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세간의 눈길을 끌었던 경기 하남시 여대생 공기총 살해사건이 6년이 지났음에도 끝을 맺지 못한 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대생 하모(당시 21세) 양 살해를 주도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범인이 법원의 양형을 인정하지 않고 줄기차게 무죄를 주장한 것이 발단이다.
경남지역 유력 중견기업 회장의 전 부인 윤모 씨는 1심부터 대법원 상고심까지 공범들에게 살해교사를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공범인 윤씨의 조카와 직접 하양을 살해한 조카 친구 김모 씨가 경찰 및 검찰 수사, 그리고 재판에서 윤씨에게 살해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함으로써 검찰과 법원에서 윤씨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무기징역 공범들, 주범 감싸려 말 바꾸기?
그런데 두 공범이 항소심과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윤씨와 마찬가지로 1심보다 무거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갑자기 말을 바꾸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자신들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말한 살해교사 부분은 위증이라며 기존 진술을 뒤엎은 것. 그러자 윤씨는 2005년 10월 수감 상태에서 검찰에 조카 등을 위증죄로 고소했고, 마무리될 것처럼 보이던 사건은 또 다른 불씨를 피우기 시작했다.
검찰은 사건 당시 여러 증거로 미뤄 살인교사 입증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윤씨의 고소를 여러 차례 기각했다. 그러나 윤씨에게 절묘한 기회가 찾아왔다. 올해 고소 기각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것. 윤씨는 이 ‘룰’대로 공범 위증 고소 사건의 재정신청을 법원에 의뢰했으며, 대전고등법원은 윤씨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재정신청을 인용, 검찰에 공소제기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 8월 ‘울며 겨자 먹기’로 피고소인 신분이 된 두 공범을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법원 공소제기 명령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 결국 세 차례에 걸친 위증 사건 1심 공판에서 검찰은 공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해야 했고, 10월23일 마지막 공판에서도 최종적으로 ‘무죄’를 구형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그렇다면 왜 주범이 공범을 고소하고, 공범들은 주범의 혐의를 벗겨주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일단 검찰과 살해사건 공판 당시 조카 등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는 두 공범이 윤씨의 계획에 동조해 살해교사 주장을 번복한 것이 아닌가라고 판단한다. 사건 담당검사도 이러한 측면에서 10월23일 재판부에 주요 증거 지시 설명서를 따로 작성해 제출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두 공범은 위증죄가 추가돼도 양형에 별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아예 다른 의도로 암묵적이든, 아니든 윤씨를 도우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두 공범의 이러한 움직임은 항소심이 끝났을 때부터 이미 감지됐다”고 말했다.
윤씨 조카의 항소심 변호를 맡다가 재판 종결 이후 사임한 엄상익 변호사 역시 이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엄 변호사는 2005년 말 한 주간지 연재물을 통해 항소심 직후 조카가 윤씨의 살해교사 사실을 진술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윤씨의 회유에도 흔들렸다며 관련 정황을 공개했다.
엄 변호사에 따르면, 조카는 항소심에서 1심 형량보다 무거운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회장 부인(윤씨)이 부탁한 대로 말을 맞춰줄 것을…”이라고 후회하는 등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고 한다. 심지어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간 접견 자리에서는 아예 윤씨가 여대생을 살해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말도 쏟아냈다고 한다.
엄 변호사는 또 다른 공범 김씨를 면회한 자리에서 윤씨가 조카에게 제법 큰 금액을 제시하며 사건의 ‘총대’를 메달라고 제의했다는 말을 들었으며, 그럼에도 당시 김씨 자신은 살해교사를 받은 사실을 여전히 인정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결국 항소심 종결 이후부터 2005년 윤씨가 공범들을 위증죄로 고소하기 이전까지 두 공범의 진술이 윤씨가 바라는 대로 서서히 바뀐 셈이다.
법원, 위증죄 인정 땐 살해사건 재심 요청 가능성도
일단 이 사건의 핵심이던 살해교사를 놓고 진실게임이 재연된 셈이다. 만일 법원이 11월27일 선고공판에서 두 공범의 위증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 경우, 사건은 예기치 못한 흐름을 탈 가능성도 짙다.
