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이 들어간 볶음요리 초이방(위)과 양갈비찜인 헐헉.
몽골문화촌에는 몽골 요리사가 일하는 몽골 음식점이 있다. 상설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20명가량의 몽골 사람들 끼니를 해결하는 음식점이기도 하다. 음식점 주인 송초식 씨는 2000년 이 문화촌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일했다. 몽골 요리사들을 불러다가 함께 음식을 만들고, 지난해엔 몽골 음식을 배우러 몽골에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은 몽골 요리사 ‘어뜨거’ 씨(실제 이름은 어뜨겅 데리겔이지만 부르기 편하게 어뜨거로 통한다)와 함께 요리를 만든다. 송씨는 몽골 퓨전요리를 책임지고, 어뜨거 씨는 정통 몽골요리를 만든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손님 몫이다.
몽골 음식과 한국 음식의 유사성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설렁탕이다. 설렁탕의 어원이 몽골에서 왔다는 견해도 있다. 설렁탕 조리법이 몽골음식 막흐테셜과 닮았기 때문이다.
진한 국물 설렁탕 조리법은 막흐테셜과 닮은꼴
몽골 사람들은 설날에 찐만두 보츠를 빼놓지 않고 먹는다. 만두소는 양고기를 다져서 넣는다. 이곳에서는 군만두인 효쇼르를 내놓았는데, 우리 입맛에 맞게 채소와 양고기를 함께 다져 넣은 퓨전식이었다.
찜요리는 몽골의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초원에 사는 염소나 타르박을 잡아 목만 자른 뒤, 가죽을 뒤집어 내장과 고기는 떼어내고 그 가죽 안에 달군 돌과 고기를 넣어 요리한 것이 ‘보덕’이다. 한국에서는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보덕보다는 헐헉(호르헉)이라는 요리를 내놓는다. 헐헉은 금속 통 안에 불에 달군 돌과 뼈째 자른 양고기를 켜켜이 넣은 다음 물 한 바가지와 소금을 넣고 익힌다. 헐헉에는 감자 양파 산마늘 등의 채소를 넣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압력솥으로 헐헉을 만든다. 자갈을 넣지 않고 몽골식보다 채소를 더 넣는데 양고기에서 나는 노린내를 잡기 위해서다.
강수량이 적은 몽골은 곡물이 귀하다. 몽골에서 손님에게 곡물 음식을 내놓으면 귀한 대접으로 여긴다. 몽골문화촌에서 내놓는 곡물 요리로는 초이방이 있다. 고기와 채소를 넣고 볶다가 국수를 넣고 함께 볶아낸다. 우리의 볶음밥과 비슷하다. 그러나 국물은 없다.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 번철에서 한 번 구워낸 뒤 채썰었기 때문에 면발이 졸깃졸깃하다. 송씨는 “양고기 냄새를 잡기 위해 참기름과 들기름을 써서 볶아낸다”고 했다. 초이방을 먹는 동안에는 자꾸 목이 말라 국물을 찾게 된다. 그렇다고 헐헉 국물을 떠먹을 수도 없었다. 이때 수테차가 나왔다. 수테차는 가축의 젖에 소금간을 해 만든 몽골 전통차다. 몽골 사람들은 수테차에 양고기나 순대를 넣어 아침식사 대신 먹기도 한다. 기름기 있는 국물에는 수테차가 제격이구나 싶었다.
그래도 입 안 구석구석에 고기 냄새와 기름기가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로 치면 김치나 마늘 냄새쯤 될까. 그 낯설고 거북한 냄새가 몽골의 향이다.