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서울을 방문한 일본 나고야 출신의 회사원 아사이 모토코(32) 씨는 2박3일간 강남을 중심으로 관광을 즐겼다. 서울 역삼동 R호텔에서 묵은 그는 금요일 오전 인천에 도착한 뒤 압구정동 일대를 쇼핑하고, 저녁에는 호텔 나이트클럽에 다녀왔다. 다음 날 명동에서 안경을 맞추고 한증막 체험을 한 그는 L대형마트에서 김과 고춧가루 등을 산 뒤 저녁에는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었다. 마지막 날에는 강남의 한 에스테틱 업소에서 전신 스파를 받고 L백화점 면세점에서 쇼핑을 했다. 한국을 다섯 번째 방문한 그는 “친구들에게 명동보다 강남이 더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실제로 (다른 지역보다) 강남이 좋았다. 관광지 같지 않으면서도 한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또 한국인들이 뭘 먹고, 뭘 쓰는지 알 수 있는 슈퍼마켓도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모토코 씨뿐 아니라 최근 몇 달간 급증한 일본인 관광객 중에는 명동, 동대문 같은 기존 인기 관광지가 아닌 새로운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여행사 JTB가 펴내는 여행 가이드북 ‘루루부’를 보면 초심자용 2박3일 코스는 널리 알려진 명동, 창경궁, 인사동, 남대문시장 일대지만 중급자용 2박3일 코스에는 북촌,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과 대형 슈퍼마켓이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도 강남은 요즘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장소다. 한국관광공사 신서경 과장은 “최근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강북지역 호텔에 머물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강남 일대 호텔까지 확대됐다”며 “이에 따라 강남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4월1일부터 일본 잘팍 여행사와 공동으로 ‘강남-강북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는 백화점 못지않게 일본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진 곳이다. 서울역 주변 L마트는 지난해 9월 이후 월평균 1만7000명 이상의 일본인 관광객이 방문했으며, 4월 현재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약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08년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액과 일본인 관광객 수가 각각 80%, 20% 정도 증가한 수치다.
‘골든위크’엔 10만명 찾아올 듯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인 개별자유관광객(FIT)이 한국을 재방문하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종 잡지나 서울나비닷컴(www.seoulnavi.com) 같은 전문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어 서울의 새로운 장소를 찾아나선다. 한국관광공사의 ‘일본인 관광객 방한여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전체 관광객의 57%가 개별자유관광객이며 이들 가운데 95% 이상이 재방문객인 것으로 나타났다(전체 일본인 관광객 중 재방문율은 53%). 이들 개별자유관광객 중에는 한국을 4회 넘게 방문한 사람이 78.2%나 된다.
3월 말 2박3일간 서울을 여행한 교토 출신 고등학교 교사 마쓰우라 치히로(40) 씨도 이에 해당한다. 배우 장동건의 팬이기도 한 그는 한국을 30번 넘게 방문했다. 장동건의 팬미팅에 자주 참여했기 때문이지만, 매번 그 이유만으로 한국에 온 것은 아니다. “한강 둔치를 걸으면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는 그는 이제 서울에 머무는 동안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개봉영화를 보고 공연도 관람한다. 이번 서울 방문도 뮤지컬 ‘드림걸즈’를 보기 위한 것. 더블 캐스팅된 남자배우들의 공연을 각각 관람한 그는 “한국말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연기는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국요리에도 관심이 많아서 일반 관광지 대신 시장과 슈퍼마켓 등 한국인이 자주 가는 곳을 찾아가 한국에만 있는 식재료를 구입한다.
