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인 중년 남성은 특정 질병 진단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
노출의 계절 여름이 지났지만 날씬한 몸매는 여전히 세인들의 관심거리다. S라인, X라인, V라인 등의 신조어는 이젠 너무도 익숙할 정도다. 그런데 아직도 몸매에 무관심한 부류가 있으니, 바로 중년 남성들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년 남성들은 담배 피울 때와 화장실 갈 때 외에는 거의 책상 앞에 앉아 하루 8시간 넘도록 일만 한다. 10년간 이렇게 계속된 업무와 야근, 회식은 임신부처럼 볼록 나온 D라인의 아랫배를 만든다. 그러나 복부비만이라 하더라도 뱃살을 줄이기 위해 생활습관의 변화를 꾀하는 남성은 많지 않다. 아직 뚜렷한 질병 진단을 받은 것이 아닌 데다 운동할 마음의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심혈관 질환과 대사 질환의 발병을 증가시키는 위험 요소인 비만,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혈증, 흡연 등을 하나로 묶어 ‘심대사 위험(CMR : Cardiometabolic Risk)’이라 부르는데, 최근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복부비만은 과도한 중성지방, 고혈당 등 다른 심대사 위험 요소와 관련이 많다. 같은 지방이라도 복부의 내장 사이에 지나치게 쌓이면 지방과 혈당 대사의 불균형을 가져와 인체가 지방을 저장, 분해, 사용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지방조직은 단순히 지방을 저장하는 역할뿐 아니라 지방과 혈당 대사를 조절함으로써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의 구실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복부비만이 증가하면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고혈당, 좋은 콜레스테롤(HDL)의 저하, 높은 중성지방 등 심대사 위험 요소의 증상이 심각해진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심대사 위험 요소의 개수가 증가할수록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늘어나고, 심혈관 질환 환자에게 당뇨병이 동반할 경우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b>강준구</b><br> 한림대성심병원<br>내분비내과 교수
일단 특정 질병으로 진단받으면 경각심을 갖고 해당 위험 수치를 낮추고자 노력하지만, 심대사 위험 요소들이 경계수치에 해당할 때는 심각성을 인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심대사 위험 요소들이 경계수치일수록 오히려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해 장차 심각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D라인 몸매를 그저 나잇살로만 생각해왔다면, 본인이 건강 관리에 소홀했음을 깨닫고 하루빨리 심대사 위험관리에 나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