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넘어 넓디넓은 우주로 여행은 인류의 꿈입니다. 하지만 현 기술로는 그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습니다.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이른바 ‘로켓의 재활용’입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로켓을 재활용하면 우주 탐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으리라는 계산입니다. 3월 머스크의 상상은 현실이 됐습니다. 1단 로켓을 재활용한 통신위성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상상하면 모든 게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입니다. 1차의 증기기관, 2차의 전기, 3차의 컴퓨터와 인터넷을 거쳐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3D프린팅 등 첨단기술의 융·복합입니다. 이를테면 1·2·3차 산업혁명은 ‘자원’이 인풋으로 들어가 ‘제품’이 아웃풋으로 나오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 인풋은 ‘상상’이고 아웃풋은 ‘혁신’입니다. 그러니 이제 모방을 통한 수평적 확장은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0에서 1을 만들어 세상에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공동창업자이자 전자결제회사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얘기한 ‘수직적 진보’입니다.
‘혁신’의 대전제는 균형과 조화
관건은 혁신입니다. 혁신은 낡은 생각을 떨쳐내는 것입니다. 상상력은 그런 혁신의 재료입니다. 아마존이 만든 ‘계산대 없는 상점’은 그런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아마존 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매장 입구에서 QR코드만 인식시키면 그걸로 끝입니다. 원하는 상품을 하나씩 집어들 때마다 저절로 계산되고 상점 문을 나설 때 결제가 완료됩니다.무인가게가 따로 없습니다. 구글의 상상력 또한 대단합니다. 자율주행차는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프로젝트 솔리’라 하여 사람의 동작을 인식해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 또한 한창 개발 중입니다. 조만간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크기 로봇인 구글 나노봇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상력을 씨앗으로 해 우리 세상을 하이테크 토양의 디지털 무한공간으로 바꿔가는 사례들입니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이 있습니다. 자동차 속도를 결정짓는 변수는 엔진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차체 무게, 타이어 압력, 도로 사정, 교통신호 체계 등 모든 게 제대로 맞아떨어져야 속도가 납니다. 상상력의 발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야 합니다.
예컨대 상상을 혁신으로 구현하는 교육, 융합과 개방의 혁신, 수평적 공감과 존중의 문화, 상상력과 창의력에 대한 투자 등이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100달러짜리 아이디어를 110달러에 사주는 미국은 그래서 앞서갑니다. 전 세계 모든 아이디어가 미국으로 앞다퉈 몰려드는 이유입니다.
전기차, 우주 개발, 태양광으로 이어진 머스크의 상상력은 이제 뇌를 향합니다. 뇌에 칩을 꽂아 사람의 생각을 다운로드하고 업로드하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기억의 반대는 망각이 아니라 상상입니다. 가본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기억이라면, 안 가본 길을 미리 가보는 것이 상상입니다. 기억이 아니라 상상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상상력이 경쟁력입니다!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