐는 것.
약속이나 한 듯 거액 투자 왜?
김준홍 대표는 검찰이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려고 3월 베넥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던 중 그의 금고에서 최재원 수석부회장 명의로 발행된 수표 170여억 원과 금괴를 발견하면서 SK 비자금 사건의 연결고리로 부상했다.
베넥스 고위관계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일가와 김준홍 대표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본인 외에는 사내에 아는 사람이 없다”며 “금괴가 나왔다는 얘기는 ‘현물로 보관하는 게 좋겠다’는 거래은행 관계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사무실에 보관하던 것이 나왔을 뿐인데, 마치 금덩어리를 보관하던 것처럼 호도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김준홍 대표는 최태원 회장보다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안다”며 “하버드대에서 함께 공부한 인연이 있는 최 수석부회장 소개로 김 대표가 워커힐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미 브라운대와 스탠퍼드 대학원을 졸업했고, 1991년부터 93년까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다녔다. 김준홍 대표는 미 조지타운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이후 1990년대 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국제금융 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부회장과 김 대표는 비슷한 시점에 하버드대에서 동문수학한 인연이 있다. 다만 김 대표는 1995년 귀국 이후 LG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1998년 워커힐 기획팀장을 거쳐 SK그룹에서 상무를 지냈다. 이후 그는 2006년 9월 베넥스를 세웠다.
SK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베넥스의 주요 주주로 등재된 ㈜지아앤지나(이하 지나)도 주목받는다. 베넥스는 김준홍 대표가 80.84%의 지분을 가진 1대 주주고, 지나의 지분율은 8.33%다. 이혜정 지나 대표는 김 대표의 부인이다. 또한 이 대표는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차녀 구자혜 씨 딸로 LG그룹의 주주다.
지나는 이 대표가 2001년 경영자문 서비스를 목적으로 자본금 5000만 원을 들여 설립했다. 지나 주주 구성을 보면 2008년 12월 31일 현재 이 대표가 최대주주로, 99.97%를 보유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나는 2008년 한 해 2억3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해 지나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9억8300만 원 많았고, 총부채 역시 총자산을 8억9300만 원 초과했다. 이런 부실한 경영실적 때문에 지나에 대한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2008년 지나는 김준홍 대표로부터 40억4156만 원을 차입했다.
지나는 사실상 베넥스가 관리하는 페이퍼컴퍼니와 다름없다. 지나의 회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상대방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입니다”라는 말로 전화를 받았다. “지나에 전화 걸었다”고 하자, 그는 “두 회사 업무를 (여기서) 다 본다”고 답했다.
“SK 경영자문 했나” 질문에 침묵
이혜정 지나 대표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와의 관계’를 묻는 모든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11월 9일 오후 ‘주간동아’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지나 대표이사가 맞나” “SK그룹에 경영자문 서비스를 제공한 일이 있나”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SK그룹 오너 일가를 아는가”라는 질문에 “아무것도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전화를 끊었다.
지나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주소지를 뒀다. 이 주소는 이혜정 대표의 부친이자 김준홍 대표의 장인인 이재연 회장이 운영하는 아시안스타㈜의 과거 주소지와 일치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한 측근은 “지아앤지나라는 회사를 아느냐”는 질문에 “들어본 것도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혜정 대표와 최태원 회장이 아는 사이냐”는 물음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선물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전 고문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김준홍 대표 사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즈음 홍콩으로 출국한 그는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그는 2003년 손길승 전 회장이 SK해운 자금 7800억 원을 횡령해 해외 선물투자를 할 때도 투자자문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