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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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남의 떡이 커 보여!

  • 한지엽 한지엽비뇨기과 원장

    입력2008-05-27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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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도 남의 떡이 커 보여!

    일러스트레이션·박진영

    한 연구실에서 생쥐 암컷을 가지고 실험한 적이 있다. 암컷에게 두 마리 수컷의 냄새를 맡게 하고 ‘호감도’를 살펴본 것. 하나는 싱글 수컷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암컷과 함께 있던 수컷이었다. 그 결과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암컷은 다른 암컷과 함께 있던 수컷의 냄새를 더 좋아하고 쫓아다니는 것이었다. 이는 이미 다른 암컷이 확인한 ‘검증된 수컷’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생쥐도 역시 ‘남의 떡(?)’에 더 관심이 쏠리는 모양이다.

    4000종이 넘는 포유동물 중 일대일의 짝을 갖는 종은 3%인 100여 종에 그친다고 한다. 원앙과 휘파람새 등은 일부일처제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이들의 어미와 새끼를 유전자 검사로 친자확인한 결과 새끼 6마리 중 5마리가 깜찍하게도 혼외 자식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바람둥이의 눈에는 언제나 남이 가진 떡만 보인다. 그것이 더 좋아 보이는 순간 자기 것은 별것 아닌 게 된다. 손은 두 개뿐이니 새것에 손을 뻗기 위해선 갖고 있는 것들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그러고는 애써 남이 갖고 있는 것을 빼앗든지 아니면 비슷한 것을 쥐게 되는데, 손에 넣자마자 어느새 시선은 다른 사람의 떡에 꽂힌다.

    불륜은 금지된 사랑으로 극한 상황에서 만들어진다. 들키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늘 조마조마하고 맥박수가 높아지면서 가슴이 뛴다. 아슬아슬한 순간은 오히려 짜릿하기만 하다. 해서는 안 될 사랑, 위험하고 극적인 사랑은 더욱 강렬할 수밖에 없고, 이런 극한 상황은 두 사람의 사랑을 실제보다 큰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불륜 속 격렬한 사랑의 불꽃도 이런 상황적인 면 때문에 생겨난다. 결국 그 시간이 지나간 뒤에 남는 것은 허망한 마음뿐이다.

    임자가 있는 남의 떡은 손대지 않는 편이 좋다.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언젠가는 자신의 눈에서도 피눈물이 나게 마련이다. 혹 상대방이 관심을 보인다 해도 잘 타일러서 주인에게 돌려주자. 몰래 훔쳐 먹는 떡은 체하기 쉽다. “골이 들어간 게 골키퍼의 잘못이지 골을 넣은 사람 잘못이냐”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골을 넣는 순간 자신이 이제는 골키퍼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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