법무법인 이수의 박철수 변호사는 “법원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윤씨 주장 및 혐의와 관련해 미필적 고의 여부를 다시 짚어보자는 선에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윤씨의 재정신청을 인용함으로써 윤씨 처지에서는 두 공범의 자백 증거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보강 증거로 활용될 가치를 지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만일 위증 혐의가 인정될 경우 윤씨가 이를 근거로 다시 무기징역 선고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희귀한 ‘무죄’ 구형장을 받아든 법원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까.
경남지역 유력 중견기업 회장의 전 부인 윤모 씨는 1심부터 대법원 상고심까지 공범들에게 살해교사를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공범인 윤씨의 조카와 직접 하양을 살해한 조카 친구 김모 씨가 경찰 및 검찰 수사, 그리고 재판에서 윤씨에게 살해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함으로써 검찰과 법원에서 윤씨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무기징역 공범들, 주범 감싸려 말 바꾸기?
그런데 두 공범이 항소심과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윤씨와 마찬가지로 1심보다 무거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갑자기 말을 바꾸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자신들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말한 살해교사 부분은 위증이라며 기존 진술을 뒤엎은 것. 그러자 윤씨는 2005년 10월 수감 상태에서 검찰에 조카 등을 위증죄로 고소했고, 마무리될 것처럼 보이던 사건은 또 다른 불씨를 피우기 시작했다.
검찰은 사건 당시 여러 증거로 미뤄 살인교사 입증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윤씨의 고소를 여러 차례 기각했다. 그러나 윤씨에게 절묘한 기회가 찾아왔다. 올해 고소 기각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것. 윤씨는 이 ‘룰’대로 공범 위증 고소 사건의 재정신청을 법원에 의뢰했으며, 대전고등법원은 윤씨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재정신청을 인용, 검찰에 공소제기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 8월 ‘울며 겨자 먹기’로 피고소인 신분이 된 두 공범을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법원 공소제기 명령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 결국 세 차례에 걸친 위증 사건 1심 공판에서 검찰은 공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해야 했고, 10월23일 마지막 공판에서도 최종적으로 ‘무죄’를 구형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그렇다면 왜 주범이 공범을 고소하고, 공범들은 주범의 혐의를 벗겨주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일단 검찰과 살해사건 공판 당시 조카 등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는 두 공범이 윤씨의 계획에 동조해 살해교사 주장을 번복한 것이 아닌가라고 판단한다. 사건 담당검사도 이러한 측면에서 10월23일 재판부에 주요 증거 지시 설명서를 따로 작성해 제출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두 공범은 위증죄가 추가돼도 양형에 별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아예 다른 의도로 암묵적이든, 아니든 윤씨를 도우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두 공범의 이러한 움직임은 항소심이 끝났을 때부터 이미 감지됐다”고 말했다.
하양 살해사건 당시 서울 지역에 붙은 신고 안내장.
엄 변호사에 따르면, 조카는 항소심에서 1심 형량보다 무거운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회장 부인(윤씨)이 부탁한 대로 말을 맞춰줄 것을…”이라고 후회하는 등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고 한다. 심지어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간 접견 자리에서는 아예 윤씨가 여대생을 살해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말도 쏟아냈다고 한다.
엄 변호사는 또 다른 공범 김씨를 면회한 자리에서 윤씨가 조카에게 제법 큰 금액을 제시하며 사건의 ‘총대’를 메달라고 제의했다는 말을 들었으며, 그럼에도 당시 김씨 자신은 살해교사를 받은 사실을 여전히 인정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결국 항소심 종결 이후부터 2005년 윤씨가 공범들을 위증죄로 고소하기 이전까지 두 공범의 진술이 윤씨가 바라는 대로 서서히 바뀐 셈이다.
법원, 위증죄 인정 땐 살해사건 재심 요청 가능성도
하양을 살해한 공범들이 경찰에 검거된 후 현장 검증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법무법인 이수의 박철수 변호사는 “법원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윤씨 주장 및 혐의와 관련해 미필적 고의 여부를 다시 짚어보자는 선에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윤씨의 재정신청을 인용함으로써 윤씨 처지에서는 두 공범의 자백 증거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보강 증거로 활용될 가치를 지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만일 위증 혐의가 인정될 경우 윤씨가 이를 근거로 다시 무기징역 선고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희귀한 ‘무죄’ 구형장을 받아든 법원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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