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기름값이 오르는 요즘이다. 최근에는 휘발유값이 처음으로 1800원대를 돌파했다. 5월21일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오피넷)이 고시한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리터당 1801.44원. 이튿날에는 20원이 더 오른 1821.1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휘발유값이 1410원대였으니 1년5개월 만에 400원, 즉 30% 가까이 인상된 것이다. 이처럼 기름값이 오르는 이유는 국제유가 상승 때문이다. 5월20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0.40달러로 또 한 번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당분간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국내 기름값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 5월 초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향후 6개월에서 2년 내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 예측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도 올해 국제유가 평균 전망치를 91달러에서 120달러로 최근 상향 조정했다.
고유가·고환율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
그런데 문제는 우리 경제의 ‘복병’이 고유가 하나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3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어 국제유가 못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5월22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45.0원.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930원대였으니 매우 가파르게 상승한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3%로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다. 이렇게 수입물가가 오른 것은 고유가 여파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환율’의 영향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4월 외화표시 수입물가 상승률은 21.9%. 즉 환율 상승 때문에 수입물가 상승률이 9.4%포인트(31.3%-21.9%) 더 높아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우리 경제에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중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환율이 더 크다”고 지적하며 환율 경계에 나섰다.
그런데 달러 대비 환율이 오르는 것은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이상(異常)현상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달러화는 세계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의 원유 결제 달러의 수요가 증가했다. 둘째,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도세로 달러 수요가 급증했다. 5월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이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은 그나마 다행. 마지막으로, 고환율을 유지하려 하거나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정부의 태도다. 최근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 등 정부 고위인사들은 고환율이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듯한 발언을 거듭했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이 늘어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게 우리 경제로선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시급히 낮춰야
고유가, 고환율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분기와 3/4분기에도 소비자물가가 4%대로 상승하리라는 전망을 내놨다. 4/4분기에는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내려앉겠지만, 이는 상황이 호전돼서가 아니라 지난해 4/4분기에 물가가 이미 많이 올라 기술적 반락 효과로 수치가 낮아지리라는 분석이다.
국제원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도 서민생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9.7% 급등했다. 이는 1998년 11.0% 이후 최고치다. 생산자물가는 국내 기업이 다른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수준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시간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로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까운 미래에 물가가 오르리라 예상되면 기업은 예상치를 현재 상품가격에 반영한다.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 가계의 실제소득이 줄어 소비가 부진하게 된다. 내수 위축으로 투자가 줄고 우리 경제가 위험해지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고환율 덕에 수출이 늘어난다 해도 내수 부진과 수입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그다지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있다.
또 인플레이션을 예상한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기업 처지에서는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홍승제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지면 노사 갈등이 격화돼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시장에서 ‘적정 환율’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경제동향실 수석연구원은 “올해 초 모든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을 900원대 초반에 맞춰 경영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지금보다 환율이 내려간다 해도 기업들은 적정 수준의 이윤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고환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KDI 송준혁 연구위원은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금리를 내리는 것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하로 대출이 늘면 소비가 늘어 물가가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수출기업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휴대전화, 전자제품, 자동차, 조선 등 수출업종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화 약세’와 원화 약세를 지지하는 정부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포지션’으로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기업 프렌들리’ 이명박 정부는 예상외의 물가 급등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항로 수정을 선택할까.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감지되는 듯하다. 5월21일 이후 기획재정부는 환율 급등에 방어하기 위해 연달아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그동안 “인위적 환율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율 상승세를 지켜만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조처다.
당분간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국내 기름값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 5월 초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향후 6개월에서 2년 내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 예측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도 올해 국제유가 평균 전망치를 91달러에서 120달러로 최근 상향 조정했다.
고유가·고환율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
그런데 문제는 우리 경제의 ‘복병’이 고유가 하나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3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어 국제유가 못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5월22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45.0원.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930원대였으니 매우 가파르게 상승한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3%로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다. 이렇게 수입물가가 오른 것은 고유가 여파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환율’의 영향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4월 외화표시 수입물가 상승률은 21.9%. 즉 환율 상승 때문에 수입물가 상승률이 9.4%포인트(31.3%-21.9%) 더 높아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우리 경제에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중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환율이 더 크다”고 지적하며 환율 경계에 나섰다.
그런데 달러 대비 환율이 오르는 것은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이상(異常)현상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달러화는 세계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의 원유 결제 달러의 수요가 증가했다. 둘째,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도세로 달러 수요가 급증했다. 5월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이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은 그나마 다행. 마지막으로, 고환율을 유지하려 하거나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정부의 태도다. 최근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 등 정부 고위인사들은 고환율이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듯한 발언을 거듭했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이 늘어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게 우리 경제로선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시급히 낮춰야
고유가, 고환율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분기와 3/4분기에도 소비자물가가 4%대로 상승하리라는 전망을 내놨다. 4/4분기에는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내려앉겠지만, 이는 상황이 호전돼서가 아니라 지난해 4/4분기에 물가가 이미 많이 올라 기술적 반락 효과로 수치가 낮아지리라는 분석이다.
국제원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도 서민생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9.7% 급등했다. 이는 1998년 11.0% 이후 최고치다. 생산자물가는 국내 기업이 다른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수준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시간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로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까운 미래에 물가가 오르리라 예상되면 기업은 예상치를 현재 상품가격에 반영한다.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 가계의 실제소득이 줄어 소비가 부진하게 된다. 내수 위축으로 투자가 줄고 우리 경제가 위험해지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고환율 덕에 수출이 늘어난다 해도 내수 부진과 수입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그다지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있다.
또 인플레이션을 예상한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기업 처지에서는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홍승제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지면 노사 갈등이 격화돼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시장에서 ‘적정 환율’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경제동향실 수석연구원은 “올해 초 모든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을 900원대 초반에 맞춰 경영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지금보다 환율이 내려간다 해도 기업들은 적정 수준의 이윤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고환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KDI 송준혁 연구위원은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금리를 내리는 것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하로 대출이 늘면 소비가 늘어 물가가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수출기업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휴대전화, 전자제품, 자동차, 조선 등 수출업종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화 약세’와 원화 약세를 지지하는 정부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포지션’으로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기업 프렌들리’ 이명박 정부는 예상외의 물가 급등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항로 수정을 선택할까.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감지되는 듯하다. 5월21일 이후 기획재정부는 환율 급등에 방어하기 위해 연달아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그동안 “인위적 환율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율 상승세를 지켜만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조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