일부 한류 명소는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가 많다. 드라마 ‘겨울연가’ ‘가을동화’ 등 윤석호 감독의 ‘사계절 시리즈’ 촬영 소품이 전시된 서울 홍대 앞의 드라마 기념관 ‘포시즌스 하우스’는 2007년 개관 이후 하루 100여 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서울 북촌 주변의 ‘겨울연가’ 촬영지인 중앙고등학교도 일본인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는 관광명소다. 중앙고 주변에서 기념품을 파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배용준이나 최지우 팬이 많았지만, 지금은 관광 차원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경기도 양주의 대장금 테마파크나 ‘난타’ ‘점프’ ‘브레이크 아웃’ 등 넌버벌 퍼포먼스를 상설 공연하는 전용관 등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시 관광마케팅 전문 공기업인 서울관광마케팅의 임우진 대리는 “한류가 사그라졌다고 하지만 지금까지도 관광객 유치의 원동력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 관광객이 급증한 배경에는 엔고 현상이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한류를 통해 높아진 한국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 이미지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 2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53만명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동기 약 32만명보다 1.5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한국관광공사는 4월 말에서 5월 초에 이르는 일본의 연휴 ‘골든위크’에는 전년보다 32.4% 증가한 9만8000여 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토코 씨뿐 아니라 최근 몇 달간 급증한 일본인 관광객 중에는 명동, 동대문 같은 기존 인기 관광지가 아닌 새로운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여행사 JTB가 펴내는 여행 가이드북 ‘루루부’를 보면 초심자용 2박3일 코스는 널리 알려진 명동, 창경궁, 인사동, 남대문시장 일대지만 중급자용 2박3일 코스에는 북촌,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과 대형 슈퍼마켓이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도 강남은 요즘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장소다. 한국관광공사 신서경 과장은 “최근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강북지역 호텔에 머물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강남 일대 호텔까지 확대됐다”며 “이에 따라 강남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4월1일부터 일본 잘팍 여행사와 공동으로 ‘강남-강북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는 백화점 못지않게 일본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진 곳이다. 서울역 주변 L마트는 지난해 9월 이후 월평균 1만7000명 이상의 일본인 관광객이 방문했으며, 4월 현재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약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08년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액과 일본인 관광객 수가 각각 80%, 20% 정도 증가한 수치다.
‘골든위크’엔 10만명 찾아올 듯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인 개별자유관광객(FIT)이 한국을 재방문하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종 잡지나 서울나비닷컴(www.seoulnavi.com) 같은 전문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어 서울의 새로운 장소를 찾아나선다. 한국관광공사의 ‘일본인 관광객 방한여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전체 관광객의 57%가 개별자유관광객이며 이들 가운데 95% 이상이 재방문객인 것으로 나타났다(전체 일본인 관광객 중 재방문율은 53%). 이들 개별자유관광객 중에는 한국을 4회 넘게 방문한 사람이 78.2%나 된다.
3월 말 2박3일간 서울을 여행한 교토 출신 고등학교 교사 마쓰우라 치히로(40) 씨도 이에 해당한다. 배우 장동건의 팬이기도 한 그는 한국을 30번 넘게 방문했다. 장동건의 팬미팅에 자주 참여했기 때문이지만, 매번 그 이유만으로 한국에 온 것은 아니다. “한강 둔치를 걸으면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는 그는 이제 서울에 머무는 동안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개봉영화를 보고 공연도 관람한다. 이번 서울 방문도 뮤지컬 ‘드림걸즈’를 보기 위한 것. 더블 캐스팅된 남자배우들의 공연을 각각 관람한 그는 “한국말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연기는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국요리에도 관심이 많아서 일반 관광지 대신 시장과 슈퍼마켓 등 한국인이 자주 가는 곳을 찾아가 한국에만 있는 식재료를 구입한다.
일부 한류 명소는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가 많다. 드라마 ‘겨울연가’ ‘가을동화’ 등 윤석호 감독의 ‘사계절 시리즈’ 촬영 소품이 전시된 서울 홍대 앞의 드라마 기념관 ‘포시즌스 하우스’는 2007년 개관 이후 하루 100여 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서울 북촌 주변의 ‘겨울연가’ 촬영지인 중앙고등학교도 일본인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는 관광명소다. 중앙고 주변에서 기념품을 파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배용준이나 최지우 팬이 많았지만, 지금은 관광 차원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경기도 양주의 대장금 테마파크나 ‘난타’ ‘점프’ ‘브레이크 아웃’ 등 넌버벌 퍼포먼스를 상설 공연하는 전용관 등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시 관광마케팅 전문 공기업인 서울관광마케팅의 임우진 대리는 “한류가 사그라졌다고 하지만 지금까지도 관광객 유치의 원동력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 관광객이 급증한 배경에는 엔고 현상이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한류를 통해 높아진 한국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 이미지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 2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53만명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동기 약 32만명보다 1.5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한국관광공사는 4월 말에서 5월 초에 이르는 일본의 연휴 ‘골든위크’에는 전년보다 32.4% 증가한 9만8000여 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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