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네덜란드 유모차 브랜드 ‘무치’의 ‘백팩 조이 실버’는 놀랍게도 기저귀 가방. 실버 색상의 초경량 재질로 만들어진 이 육아용품은 유사시(?) 서류가방으로 써도 될 만큼 트렌디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아가방앤컴퍼니가 수입판매 중. ☎문의 02-527-1430~2, 2. ‘라스칼 M1 캐리어’는 아빠가 아기를 안고 이동하기 편리하게 디자인됐다. 허리, 어깨 끈의 조절 폭이 커 덩치 큰 아빠가 매기에도 여유가 있다. 내구성이 뛰어나 20kg 아기까지 안을 수 있다고.☎문의 02-527-1430~2
아내와 맞벌이를 하는 오준화(35) 씨는 아들 한결이의 나이를 묻는 질문에 “오늘로 태어난 지 43개월 20일이 됐다”며 전혀 뜸 들이지 않고 대답할 만큼 ‘육아의 달인’이다. 먼저 그는 아들의 목욕 담당. 샴푸가 아이 눈에 들어갈까 싶어 미용실에서처럼 얼굴에 수건을 얹어놓고 머리를 감긴다. 오씨의 정성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극(?)에 달했다.
“아빠의 저음(低音) 목소리가 태교에 좋다고 해서 매일 배속의 아기에게 말을 걸었어요. 두어 주 출장을 가야 할 때는 동화책 낭독 목소리를 직접 녹음해 아내에게 쥐어줬죠.”
정태준(34) 씨는 맞벌이가 아닌데도 하루 두 시간을 육아에 할애한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하루 동안 쌓인 아기 빨래를 전용 세탁기에 넣어 돌려놓고 아기에게 젖병을 물린 뒤 청소를 시작한다. 다음은 젖병 설거지와 소독, 아기 목욕시키기. 여기까지 해놓으면 세탁이 끝이 난다. 다 된 빨래를 널면 임무 끝. 정씨는 항의한다.
“모든 육아서적과 자장가의 주어(主語)가 엄마인 게 불만이에요. 저희 집은 주로 제가 아기를 재우고 젖병을 소독하는데 말이죠.”
아빠들의 육아 참여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00년부터 매년 두 차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임신출산육아용품 전시회(이하 베이비페어)를 찾는 아빠들이 매회 15%가량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행사에는 전체 관람객 8만명 가운데 3만명이 아빠였다고 한다. 이에 베이비페어를 주최하는 ‘이플러스’는 8월21일부터 열리는 올해 행사에 100쌍의 엄마 아빠를 초청하는 육아교육 이벤트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그런데 1200쌍 이상이 신청해 주최 측도 놀랐다는 후문. 덜 붐비는 평일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까지 내는 아빠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아기와 나’의 장면들. 고교 남학생(장근석 분)이 어쩔 수 없이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 설정이다.
육아용품 업계, 아빠 고객 사로잡기 발 빠른 행보
네덜란드 유모차 브랜드 ‘무치’가 내놓은 아빠용 기저귀 가방은 실버 색상으로 노트북용 백팩처럼 생겨 트렌디한 육아용품의 첨단을 달린다. 알록달록 아기자기하던 아기띠 디자인도 아빠의 체면을 위해 검은색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아기띠 조절 폭도 덩치 큰 아빠들을 위해 커지는 추세다. 20kg의 아기까지 안을 수 있는 내구성 뛰어난 아기띠도 등장했을 정도. 독일 수입 유모차 ‘아이쿠(i’coo)’는 엄마보다 아빠에게 더 인기다. 이는 자동차를 살 때처럼 유모차를 고르는 아빠들을 겨냥해 유모차 성능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덕이다.
젖병은 육아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소독이 필요 없는 일회용이 출시됐는가 하면, 분유 온도가 38℃가 넘으면 젖꼭지에 달린 막대 색깔이 변하는 젖병도 등장해 분유 온도 맞추기에 서툰 아빠들을 돕고 있다. 또한 모유, 분유, 이유식 등을 중탕으로 데우는 기구도 있어 외출하는 아내가 냉동 보관해둔 모유를 아빠 혼자 녹여 먹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아빠와 아이의 ‘레슬링 놀이’를 장려하기 위한 머리 부상 방지용 보호모까지 출시됐으니, 프레디(Friedy·Friend와 Daddy의 합성어.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함)족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