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 이민정 주연의 ‘시라노;연애조작단’이 올해 추석 개봉 영화 중 단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 영화 ‘시라노’(Cyrano·1990년)와 주인공 제라드 드파르디유(Gerard Depardieu)를 기억하는지. 올해 62세인 그는 ‘라 비 앙 로즈’ ‘아스테릭스’ 등 1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한 프랑스의 국민배우인데, 얼마 전 또 한 명의 세계적 프랑스 배우인 쥘리에트 비노슈(Juliette Binoche)와 ‘전쟁’을 선포해 화제를 모았다. 넉넉한 풍채와 맘씨 좋은 이웃처럼 편안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드파르디유와 아름답고 지적인 이미지의 비노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비노슈는 1986년 영화 ‘나쁜 피’로 데뷔해 1992년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럽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영화계에 안착했다. 그리고 1993년 ‘블루’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그만의 감성 연기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또 1997년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미국,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유럽영화제, 그리고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 4관왕의 명예를 얻기도 했다. 2001년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과 출연한 ‘초콜릿’으로 유럽영화상을 받았고, 올해 열린 2010년 칸 영화제에서도 최신작 ‘증명서(copie conforme)’로 또 한 번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실공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의 입지를 굳혔다. 그런데 드파르디유가 이러한 비노슈의 자질이 부풀려졌다고 말해 프랑스 영화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유럽 언론에서도 대서특필
드파르디유는 8월 중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영화 페스티벌에 참석해 현지 잡지인 ‘프로필(Profil)’과 인터뷰를 했다. 이때 레오 카락스(Leos Carax) 감독 및 그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한 배우들에 관해 묻자 지나치게 솔직하게 대답을 한 것.
“‘퐁네프의 연인들’에 출연했던 쥘리에트 비노슈. 왜 사람들이 그를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로 오랫동안 떠받들고 사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가 가진 게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비노슈는 아무것도 아니다.”
“카락스 감독은 아무것도 아닌 비노슈와 그 영화를 찍느라 무려 6년이 필요했다. 결국 비노슈 때문에 영화도 별로 좋지 않았지만…. ‘퐁네프의 연인들’은 영화도 작품도 아니다. 그저 한 조각의 X일 뿐이다.”
“이자벨 아자니 보았나? 비노슈보다 낫다. 멍청하긴 하지만 그래도 연기는 잘하지 않는가? 그에 비해 쥘리에트 비노슈를 보라. 비노슈가 대체 영화인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비노슈에 대한 비하 발언이 담긴 드파르디유의 인터뷰는 곧장 유럽 각 언론으로 퍼져나갔고 프랑스 영화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동안 비노슈를 비판했던 여타 사건이 다시 수면으로 올라와 일이 점점 커졌다.
사실 비노슈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은 드파르디유만이 아니다. 지난 5월에 열린 세자르 영화제에서 코미디언이자 사회자였던 발레리 르메르시에(Valerie Lemercier)는 비노슈의 영화 장면, 화장품 광고 등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해 그를 세간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프랑스의 유명 프로듀서이자 감독인 장 피에르 모키(Jean Pierre Mocky)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비노슈를 두고 “좋은 배우다. 그러나 비노슈는 늘 영화답지 않은 작품만 골라 출연한다. 여우주연상이 영화제 얼굴마담에게 돌아갔다는 점이 참 아쉽다. 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이 더욱 큰 의미가 되게 할 좋은 여배우가 많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온갖 비방으로 곤욕스러운 2010년을 보내던 비노슈가 드파르디유의 발언 후 한 달여가 지난 9월 초 영국 ‘엠파이어(empire)’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이 사건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드파르디유의 인터뷰 내용을 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성공에 대한 질투심인가?”라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내 최근작인 ‘증명서’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섬세한 여성성이 돋보이는 영화로 여성 관객을 위해 만들어졌다. 드파르디유가 아마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남자로서 극심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에겐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가 날 여배우로서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공개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을 필요가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그 사람 개인적인 문제다.”
이후 드파르디유는 비노슈 발언에 추가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의 거침없는 행동과 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상당히 커졌다. 평소 직설적이고,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편인 그는 이번 비노슈 비하 발언 외에도 유명인에 관한 비판을 거침없이 했던 터라 프랑스 영화계의 악동으로 불린다. 올 초 그의 영화 ‘맘무스(Mammuth)’의 프리미엄 시사회에 참석하고 귀가하던 중 “이 영화가 몇 해 전 사망한 아들 기욤 드파르디유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라고 한 프랑스 여기자가 질문하자 “내가 왜 당신한테 그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며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솔직함인가, 망언인가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이자 드파르디유의 오랜 친구인 고(故) 클로드 샤브롤(Claude Chabrol)의 일생을 논하기 위해 출연한 ‘르 그랑 주르날(Le grand journal)’ 프로그램에서는 클로드의 죽음을 예전에 기르던 고양이의 죽음과 비교했고, 특정 정치인을 향해 ‘맥주 마시고 난 뒤의 고약한 입냄새(같은 사람)’라고 칭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드파르디유의 말과 행동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항간에는 ‘그가 극심한 알코올 및 마약 중독으로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인터뷰와 토크쇼 등에 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의심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당당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도 있다.
