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차이나 타운 전경. ‘중국시장’이라는 한자 간판이 크게 걸려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전철을 타고 커낼 스트리트 역에서 빠져나오면 갑자기 ‘한자(漢字)의 홍수’를 만난다. 거리의 모든 간판이 한자로 적혀 있으며, 심지어 맥도널드 간판조차도 한자다. 거리에선 가짜 명품을 팔면서 호객행위를 하는 중국인들도 만날 수 있다. 미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곳은 뉴욕의 차이나타운이다. 미국에선 한때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이 가장 컸지만 1980년대 이후 뉴욕에 중국인들이 몰려들면서 현재는 미국 최대 차이나타운을 이루고 있다.
처음 차이나타운을 방문했을 때 든 느낌은 ‘지저분하다’는 것이었다. 거리 곳곳에서 풍기는 음식찌꺼기 악취도 만만치 않았다. 그때 같이 갔던 필자의 딸은 코를 틀어쥐면서 ‘다시는 차이나타운에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차이나타운의 매력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은 이곳에 작업실이 있는 한 한인 작가를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는 근처 중국인 화가들과 매달 ‘점심클럽’을 조직해 차이나타운 곳곳에 있는 식당들을 섭렵한 뒤, 이 정보를 가지고 차이나타운의 음식점을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 만큼 이곳의 열성 팬이었다.
불결하지만 저렴하고 기막힌 맛 … 계산은 현금으로
그를 따라 차이나타운 식당을 몇 군데 다녀보면서 ‘그 맛’에 반하게 됐다. 온갖 중국요리를 맨해튼 물가 수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게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딤섬으로 유명한 오리엔탈가든은 40달러 안팎이면 두 사람의 점심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오리엔탈가든은 뉴욕 레스토랑 평가 책자인 ‘자갓 서베이’에서 중국 레스토랑 중 최고 점수를 받았을 만큼 음식 맛도 좋다.
오리엔탈가든 바로 옆에는 맨해튼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전문점이라는 ‘메이 라이 와’라는 커피집이 있다. 종이컵에 제공하는 커피 값은 한 잔에 1달러. 진한 커피에 중국식 흰 빵을 함께 먹으면 별미다. 70세가 훨씬 넘어 보이는 중국인 할아버지 3명이 바쁘게 커피를 서빙하고 빵을 만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곳은 뉴욕의 많은 예술가들의 단골 커피숍이기도 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저렴하고 맛있는 베트남 식당들이 대거 차이나타운에 둥지를 틀어 차이나타운 음식점의 다양성을 더해주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또 다른 자랑은 채소 과일 생선 값이 ‘천문학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다. 과일 값이 대형 식품 유통업체인 코스코보다 더 싸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싼값이 가능한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식당에선 반드시 현금으로 계산할 것. 신용카드를 꺼내는 순간 종업원은 ‘세금’이 추가된 계산서를 다시 가져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