과연 드파르디유의 이런 발언이 프랑스 영화계의 전설로서 갖춰야 할 특유의 솔직함인지, 경계를 둬야 할 망언인지는 의문이다. 다만 당분간 두 국민배우 제라드 드파르디유와 쥘리에트 비노슈를 한 영화에서 보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 안타까울 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비노슈는 1986년 영화 ‘나쁜 피’로 데뷔해 1992년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럽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영화계에 안착했다. 그리고 1993년 ‘블루’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그만의 감성 연기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또 1997년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미국,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유럽영화제, 그리고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 4관왕의 명예를 얻기도 했다. 2001년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과 출연한 ‘초콜릿’으로 유럽영화상을 받았고, 올해 열린 2010년 칸 영화제에서도 최신작 ‘증명서(copie conforme)’로 또 한 번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실공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의 입지를 굳혔다. 그런데 드파르디유가 이러한 비노슈의 자질이 부풀려졌다고 말해 프랑스 영화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유럽 언론에서도 대서특필
드파르디유는 8월 중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영화 페스티벌에 참석해 현지 잡지인 ‘프로필(Profil)’과 인터뷰를 했다. 이때 레오 카락스(Leos Carax) 감독 및 그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한 배우들에 관해 묻자 지나치게 솔직하게 대답을 한 것.
“‘퐁네프의 연인들’에 출연했던 쥘리에트 비노슈. 왜 사람들이 그를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로 오랫동안 떠받들고 사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가 가진 게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비노슈는 아무것도 아니다.”
“카락스 감독은 아무것도 아닌 비노슈와 그 영화를 찍느라 무려 6년이 필요했다. 결국 비노슈 때문에 영화도 별로 좋지 않았지만…. ‘퐁네프의 연인들’은 영화도 작품도 아니다. 그저 한 조각의 X일 뿐이다.”
“이자벨 아자니 보았나? 비노슈보다 낫다. 멍청하긴 하지만 그래도 연기는 잘하지 않는가? 그에 비해 쥘리에트 비노슈를 보라. 비노슈가 대체 영화인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비노슈에 대한 비하 발언이 담긴 드파르디유의 인터뷰는 곧장 유럽 각 언론으로 퍼져나갔고 프랑스 영화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동안 비노슈를 비판했던 여타 사건이 다시 수면으로 올라와 일이 점점 커졌다.
사실 비노슈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은 드파르디유만이 아니다. 지난 5월에 열린 세자르 영화제에서 코미디언이자 사회자였던 발레리 르메르시에(Valerie Lemercier)는 비노슈의 영화 장면, 화장품 광고 등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해 그를 세간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프랑스의 유명 프로듀서이자 감독인 장 피에르 모키(Jean Pierre Mocky)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비노슈를 두고 “좋은 배우다. 그러나 비노슈는 늘 영화답지 않은 작품만 골라 출연한다. 여우주연상이 영화제 얼굴마담에게 돌아갔다는 점이 참 아쉽다. 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이 더욱 큰 의미가 되게 할 좋은 여배우가 많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온갖 비방으로 곤욕스러운 2010년을 보내던 비노슈가 드파르디유의 발언 후 한 달여가 지난 9월 초 영국 ‘엠파이어(empire)’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이 사건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드파르디유의 인터뷰 내용을 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성공에 대한 질투심인가?”라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내 최근작인 ‘증명서’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섬세한 여성성이 돋보이는 영화로 여성 관객을 위해 만들어졌다. 드파르디유가 아마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남자로서 극심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에겐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가 날 여배우로서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공개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을 필요가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그 사람 개인적인 문제다.”
이후 드파르디유는 비노슈 발언에 추가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의 거침없는 행동과 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상당히 커졌다. 평소 직설적이고,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편인 그는 이번 비노슈 비하 발언 외에도 유명인에 관한 비판을 거침없이 했던 터라 프랑스 영화계의 악동으로 불린다. 올 초 그의 영화 ‘맘무스(Mammuth)’의 프리미엄 시사회에 참석하고 귀가하던 중 “이 영화가 몇 해 전 사망한 아들 기욤 드파르디유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라고 한 프랑스 여기자가 질문하자 “내가 왜 당신한테 그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며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솔직함인가, 망언인가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이자 드파르디유의 오랜 친구인 고(故) 클로드 샤브롤(Claude Chabrol)의 일생을 논하기 위해 출연한 ‘르 그랑 주르날(Le grand journal)’ 프로그램에서는 클로드의 죽음을 예전에 기르던 고양이의 죽음과 비교했고, 특정 정치인을 향해 ‘맥주 마시고 난 뒤의 고약한 입냄새(같은 사람)’라고 칭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드파르디유의 말과 행동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항간에는 ‘그가 극심한 알코올 및 마약 중독으로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인터뷰와 토크쇼 등에 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의심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당당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도 있다.
과연 드파르디유의 이런 발언이 프랑스 영화계의 전설로서 갖춰야 할 특유의 솔직함인지, 경계를 둬야 할 망언인지는 의문이다. 다만 당분간 두 국민배우 제라드 드파르디유와 쥘리에트 비노슈를 한 영화에서 보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 안타까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